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의 심리학
상태바
면접의 심리학
  • 박세희
  • 승인 2010.09.13 01: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없음

비가 계속 오더니 이젠 완연한 가을이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기도하고, 남자의 계절이기도 하고, 천고마비의 계절이기도 하다. 그러나 가을은 백만 청년실업시대에 사회진출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취업의 계절’ 그 이상은 아닐 것이다. 오늘은 취업의 첫 번째 관문인 면접에서 ‘어떻게 나의 역량을 잘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로 한다.

면접은 사람과 사람 간의 의사소통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결론이 정해져 있다. 뽑을 것인가, 말 것인가! 그럼 무엇이 이런 결정을 내리게 만드는 핵심요소일까? 많은 사람들, 특히 면접을 준비하는 학생들 자신의 실력이 당락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학생들은 실력을 연마하기 위해 학점관리를 잘하고, 때마다 어학시험을 치르고, 해외연수나 인턴을 자원한다. 흔히 말하는 ‘스펙’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실력’과 거의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스펙만 가지고는 힘든 것이 요즘 취업시장이다. 이것을 바꾸어 말하면 그냥 막연한 실력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력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 궁극적인 목표는 될 수 없다. 여기서 핵심을 도출할 수 있다. 자신의 실력을 통해 회사가 이루고자 하는 그 ‘무엇’을 제시할 수 있다면 아주 만족스럽게 면접을 마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것은 ‘의사소통에서 관점의 차이를 이해하는가’의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상대방은 나와 같지 않기 때문에 의사소통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의사소통의 성공여부는 ‘상대방의 입장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기술을 ‘마음의 이론theory of mind’라고 부른다. 이 개념은 ‘내가 보는 관점과 상대방이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다는 통찰’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데, 이 기술은 만 4살 안팎으로 습득되는 중요한 사회적 기술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할아버지 생신선물을 사러 백화점에 갔는데 4살 미만의 아이들과 4살 이상의 아이들이 고르는 아이템은 다르다. 4살 이전의 아이들은 ‘장난감’을 사려고 한다. 그것도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것으로 말이다. 왜냐하면 이 아이들은 마음의 이론이 형성되지 않아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아버지도 좋아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조금 시간이 흐르면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고, 나는 필요 없지만 할아버지 입장에서 필요한 것을 선물로 사게 된다.

우리는 때때로 만 4살만 되도 알 수 있는 중요한 원리를 간혹 잊고 있는 경우가 있다.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를 먼저 이해할 때 내가 가지고 있는 무수한 실력과 재능들을 짧은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제시할 수 있게 된다.

이제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이 말하는 대표적인 4살 이상의 생각들을 소개하겠다. 면접에서 뽑는 사람은 일반적인 실력 있는 사람이 아니라, 회사에 필요한 사람만을 뽑는다. 그렇다면 회사에 필요한 사람의 갖추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능력을 자신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자신의 경험 중 대표적인 것을 뽑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면접관들이 관심 있을 만한 것들로 말이다. 자신의 학점을, 어학실력을 해외연수나 인턴경험을 이런 방식으로 재구조화해서 설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원하는 회사에 대해 잘 알아야만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홈페이지 한번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업종이 상이한 다른 회사에 냈던 서류를 그대로 제출한 지원한 지원자가 의외로 많다는 소리를 여러 번 들었다. 이런 실수를 명대신문 독자들은 범하지 않길 바란다.

두 번째, 회사는 지원자의 자질이 우수하면 우수할수록 좋아하지 않는다. 회사는 적당한 인재를 선호한다. 이것은 신뢰와 연결되어 있다. 내가 남들보다 여러 가지로 우수하니까 당연히 합격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사람을 뽑았을 때의 위험성이 크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회사는 많은 돈과 시간 그리고 인력을 들여서 어렵게 조직원을 선발했는데, 불과 얼마 후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한다면 이제까지 들인 많은 비용이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자신을 뽑았을 때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 역시 면접과정에서 중요한 포인트다.

마지막으로 압박면접이다. 대부분의 면접에서 사용되는 것인데, 면접 지원자의 약점을 공략해서 당황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약점을 어떻게 극복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곤란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가’와 관련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나의 단점이 장점으로 전환될 수 있는 히든카드를 준비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의사소통에서 전달되는 핵심은 진심이다. 진심은 말로 드러나지 않는다. 말의 이면에서 배경에서 드러나게 된다. 올 가을 취업을 준비하는 독자들이 면접에서 이런 진심과 열정은 회사의 입장을 이해할 때 더 잘 드러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인문캠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거북골로 34 (명지대학교) 학생회관 2층
  • 자연캠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명지로 116 학생회관 2층
  • 대표전화 : 02-300-1750~1(인문캠) 031-330-6111(자연캠)
  • 팩스 : 02-300-175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승환
  • 제호 : 명대신문
  • 창간일 : 1954년 11월
  • 발행인 : 유병진
  • 편집인 : 송재일
  • 편집장 : 한지유(정외 21)
  • 디자인·인쇄 : 중앙일보M&P
  • - 명대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명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jupress@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