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민주주의,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10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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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민주주의,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1098호〉
  • 한지유 기자
  • 승인 2022.03.14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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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자치 핵심 위기에서의 우리 대학의 위치

학내 민주주의는 대학사회의 핵심이다. 특히, 학우들 스스로가 대학 내에서 대학 자체 현안과 사회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데 학내 민주주의는 중요하다. 그중 학내 민주주의의 꽃은 단연 ‘학생자치’라고 말할 수 있다. 학생자치의 핵심은 ‘학생회’인데, 학생회는 대표자를 투표로 선출하는 ‘대의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 만큼 대학사회에 영향력과 파급력을 가지고 변화를 촉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지는 학생자치를 통한 우리 대학의 학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학생자치 전환을 위한 모임 김나현 활동가(전 한국외국어대학교 총학생회장, 이하 김 활동가)의 의견을 들어 진단해봤다.

 

학생자치와 학내 민주주의

▲표는 학생자치에 관한 규정 조항들이다.
▲표는 학생자치에 관한 규정 조항들이다.

학생자치는 △고등교육법 △우리 대학 학칙 △우리 대학 학칙 시행규칙(학사과정)에 따라 권장되고 보호되는 활동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학생회*와 자치회*가 주체성과 자치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를 유추해볼 수 있다. 종합하여 보면 학생자치의 의미는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어떠한 일을 의논하고 결정하여 실행하는 것’이다. 법에서는 정확하게 무엇이 학생 자치활동인지 구체적으로 규정하지는 않았으나, 일반적으로는 학생회를 지칭한다. 김 활동가는 학생회를 두고 넓은 의미와 좁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넓은 의미로는 노동조합의 유니온 샵* 형태처럼 대학에 입학하면 학생들이 모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학생회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좁은 의미로 학생 대표자나 집행부를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라고 말했다.

학내 민주주의가 성숙했는지 판단하기 위한 핵심 척도는 바로 학생자치이다. 학내 민주주의의 성숙은 다른 말로 대학 내의 ‘민주성’이 높은 수준에 있다는 것인데, 대학사회 내에서 학우들이 주장하는 의견에 대한 수렴과 반영 과정이 제대로 세워졌느냐가 민주성의 핵심적인 가치로 자리매김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요구되는 ‘자치’를 제대로 실현하면, 학내 민주주의가 성숙하며 제대로 작동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활동가는 “초 · 중 · 고 나오면서 자치를 제대로 경험한 적이 없다고 본다. ‘자치’는 대학에 들어왔고, 성인이니 알아서 하라고 해서 자연스럽게 할 수는 없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 “공동체 구성원인 자신이 책임감을 가지고 참여를 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예산과 규칙도 있어야 제대로 학생자치가 활성화되고 잘 실현될 수 있다”라고 학생자치 발전에 필수적인 지지 요소를 짚어냈다.

*학생회: 학생이 주체가 되어 어떤 일을 의논하여 결정하고 실행하는 조직이나 모임.
*자치회: 학교생활을 자치적으로 운영하기 위하여 학생들이 만든 학교 안의 조직. 또는 그런 모임.
*유니온 샵(union shop): 회사와 노동조합 간의 단체협약을 통해 조합가입 대상으로 되어있는 직급의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 가입을 강제하는 제도.


학생자치의 핵심 위기, 무관심과 부담감

학생자치의 핵심 위기는 ‘무관심’과 ‘부담감’으로 정리해볼 수 있다. 이들 요소는 각각 일반 학우, 입후보자 및 학생 대표자에게 해당한다. 두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학생자치에 대한 심각한 위기로 다가온다는 분석이다.

먼저, 일반 학우는 학생자치에 무관심하다는 것이 보편적인 인식이다. 김 활동가는 그 이유를 △학생자치의 경직성 △취업난 △대학사회에 대한 관심과 소속감 부족 △학생회 신뢰도 저하 등 총 네 가지로 분석했다. 특히, 학생자치의 경직성에 대해 김 활동가는 “대학에서는 대표자를 하지 않으면 자신이 갖고 있는 생활에 대한 의제와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기에 너무나도 품이 많이 든다. 예를 들어, 환경 위기 동아리를 만든다고 했을 때,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한 후 집행부와 대표자회의를 통과하고 심의를 받아야만 예산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서 학우들이 활동하기 어려운 학생자치의 경직성과 한계가 드러난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진 설명에서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의 취업난 심화와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대학 소속감 부족, 기존부터 쌓여온 학생회에 대한 불신도 일반 학우의 학생자치에 대한 무관심에 한몫했다고 평가했다.

입후보자와 학생 대표자에게는 학생자치가 ‘부담감’으로 다가온다고 전했다. 기존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히 성장하면서 입후보자와 학생 대표자에 대한 정제되지 않은 ‘욕설과 비방’이 큰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취업 준비에 대한 문제가 현존하는 상황에서 취업 준비보다 학생회 활동을 택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 활동가는 “온라인에서만 이야기가 이루어지다 보니 정제되지 않은 막말이 훨씬 과격해지고 사용자 간의 대립도 커졌다. 비판은 물론 필요하지만, 잘못 하나 저지르면 거의 사회적으로 매장 당하는 수준이다. 그렇다 보니 대표자로 나서는 것은 그만큼의 부담을 감수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부담감과 취업난이 복합적으로 상호 작용한다고 김 활동가는 말했다. 이어 “취업과 그 준비, 비난과 비방까지 다 감수하고 대표자를 할 것이냐에 대한 부담을 저울에 놓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보통 대부분 취업을 준비하는 게 낫다고 생각을 한다”라고 덧붙였다.

