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도 불평등이 존재한다. 내 건강은 몇 등급인가요? 〈10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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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도 불평등이 존재한다. 내 건강은 몇 등급인가요? 〈1095호〉
  • 박새롬 기자
  • 승인 2021.11.14 2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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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불평등 현상에 대해 짚어보다

기울어진 건강, 건강 불평등

팬데믹의 시작은 건강 불평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계기가 됐다. 사람들은 건강을 자기관리의 일환으로 여기곤 하지만 과연 건강이 개인만의 문제일까? 건강은 모든 이에게 평등하지 못하고 격차가 발생하기도 한다. 즉, 여러 환경요인에 따라 개인의 건강 수준이 결정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등장한 개념인 건강 불평등은 개인이나 집단 간 소득 수준, 직업 계층, 재산, 교육 수준 등과 같은 사회 · 경제적 위치에 따라 발생하는 건강상의 차이를 말한다. 건강 불평등은 1980년 영국에서 「블랙리포트(Black report: Inequalities in health)」가 발간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영국의 역학 전문가 마거릿 화이트헤드는 건강 불평등을 ‘불공정하고 불평등하며 존재하지 말아야 할 것인 동시에 또한 극복 가능한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이러한 관심은 훗날 유럽 국가들로 확대되었고, 2008년 세계보건기구 (WHO)는 「세대 간 격차 해소(Closing the gap in a generation)」를 통해 건강 불평등의 문제가 단순히 보건 분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사회 전반의 문제로 다루어져야 함을 강조했다.

 

소득격차에 따라 발생하는 건강 불평등

건강 불평등 문제가 대두되기 이전, 보건의료 전문가 들은 건강 불평등을 생활 습관이나 식생활 등 개인의 책임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근래 들어서 △소득과 교육 수준의 격차 △고용 정도 △주거 및 생활 환경과 같은 사회 구조적 문제에서 건강 불평등이 발생한다는 다양한 연구 결과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전문가들은 문제의 원인을 개인이 아닌 사회 구조에서 찾기 시작했다. 2018년 한국건강형평성학회가 발표한 「서울시 건강 격차 프로파일」에 따르면, 서울시의 기대수명과 건강수 명은 83.3세와 69.7세로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안에서도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에 따라 불평등이 발생하기도 했는데, 강남구 고소득층의 기대수명*은 87.5세인 것에 비해 금천구 저소득층의 기대수명은 78.1세로 무려 10년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서울시에서 건강수명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서초구가 74.3세로 가장 높았고, 금천구가 67.3세로 가장 낮았다.

모든 통계 수치를 종합해보았을 때, 서울시에서 소득이 낮은 시민들은 높은 시민들보다 수명이 5.9년 짧고, 건강하게 사는 기간은 10.9년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소득 차이에 따라 수명이 길어질 수도, 건강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전국 17개 광역시도의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그래프 (출처/ 한국건강형평성학회)
▲ 전국 17개 광역시도의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그래프 (출처/ 한국건강형평성학회)

* 기대수명: 0세의 출생아가 앞으로 몇 살까지 살 것인지 기대 되는 평균 생존년수

* 건강수명: 기대수명 중 건강하게 삶을 유지한 기간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소득 계층별 차이는 아래 그래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2019년에 발표된 한국보 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의 보건복지포럼에 실린 「포용복지와 건강정책의 방향」에 따르면, 1분위에서는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이 78.6세와 60.9세로 나타났지만 5분위에서는 각각 85.1세와 72.2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은 소득과 정비례관계를 형성하였다.

▲ 소득 5분위별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출처/ 포용복지와 건강정 책의 방향,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학력이 낮을수록 심화되는 극단적 선택

건강 불평등 현상은 정신건강과 삶의 질 수준을 보여 주는 자살 사망률에서도 드러났다.

