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당한다, 다크 패턴! 혹시 나도 당한 적이? 〈10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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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당한다, 다크 패턴! 혹시 나도 당한 적이? 〈1099호〉
  • 김주리 기자
  • 승인 2022.03.28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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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A 씨는 음원 구독 서비스를 더 이상 이용하지 않을 것 같아 해지하려고 했지만, 해지 신청 버튼을 찾는 과정이 매우 복잡했다. 겨우 해지 신청 버튼을 찾은 A 씨는 버튼을 눌렀지만, ‘이용권을 유지하시면 2주 무료 이용 혜택을 드려요’라는 문구와 함께 ‘혜택 유지하기’, ‘혜택 포기하기’라는 버튼이 등장했다. 또 다른 소비자 B 씨는 이틀 동안만 가격을 할인하고 다시는 할인이 없다는 광고를 보고 온라인 쇼핑으로 물건을 구매했다. 그러나 이틀이 지나도 계속 할인을 하고 있었고 할인액도 더 많았다. 이에 B 씨는 판매자에게 차액 반환을 요구했으나 거부 당했다.

누구나 한 번쯤은 A 씨와 같이 ‘해지 신청 버튼을 눌러도 바로 해지가 되는 게 아니라 해지를 하지 못하도록 유도하는 등 최종적으로 해지를 완료하기 위해 여러 경로를 거처야 했던 경험’이나, B 씨처럼 ‘사전 고지 없이 할인 기간과 할인 금액이 변경되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사례는 모두 ‘다크 패턴(dark patterns)’에 해당한다. 2010년, 영국의 독립 디자이너 해리 브링널(Harry Brignull)은 “이용자를 속이기 위해 교묘하게 설계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다크 패턴이라고 최초로 정의했다. 다시 말해, 다크 패턴은 온라인상에서 소비자들을 은밀히 유도해 물건을 구매하거나 서비스에 가입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사용자에게 컴퓨터를 편리하게 사용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설계 내용

 

청년층 61%가 다크 패턴 피해 경험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거래가 선호되면서 온라인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7월 발표한 「다크 패턴(눈속임 설계) 실태조사」 보고서(이하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4분기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44조 6,91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3% 증가했다. 온라인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온라인상에서 소비자들을 교묘하게 속여 구매나 가입 등으로 유도하는 다크 패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에 열린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 시무식에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뒷광고, 후기 조작, 해지가 어려운 화면 구성 등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가로막는 다크 패턴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불공정행위가 출현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소비자정책위원회’를 개최해 다크 패턴의 유형과 소비자 피해 사례, 이를 예방할 입법 방안과 국제 공조 등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OECD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온라인거래 구매 이력이 있는 소비자의 약 50%가 다크 패턴 피해를 경험했으며, 65세 이상 노년층(26%)보다는 온라인 구매에 적극적인 18~29세 청년층(61%)의 피해 경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다크 패턴의 12가지 유형

다크 패턴을 최초로 정의한 해리 브링널은 ‘DARK PATTERNS’라는 동명의 웹사이트를 통해 온라인상에서 나타나는 다크 패턴을 12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소개하고 있다. 해리 브링널에 따르면, 다크 패턴은 △가격 비교 차단 △바구니에 몰래 넣기 △속임수 질문 △숨겨진 비용 △어려운 해지 △주의집중 분산 △감정적 선택 강요 △개인정보 주커링 △미끼와 스위치 △위장된 광고 △강제 연속 결제 △친구로 위장한 스팸의 총 12가지 로 분류된다.

