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따뜻한 개그가 나올텐데
어른들은 왜 그렇게 경솔할까~♪
지난 12일, ‘SNL 코리아 시즌2’(이하 SNL)가 엉터리 수어를 개그 소재로 사용해 논란을 빚었다. SNL의 코너 중 하나인 ‘위켄드 업데이트’는 올림픽 뉴스 중계 콘셉트로 진행된다. 기자가 올림픽 소식을 알리면 이를 AI 통역사가 통역하는 방식이다. 이 코너를 통해 2022 베이징 올림픽에서 벌어진 편파판정을 풍자했는데, 이때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손짓으로 수어를 희화화하고 청각 장애인을 비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편파판정으로 화가 난 국민들의 모습을 손가락으로 머리에 난 뿔 모양을 만든 채 눈과 입을 크게 벌린 표정을 지어보이는 등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연출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SNL 코리아 제작진은 SNS에 사과문을 올리고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그러나 한국농아인협회(이하 협회)는 지난 22일 공식 성명서를 내고 SNL 측에 제대로 된 사과를 촉구했다. 협회는 주어가 불분명한 제작진의 SNS 사과문을 비판하면서 “우리 농인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제대로 된 사과가 없다는 것이다. SNL 제작진은 수일간에 걸친 거듭된 비난에 사과문을 올리면서 영상을 삭제하겠다고 했지만, 대체 누구에게 사과하겠다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2016년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면서 수어는 국가 공용어가 됐다. 그러나 여전히 수화와 농인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현저히 낮고, 자극적인 소재만을 요구하는 미디어의 낮은 인권 감수성이 이러한 사태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웃음과 재미를 주기 위한 선을 넘는 개그는 21세기에는 더 이상 받아들여질 수 없을 것이다.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은
개그의 소재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