▲ 학력에 따른 연령표준화 자살 사망률 (출처/ 포용복지와 건강 정책의 방향, 한국보건사회연구원)
▲ 학력에 따른 연령표준화 자살 사망률 (출처/ 포용복지와 건강 정책의 방향,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사연의 보고서에 기재된 2015년 학력에 따른 연령 표준화 자살 사망률을 살펴보면, 65세 미만 전문대졸 이상의 학력자는 남녀 각각 10만 명당 24.5명과 12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지만, 초졸 이하 학력자는 10만 명당 남녀 각각 166.7명과 97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학벌주의가 심화된 사회에서 학력이 낮은 사람들은 정신건강조차 온전할 수 없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흡연율과 유병률도 소득과 관계가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17 국민건강통계자료’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와 소득 하위 20%를 비교했을 때, 흡연율은 각각 15.9%와 26.0%였다. 또한 우울감 경험률은 각각 9.1%와 17.4%로 소득 상위 20%의 건강 관리 수준이 훨씬 높았다.

보사연의 보고서에서 알 수 있듯이, 소득분위가 높을수록 흡연율과 우울감 경험률, 만성질환 유병률은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활동제한율* 또한 고소득층은 저소득층에 비해 훨씬 적은 비율인 것으로 나타났다.

* 활동제한율: 현재 건강 · 신체 · 정신적 장애로 활동에 제한을 받는 인구 분율

▲ 소득수준에 따른 주요 상병의 연령표준화와 유병률과 흡연율 (출처/ 포용복지와 건강정책의 방향, 한국보건사회연구원)
▲ 소득수준에 따른 주요 상병의 연령표준화와 유병률과 흡연율 (출처/ 포용복지와 건강정책의 방향,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의료 서비스 격차는 건강 불평등을 악화시킨다

소득이나 학력에 따라 건강 불평등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지역에 따라서도 건강 불평등이 발생한다. 보건의료 자원의 수도권 집중화 현상으로 인해 각종 사망률 지표에서 서울 등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불균형이 지속돼 지역별 건강 수준 격차의 고착화가 우려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이하 김 의원)이 지난 9월 보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치료가능 사망률’ 현황에 따르면, 충북은 2018년(47.0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가장 높은 치료가능 사망률(2016년 55.01명, 2017년 52.06명, 2019년 49.65명)을 보였으며, 서울은 2016년(42.2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가장 낮은 치료가능 사망률*(2017년 37.79명, 2018년 38.09명, 2019년 26.26명)로 나타났다.

* 치료가능 사망률: 의료적 지식과 기술을 고려할 때 치료가 시의적절하게 효과적으로 이뤄진다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조기 사망
 

▲연도별 치료가능 사망률 지역격차 비율 (출처/ 보건복지부)
▲연도별 치료가능 사망률 지역격차 비율 (출처/ 보건복지부)

또한 70개 진료권* 기준 상위 20%의 평균 수치와 하위 20% 평균 수치의 비를 나타내는 ‘5분위 지역 격차 비율’을 보면 2016년 1.474배, 2017년 1.482배로 늘다가, 2018년도에 1.394배로 다소 개선됐지만, 2019년 다시 1.450배로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올해 6월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을 통해, 2025년까지 치료가능 사망률을 10만명 당 30.7명으로, 5분위 격차 비를 1.27배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 의원은 “지역별 건강 수준의 격차가 고착되지 않도록 현재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의료취약지 거점의료기관 지정 및 운용 등을 포함해 △시설 △인력 △장비 등 보건 의료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다양한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의료 공급 및 이용의 불균형 문제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각 지역의 국립대 학교병원의 공공성 및 지역의료 지원 역할을 강화해 지역 거점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하는 한편, 공공의료 부문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장기간 근무할 의료인력을 안정적으로 양성해내는 방안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진료권: 어떤 의료시설 또는 의료시설군의 진료행위가 미치는 지역의 범위

 

건강 불평등이 생기는 이유는 뭘까?

