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용산이라 불리는 두리반, 그곳을 지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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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용산이라 불리는 두리반, 그곳을 지키는 사람들
  • 박세희
  • 승인 2010.09.0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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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농성 9개월 째, 단전의 어려움도 있지만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

편주

대학문화의 중심지라 불리는 홍익대학교 앞에 ‘두리반’이라는 철거되기 직전의 건물이 있다. 2007년 말 인천공항으로 가는 경전철역이 두리반 주변에 들어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동교동 167번지 일대의 땅값이 치솟았고 ‘남전DNC’라는 회사가 그 주변 땅을 사들였다. 세입자들은 막무가내로 내쫓는 남전DNC에게 소송을 걸었지만 패소했다. 작년 겨울쯤엔 이사비용 300만 원이라는 턱없이 부족한 돈을 받고 두리반을 제외한 모든 상인들이 떠났다. 이어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용역들이 들이닥쳐 두리반 집기를 다 들어냈다. 건물주위에 강철펜스도 둘렀다. 하지만 두리반 주인인 안종녀 사장과 남편 유채림 작가(이하 유 작가)는 펜스를 뚫고 들어가 농성을 시작했다. 지난 2월 말에는 홍대주변에서 공연하는 인디밴드들이 두리반을 찾아와 돕겠다고 했다. 그렇게 두리반에서 공연이 시작됐고, 지금은 9개월째를 바라보고 있다.

‘사막의 우물’ 두리반, 그 현장 속으로

유 작가는 철거농성이 ‘일주일이나 가려나’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농성이 벌써 9개월째다. 그런데 최근 두리반에 전기가 끊기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 작가는 “12월 말쯤, 재개발을 맡은 남전DNC는 한전에 신고도 없이 남자 한 명을 보내 무단으로 전기줄을 끊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틀 후 남전DNC가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에 전기해지신청을 했고, 지난 7월 21일 한전은 두리반에 공급되는 전기를 끊었다. 유 작가는 “본래 건물주가 전기해지신청을 하면 한전이 반드시 현장에 나와 세입자가 거주하는지 확인하고, 세입자가 거주한다면 전기를 끊어도 되는지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이 과정을 생략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두리반은 마포구청 앞에서 단전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시위도 벌였다. 일주일간의 시위 끝에 마포구청은 발전기를 제공했다. 유 작가는 “마포구청이 ‘사태가 끝날 때까지 전기를 공급 하겠다’며 약속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발전기는 24시간 돌릴 때 연료가 11만 원어치나 소비됐다. 연료가 떨어지자 마포구청은 더 이상 연료를 지급할 수 없다고 했다. 유 작가는 “이번 두리반의 단전사태에서 남전DNC는 ‘전기 공급’이라는 한전의 권한을 불법으로 침해했고, 한전은 직무를 유기했다”며 “마포구청 또한 ‘주민을 위해’ 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두리반에 전기가 끊긴지 오늘로 43일째다. 유 작가는 찌는 듯한 폭염 속에 에어컨도, 선풍기도, 냉장고도 없이 사는 것은 생각보다 ‘10배’는 힘들었다고 한다. 더위에 음식물은 썩어가고 너무 더워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고 한다. 유 작가는 “자면서 최소한 세 번은 깬다”며 “더워서 깨고, 모기에게 뜯겨서 깬다”고 말했다. 또, 유 작가는 “이들이 두리반에 전기를 끊으려는 목적은 무엇보다도 공연을 못하게 해 두리반에 오는 사람들의 발길을 끊으려는 것”이라며 “전기가 끊겨도 공연은 계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또, “단전사태가 우리에게만 있었던 건 아니”라며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모를 이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끝까지 버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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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반대 시위 9개월째에 접어드는 두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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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전으로 쓸 수 없는 냉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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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보관할 수 없어 매끼 만들어 먹어야 하는 열악한 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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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청에서 지급한 발전기. 종일 전기를 쓸 경우 11만 원어치 연료가 소요된다. 마포구청이 연료를 지급하지 않아 무용지물이 된 발전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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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반이 단전사태에 대해 마포구청과 GS건설, 한국전력공사에 항의하는 자보

Tip. 두리반에 고사리 손 보태기

두리반의 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그래도 여전히 두리반을 찾아와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많다. 현재 작은 태양열 발전기와 자전거 발전기로 작은 알전구를 켤 수 있고, 전국에서 천여 개의 전기촛불을 보내주었다. 하지만 두리반의 단전사태를 해결하기엔 아직 부족하다. “철거농성장은 사람이 그리운 곳”이라는 유 작가의 말처럼 두리반은 많은 학우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두리반에서는 매주 정기적인 공연이 열린다. 부담 없이 두리반에 공연을 보러 가는 것도 두리반을 돕는 방법 중 하나가 되겠다.

두리반 약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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