①가격 비교 차단 Price Comparison Prevention 다른 물건과의 가격을 비교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어, 사용자가 올바른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릴 수 없게 하는 것
② 바구니에 몰래 넣기 Sneak into Basket 사용자가 무엇을 구매하려할 때, 구매 과정에서 사용자의 장바구니에 추가 아이템을 몰래 끼워 넣는 것
③ 속임수 질문 Trick Questions
사용자가 의도하지 않은 대답을 하도록 속임수를 쓰는 질문으로 주의 깊게 보아야만 알 수 있는 내용을 물어보는 것  
④ 숨겨진 비용 Hidden Costs 결제 마지막 단계에 도달해서야 배송료나 세금 등과 같은 예상치 못한 요금이 몇 가지 추가로 나타나는 것
⑤ 어려운 해지 Roach Mote 사용자가 의도치 않았던 상황에 빠지기 매우 쉽게 만들지만, 그 후에 사용자가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는 어렵게 만드는 것
⑥ 주의집중 분산 Misdirection 사용자의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불필요한 한 가지 일에 집중시키는 것
⑦ 감정적 선택 강요 Confirmshaming 이익을 주는 것처럼 사용자를 속여 어떤 것을 호혜적으로 선택하게 하는 행위로 거절 옵션을 숨겨서 표시하는 것
⑧ 개인정보 주커링 Privacy Zuckering 사용자가 자신이 의도했던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공개적으로 공유하도록 속이는 행위이며, 페이스북 CEO인 마크 주커버그의 이 름에서 유래
⑨ 미끼와 스위치 Bait and Switch 사용자가 특정한 한 가지 일을 시작(명령)했을 때, 본래 의도하지 않은 다른 일(광고 등) 이 대신 일어나는 것
⑩ 위장된 광고 Disguised Ads 마치 광고가 아닌 것처럼 다른 종류의 콘텐츠나 내비게이션으로 위장하여 클릭하게 하는 것
⑪ 강제 연속 결제 Forced Continuity 무료 서비스 이용이 끝나고 등록된 사용자의 신용 카드로 아무런 경고 없이 결제가 연장되거나 해지를 어렵게 하여 불가피한 손해를 입히는 것
⑫ 친구로 위장한 스팸 Friend Spam 사용자의 이메일이나 SNS에 대한 접근 허가를 요청하여, 사용자의 이름으로 광고성 메시지가 전송되는 것

 

다크 패턴의 대표적인 사례

소비자 C 씨는 2020년 4월 24일 카 셰어링 앱을 설치하고 100원 이벤트에 참여했다. 그 후 3개월 동안 14,900원씩 자동 결제가 됐는데, 서비스를 1회도 사용한 적이 없었고 정상 요금으로 자동 결제가 된다는 사전 안내를 받은 적도 없다. 이에 C 씨는 이용하지 않은 3개월에 대한 환급을 요구했으나, 사업자는 청약철회 기간이 넘었다고 환급을 거부했다. C 씨의 사례는 앞서 언급한 다크 패턴의 12가지 유형 중 ‘강제 연속 결제’ 유형에 해당한다. 「콘텐츠 이용자 보호 지침」 제19조(대금의 자동 결제 시 이용자에게 사전 알림)에 따르면, 콘텐츠 계약이 1개월 이상이며, 매월 또는 일정 시기에 대금을 자동으로 결제하기로 한 경우 사업자는 결제가 이루어지기 전에 이용자에게 결제될 내역을 전자 우편 또는 문자메시지 등으로 알려야 한다.

또 다른 소비자 D 씨는 2020년 1월 22일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 캐나다에 있는 숙소를 예약했다. 그러나 결제된 금액을 보니 숙소 검색 당시 표시된 금액보다 훨씬 비쌌고, 세금, 봉사료, 청소비가 추가로 결제됐다. D 씨는 즉시 취소를 요청했으나 확인이 필요하다며 취소 처리가 지연됐다. D 씨의 사례는 ‘숨겨진 비용’ 유형에 해당한다. 「콘텐츠 이용자 보호 지침」 제7조(계약 체결 전 정보제공 의무)에 따르면, 사업자는 이용자가 실수 또는 착오 없이 거래할 수 있도록 계약 체결 전에 각호(콘텐츠의 가격과 그 지급 방법 및 시기)에서 정하고 있는 거래 조건 등에 관한 정보를 적절한 방법으로 표시 광고하거나 알려야 한다.

C 씨와 D 씨의 사례는 모두 1372 소비자 상담 센터에 실제로 접수된 다크 패턴 관련 소비자 상담 내용이다

 