이렇듯 건강 불평등 은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건강과 생활 습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건강 불평등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Kasier Family Foundation(이하 KFF)의 「Beyond Health Care: The Role of Social Determinants in Promoting Health and Health Equity, 2018」에 따르면, 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소 (Social Determinants of Health, SDoH)는 △경제적 안정성 △이웃과 물리적 환경 △교육 수준 △음식 △공 동체와 사회적 맥락 △건강관리체계로 구분할 수 있다.

▲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소 (출처/ Kasier Family Foundation)
▲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소 (출처/ Kasier Family Foundation)

KFF는 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소 다루는 것은 건강을 개선하고 건강 격차를 줄이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건강관리가 건강에 필수적이지만, 이는 상대 적으로 약한 건강 결정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흡연, 식단, 운동과 같은 건강 행동과 사회 및 경제적 요인 이 건강 결과의 주요 동인이며, 사회적 · 경제적 요인이 개인의 건강을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 (WHO)도 이러한 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소가 건강에 30~55% 정도 차지한다고 본다. 따라서 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소에 대해 다루는 것은 전반적인 건강 개선뿐만 아니라 사회적 · 경제적 불이익에 뿌리를 둔 건강 격차를 줄이는 데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건강 불평등,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건강 불평등의 완화를 방해하는 것은 건강을 개인화 하는 것이다. 건강의 개인화는 개인의 건강 문제 이유를 ‘그 사람’이 건강하게 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과도 같다. 이러한 시각을 바로 잡지 않는다면, 건강 불평등의 해결책은 각 개인의 부적절한 건강 행동을 교육 하거나 바로잡는 데에만 집중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건강을 챙기지 못한 각 개인을 탓할 수만은 없는 여러 사회적 맥락과 환경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렇 다면 건강 불평등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세계보건기 구(WHO)는 「세대 간 격차 해소 」에서 건강 불평등을 감소시키기 위한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김 의원은 “보편적인 건강 수준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모든 국민의 건강 수준 향상과 지역별, 소득별 건강 격차 해소 등 건강 형평성 제고를 위해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많은 관심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라며 “그 일환으로 생애주기별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는 정책을 세밀하게 마련해야 한다. 건강 불평등은 출생부터 지속해서 쌓이는 환경에 의해서 발생하고 있다. 계층별 격차 없이 출생부터 지속적인 건강 관리가 가능해야 한다. 정부는 생애주기별로 질병의 사전 예방 및 건강검진, 치료, 그리고 사후관리에 이르는 적절한 건강 정책이 투입될 수 있도록 정책을 수립하여 추진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도 건강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지난 1월, 보건복지부는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으로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Health Plan 2030 이하 제5차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제5차 종합계획은 △건강형평성 지표 관리 강화 △건강 영향평가 도입 추진 △해외 사례를 고려한 건강위해품목에 대한 건강 증진부담금 부과 수준 · 대상 연구 · 논의 등을 주요 과제로 정해 건강형평성 제고를 위한 △성별 △지역별 △ 소득별 건강 격차 완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건강수명의 소득 간 · 지역 간 형평성 확보를 위해 소득수준 상위 20%와 하위 20%의 건강수명 격차를 2030년까지 7.6세 이하로 낮추고 증가 추세에 있는 지역 간 격차도 2030년까지 2.9세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권덕철 장관은 “향후 10년간의 국가 건강정책의 목표와 방향을 담은 제5차 국민건강증 진종합계획 발표를 계기로, 국정과제인 예방중심 건강 관리 지원을 더욱 구체화하며, 모든 정책 영역에서 건강을 고려하는 건강 친화적 환경 구축을 위해 관련 부처와 지자체, 다양한 분야의 주체들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인간은 누구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원한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건강은 필수적이며 인간이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기도 하다. 팬데믹 시대, 나의 건강은 타인의 건강을 좌우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제는 건강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동체의 문제임을 인지하고 건강 불평등 문제에 주목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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