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칼럼] 여행과 독서 〈11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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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칼럼] 여행과 독서 〈1101호〉
  • 김인택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 승인 2022.05.02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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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택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김인택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4월의 자연캠퍼스는 만개한 벚꽃으로 장관이다. 지난 2년 이상 우리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아 간 전염병도 끝물인지, 근래에 보지 못한 많은 학생이 캠퍼스의 길 따라 펼쳐진 벚꽃을 즐기고 있 다. 여기저기 기억에 남을 사진을 찍으려고 온갖 자세를 취하는가 하면 삼삼오오로 걷는 학생들의 건강한 웃음소리를 오랜만에 들어본다. 아직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다니고 있지만 이것도 얼마 남지 않았겠다고 생각하니 긍정의 기운이 마구 느껴진다. 오늘 그 어려운 고등학교 수험 기간을 보내고 새로 입학한 학생들을 위해 필자가 대학 시절에 했으면 지금 더 행복할 텐데 하는 내용을 정리해 본다.

필자의 대학 시절을 돌이켜 보면 별로 생각나는 게 없다. 피 터지게 연애해 본 것도 아니고 죽도록 놀아보지도 못했다. 당시 사회적 분위기도 일조한 면이 있긴 하지만 늘 아쉽다. 그래서 지금 생각해 보면 방학 때마다 여행을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미련이 남는다. 여행은 움직이면서 하는 독서라 했는데, 낯선 곳을 방문하는 것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경험이라 하겠다. 가서 사람들을 만나 겪어보면 상상치도 못했던 깨달음을 얻고 온다. 여행을 다녀와서 집에 도착하면 그래도 집이 제일 좋다는 말이 늘 나오긴 하지만, 여행이 가져다준 변화는 서서히 나타난다. 대학 시절에 언어와 문화가 다른 곳을 방문하고 얼마간 살아보는 것도 우리의 사고 폭을 넓혀주고, 살아가는 데 있어 등대가 되리라 확신한다.

제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가 상징하는 사회의 급한 변화 속에서 유연한 사고방식은 밀려오는 변화의 파도에 우리를 적응시키는 데 도움이 되리라. 우리는 같은 언어와 비슷한 외모를 가지고 다양성이 결여된 교육을 받고 살아, 우리가 알게 모르게 내재하고 있는 판단 기준이나 신념은 종교처럼 견고하다. 방학 때마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낯선 사람을 만나보고 보지 못했던 것을 구경했으면 좋겠다. 이제 나이 들어 여행을 다녀보니, 감수성도 둔감해졌고 얼마 지나면 방문 한 곳의 이름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사고의 폭을 넓혀주고, 내가 배울 점이 얼마든지 있음을 가장 강렬하게 알려주는 것이 여행이다.

직업이 교수이다 보니 집이나 연구실에 책이 많다. 그런데 전공 서적을 제외하곤 제대로 열심히 읽어본 책이 몇 권이나 될지 차마 부끄러워 말할 수 없다. 굳이 다른 사람 탓을 하자면 필자에게 개인적으로 독서의 필요성을 말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도 지금까지 필자와 같은 처지라면, 분명하게 이야기해 줄 수 있다. 지금부터 책을 읽어라.

우리나라 사람은 독서의 필요성을 심각하게 교육받은 적이 없다. 적어도 필자는 그랬다. 그러나 미국의 학생들을 보니 국어, 즉 영어 과목에 교과서는 따로 없고 소설책 두세 권을 한 학기에 읽고 있었다. 대학은 물론이거니와 사립 고등학교의 입학사정관을 만나면, 꼭 나오는 질문으로 요즘 읽고 있는 책을 묻는다. 그뿐만 아니라 유명 인사의 인터뷰를 보면 현재 읽고 있는 책에 대한 언급도 자주 보게 된다. 책을 읽는 일이 삶의 일부라는 것을 알았다. 올해 국민독서실태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은 1년에 평균 4.5권을 읽는다고 한다. 또한 1권 이상 읽는 사람이 47.5% 라고 하니 성인의 반은 책과 담을 쌓고 있는 셈이다. 요즘은 유튜브와 같은 소셜 미디어가 우리의 눈과 귀를 독점하고 있으니, 그나마 책 읽는 것은 어지간한 노력 없이 힘든 일이 되었다. 나이 들어 수년 전 북클럽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필자가 원하는 책만 읽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만인 적도 있지만, 읽은 책들이 책꽂이의 빈 곳을 채우고 있었다. 같은 책을 읽어도 읽은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확인하게 된다. 또 한 책을 읽고 있는 동안이나마 저자와의 개인적인 만남이라 인식한다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왜 필자가 일찍이 독서를 시작하지 않았는가 아쉽다. 그래서 요즘은 아무리 바빠도 매일 책을 읽 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이제 몇 년 후이면 정년을 맞이하는데, 필자가 대학 때부터 했으면 더 행복했을 텐데 하는 두 가지를 언급하였다. 흐르는 세월은 화살처럼 빠르다. 상투적인 말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은 대학 시절을 더욱 알차게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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