 

우리 대학 학생자치에도 핵심 위기 다가왔나

▲표는 우리 대학 학생회별 구성현황과 투표율을 정리한 표이다.
▲표는 우리 대학 학생회별 구성현황과 투표율을 정리한 표이다.

학생자치의 핵심 위기로부터 우리 대학도 자유롭지는 못했다. 핵심 요소를 크게 정리해보면 △무관심 △부담감 △폐쇄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로 무관심이다. 학생자치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는 ‘투표율’은 일반 학우의 무관심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다. 본지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유효 선거로 간주해 개표될 수 있는 33.3% 이상의 투표율을 매우 웃도는 학생회는 적었다. 특히, 투표율이 과반을 넘어가는 학생회는 비교 가능한 25개 학생회 중 △아동학과 △청소년지도학과 △정보통신공학과 △수학과 △건축학부 △자연캠 총동아리연합회 등 6개에 그쳤다. 많은 학우들이 자신이 소속된 캠퍼스, 단과대학, 학과 학생회 건립을 위한 선거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이는 곧 선출된 학생 대표자의 대의성에 대한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둘째로 부담감이다. 상당수의 학생회가 건립됐지만, 현재 확인 가능한 학생회 중 인문캠 3개 학과(△디지털미디어학과 △디지털콘텐츠디자인학과 △융합소프트웨어학부)는 후보자 미등록으로 인해 선거가 무산됐다. 3개 학과 모두 기술적인 측면이 강조되는 학과로 취업에 대한 부담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학과 학생회들은 비상대책위원회로 운영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폐쇄성이다. 학생회는 학우들을 위한 기구이지만, 정작 학우들에게 친화적이지 않은 부분도 드러났다. 우리 대학 학생회는 △예 · 결산 및 집행의 불투명성 △회칙 및 개정절차 미공개 등을 문제점으로 가지고 있다. 예산과 관련해 현재 우리 대학은 감사위원회가 존재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학과 학생회를 제외한 단과대학과 총학생회 등의 예 · 결산 내역이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활동가는 “예산은 총회에서 다 심의를 받는 부분으로 학생들에게 모두 공개가 되어야 하고 결산도 당연한 사항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각 단위별 학생회칙과 회칙 개정안을 공개하지 않는 학생회가 있는 점도 문제시된다. 김 활동가는 “학생회칙 개정 내용은 일정 기간 전에 무조건 모든 학우들에게 공개해야 하고, 해당 회의는 누구나 참관할 수 있게 해야 하며, 공포된 이후에도 당연히 이의제기 기간 등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예산과 회칙 등에 대해 학우들이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 자체가 학생회 운영이 일부 폐쇄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일부 학과 학생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학생회비 분할 납부 불가’와 같은 사항들도 학우 친화적이지 못한 것으로 손꼽혔다.

 

학생자치의 변화 방향성

학생자치의 핵심 위기를 대응하는 학생자치의 발전 요소로는 △구조 변화 △효능감 증대 △관점 변화가 돋보인다.

‘구조 변화’는 무관심에 대응하는 학생자치의 변화 전략이다. 기존의 대표자와 집행부를 중심에 둔 학생회에서 가치와 의제 중심의 제도적인 구조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이 주된 내용이다. 이를 제시한 김 활동가는 “기존의 학생자치는 하향식(Top-down) 구조로 학생들을 동원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하향식 구조는 민주화를 이루고 학생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고 행동을 보여주는 상당히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제 민주화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일상의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상황에서는 다양한 사람이 참여하는 구조로 바뀌어가야 한다”라고 구조 변화에 대한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모집 단위별 대표자만 모인 게 아니라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인 회의체가 이뤄졌으면 한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은 의회제가 제일 가깝다고 본다”라면서 의회제 기반의 다양한 가치를 포괄할 수 있는 구조로의 변화를 제안했다.

‘효능감 증대’ 또한 무관심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성 관점에 근거한 차세대 대학 학생회 · 학생자치 모델을 위한 기초연구(예술대학생네트워크, 2020)」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은 학생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으로 ‘학생 의견 대변’을 꼽았다. 특히, 학생회 활동에 대한 관심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학생회 인적 구성 및 운영의 폐쇄성’, ‘학업 활동이 더 중요하기 때문’, ‘학생회의 활동이 구체적인 성과나 효능감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 등이 제시됐다. 실제적인 효과와 효능감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에 맞춰 설문조사 응답자의 71.6%가 ‘학생회 운영 및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일반학생의 참여가 확대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따라서 학생회 자체 내의 의사결정에 대한 학우들의 참여를 증진해 효능감을 증대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관점 변화’는 폐쇄성에 대응하는 변화 전략으로 모색된다. 위의 예술대학생네트워크 연구에서는 “학생회 중심의 사고가 오히려 학생들의 참여를 소외시키고 다양성을 저해하고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무엇보다 “운동 중심 학생회의 민중운동의 ‘체제변혁’도 아니고, 복지 · 민원 중심 학생회의 ‘포퓰리즘’도 아닌, ‘시민성’ 관점의 고려가 필요하다”라면서 학생자치를 바라보는 관점을 민주사회에서 필수적인 시민성을 신장하고 발휘하는 계기로 삼자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학생 및 시민운동의 일환으로 민주주의를 실천하자는 것으로 풀이된다.

 

고등교육의 본질과 목적을 되짚어보면서 경쟁의 장에 내몰린 대학에서 학우의 권리를 찾고 주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의미가 있다. 대학사회의 민주성을 더 확보하는 학내 민주주의와 학생자치는 여전히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핵심 위기에서 벗어나 우리 대학도 학우 친화적으로 변화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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