[명진칼럼] 우리는 왜 현재나 미래의 상황을 잘못 판단하는가? 〈1102호〉
상태바
[명진칼럼] 우리는 왜 현재나 미래의 상황을 잘못 판단하는가? 〈1102호〉
  • 김준성 철학과 교수
  • 승인 2022.05.16 03: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준성 철학과 교수
김준성 철학과 교수

누군가 우리의 삶이 도대체 무엇인지 묻는다면 선택의 연속이라고 답할 수 있다. 아침에 몇 시에 일어날지, 버스를 탈지 아니면 운전을 할지, 점심은 무엇으로 먹을지 등 우리의 삶은 수많은 선택의 연속이다.

변화의 속도가 엄청난 오늘날의 현실에서 미래를 위한 우리의 선택은 어느 때보다 어렵다. 미래에 대한 예측이 불확실하다면 우리의 선택이 갖는 그 어려움은 더욱 크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리의 예측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당연히 위험을 감수해야 할 선택이며, 잘 알고 있듯이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정보에 토대하여 그 선택은 이루어진다. 그러나 우리의 인지 능력이 갖는 태생적 한계 또는 습관이나 타성에 따른 판단은 우리의 선택을 더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런 선택을 잘 보여주는 것이 현재 상황에 대한 객관적 기저율*을 주목하지 않는 경우이다.

*기저율(base rate) : 판단과 의사결정에 필요한 상대적 빈도.

행동경제학을 개척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인지심리학자 대니얼 카이먼은 기저율을 주목하지 않았을 때 우리의 선택이 어떻게 잘못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남가좌동에 살고 있는 갑돌이가 안개 낀 밤에 파란색 택시와 녹색 택시를 보았을 때 그 택시의 색깔을 정확하게 판단할 확률은 80퍼센트이다. 그렇다면, 어떤 특정날 안개 낀 밤에 갑돌이가 파란색 택시를 보았을 때 그 택시의 색깔을, 다시 말해, 파란색으로 정확히 판단할 확률은 얼마나 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80퍼센트 또는 그보다 약간 높거나 낮다고 답을 하였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객관적 정보를 주목해야 한다. 남가좌동에서 운행하는 택시 중 85퍼센트가 녹색 택시이다.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택시가 녹색인 것이다. 녹색 택시의 그 객관적 빈도가 기저율이다. 우리가 그 기저율을 반영하여 갑돌이가 택시의 색깔을 정확히 판단할 확률을 고려한다면, 갑돌이가 파란색 택시를 파란색으로 정확히 판단할 확률은 낮아질 것이다.

필자는, 우리가 여러 판단을 할 때 기저율 등 객관적 정보를 주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근본적인 이유는 앞서 탁월한 학자가 보여주었듯이, 우리 인간의 인지 능력이 갖는 한계에 있을 것이다. 필자는 또 다른 이유로, 현실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거나 그 정보가 주어져도 그것을 피하거나 주목하지 않는 데에 있다고 본다. 객관적 정보가 주어져 있음에도 그것을 피하거나 주목하지 않는다면, 그런 생각이나 태도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미래에 대한 예측과 판단이 불확실하고 확률적이라는 것이, 그 예측과 판단을 행운이나 우연 또는 신이나 절대 원리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 마음의 한 자락에는 그런 우연이나 신념이 객관적 기저율을 지배하거나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 현실이 더 힘들어지고 미래에 대한 예측이 더 불확실할 때 그런 경향은 더 강해지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럴수록 우리는 객관적 지표에 더 주목해야 한다. 현실에 대한 객관적 정보 앞에서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고통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태도나 노력이,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잘못 이끌어 갈 더 심각한 나락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종종 가용 가능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하고, 사건이 발생할 기본적인 통계적 확률인 기저율을 무시해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인문캠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거북골로 34 (명지대학교) 학생회관 2층
  • 자연캠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명지로 116 학생회관 2층
  • 대표전화 : 02-300-1750~1(인문캠) 031-330-6111(자연캠)
  • 팩스 : 02-300-175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승환
  • 제호 : 명대신문
  • 창간일 : 1954년 11월
  • 발행인 : 유병진
  • 편집인 : 송재일
  • 편집장 : 한지유(정외 21)
  • 디자인·인쇄 : 중앙일보M&P
  • - 명대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명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jupress@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