다크 패턴, 불법 아닌 마케팅 수단? NO

일각에선, 다크 패턴을 ‘불법이 아닌 마케팅 수단의 일종’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소비자원은 “다크 패턴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볼 여지가 있으나, 소비자가 독립적인 구매 결정을 하지 못하도록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기존의 마케팅 기법과 차이가 있다”라고 밝혔다. 우리 대학 경영학과 이유석 교수(이하 이 교수)도 “학계에서 정의하고 있는 마케팅의 정의에 따르면 다크 패턴은 마케팅 수단이 아니다”라면서 “마케팅에 대한 정의는 학자나 기관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미국 마케팅학회의 정의에 따르면 마케팅은 '고객들, 협력자들,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 전반에 가치 있는 것을 만들고, 알리며, 전달하고, 교환하기 위한 활동과 일련의 제도 및 과정들'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여기서, '가치 있는 것'은 교환의 상대방이 얻고자 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다크 패턴의 예시로 언급되는 것들은 교환의 상대방이라 할 수 있는 소비자들이 실제로 얻고자 하는 것을 제공하지 않는다. 오히려 소비자들이 가치 없다고 생각하는 것들이라서 직접 제안할 경우 교환이 성사되지 않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다크 패턴이라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기만하고 속이면서까지 무언가를 제공하려고 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즉, 다크 패턴을 합법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종종 사람들은 다크 패턴과 넛지 마케팅 (Nudge Marketing)을 헷갈려 한다. 하지만 다크 패턴과 넛지 마케팅은 엄연히 다르다. pmg 지식 엔진 연구소 시사상식사전에 따르면, '넛지 마케팅'은 "종래의 마케팅이 상품의 특성을 강조하고 소비자가 그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집중하는 것과 달리 소비자가 선택을 함에 있어서 좀 더 유연하고 부드러운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넛지 마케팅의 대표적인 예시는 세계자연기금 (WWF)이 선보인 화장지 케이스다. WWF는 화장지를 사용할 때마다 나무가 우거진 숲이 점점 사라져 간다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화장지 케이스를 아래 사진과 같이 디자인했다.

▲사진은 WWF가 선보인 화장지를 절약하게 하는 화장지 케이스 디자인이다. (출처/ WWF)
▲사진은 WWF가 선보인 화장지를 절약하게 하는 화장지 케이스 디자인이다. (출처/ WWF)

시카고대학교 리처드 탈러 교수는 넛지 마케팅을 사용할 경우 △모든 넛지는 투명해야 하고, 절대로 상대방을 오도해서는 안 되며 △넛지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면 쉽게 빠져나올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넛지를 통해 유도된 행동이 그 영향을 받은 사람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든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크 패턴과 넛지 마케팅의 차이점에 대해 “다크 패턴은 자신의 부정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상대방을 의도적으로 속이는 것이라면, 넛지는 미처 의식하지도 못할 만큼의 작은 장치로도 상대방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라며 “즉, 넛지 마케팅은 의도적으로 속이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장치 혹은 노력만으로도 소비자 행동의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효율성’과 관련된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설명했다.

 

다크 패턴 관련 법과 제도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을까?

현재 다크 패턴 관련 국내 법규에는 △「전자상거래 법」 △「콘텐츠이용자보호지침」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표시 · 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 고법)」등이 있다.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2019년 8월 디지털 음원 서비스 사업자들이 가입과 해지, 환불 방식에 있어서 사용자를 기만하는 영업행태를 벌인 것에 대해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또 다른 사례로 방송통신위원회는 2020년 1월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에 대해 유료 서비스 가입 시 이용자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가 미흡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이용계약 해지를 거부 및 제한하는 행위를 했다며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과징금을 부여했다.

 

소탐대실(小貪大失)

우리 대학 경영학과 석민호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구매 패턴의 가속적인 확산이 일어나고 있다. 다량의 정보를 구체적으로 인지하기 힘든 온라인 환경에서 구매 과정의 피로도를 최소화하려는 소비자 행동 편향과 함께 포모증후군*이 복합적으로 작용돼 나타났기 때문에 소비자를 기만하려는 이러한 다크 패턴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교묘한 술수로 단기적인 매출 증대는 도모할 수 있겠지만 다크 패턴의 피해에 노출된 소비자들은 학습 효과가 쌓여 신뢰하지 않는 기업과의 거래를 중단해 해당 기업은 장기적인 고객 관계 구축에 실패할 것이다. 또한 소비자들이 가감 없이 생산해내는 부정적인 eWOM(electronic Word Of Mouth)* 또한 다크 패턴을 사용하는 기업들에게 효과적인 견제 수단이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현대적인 마케팅 콘셉트는 ‘고객 만족’을 기본적으로 전제하고 있다. 따라서 고객 만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다크 패턴은 마케팅 수단이라 부를 수 없다”라며 “일각에서 다크 패턴을 마케팅 수단이라 주장하는 현상이 매우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작은 것을 탐하다가 큰 손실을 입는다.’ 소탐대실의 뜻이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다크 패턴으로 단기적인 매출 증대를 도모하려던 기업들은 결국 소비자 신뢰성 하락이라는 결과를 맞게 될 것이다.

*포모증후군: 흐름을 놓치거나 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 증상 

*eWOM: 온라인 상에서 소비자가 경험과 정보를 다른 소비 자들과 직접 공유하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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