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혜탁의 트렌드 관찰기] 4050세대의 니즈, MZ세대가 꿰뚫다 〈10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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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혜탁의 트렌드 관찰기] 4050세대의 니즈, MZ세대가 꿰뚫다 〈1094호〉
  • 석혜탁 경영 칼럼니스트
  • 승인 2021.11.0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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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혜탁 경영 칼럼니스트 sbizconomy@daum.net
석혜탁 경영 칼럼니스트 sbizconomy@daum.net

어린애들 옷에 지쳤다면?”이라는 도발적인 문구를 던진 패션 플랫폼이 있다. ‘옷 잘 입는 40~50대의 옷장을 표방하는 4050 패션 앱 퀸잇이다. ‘여왕(Queen)’과 각광 혹은 선호를 뜻하는 잇(It)이 합쳐진 네이밍이다.

 

교수, 교직원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학보 독자가 학부생이나 대학원생인데 4050 트렌드가 웬 말이냐고 반문하는 이가 있을지 모르겠다. 이 앱의 주된 타깃 고객은 4050인데, 흥미롭게도 이 앱을 출시한 회사의 공동대표 두 명은 1989년생이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동기인 둘은 각각 굴지의 대기업과 법학전문대학원이라는 비교적 안정된 길을 박차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스타트업 근무 경험도 갖고 있으며, 몇 차례의 창업 시도가 실패로 귀착되기도 했다.

 

MZ세대라고 자기 세대의 트렌드만 좇는다는 법은 없다. 더구나 엄혹한 창업의 세계에서 핵심 고객군의 설정 과정에 창립자 개인의 세대론적 특성이 개입될 여지는 크지 않다. 퀸잇은 MZ세대인 창립자 연령대의 니즈가 아닌, 그의 어머니가 겪었던 불편에서 단서를 찾아 만들어진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퀸잇의 운영사 라포랩스의 공동대표는 어머니가 코로나19로 백화점과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옷을 사는 것이 어려워지자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려고 했던 지점에서 비즈니스의 기회를 간취한다. 대부분의 온라인 쇼핑몰들은 젊은 층에 특화되어 설계되어 있었고, 중장년층을 위한 맞춤 서비스는 태부족하였다.

 

퀸잇은 기존의 패션 앱과 확실히 차별화될 수 있도록 4050세대를 배려한 조치를 취했다. 글씨 크기를 키우는가 하면, 한 화면에 여러 개의 아이템을 보여주는 다른 앱과 달리 주된 상품만 노출되도록 했다. 회원가입 절차도 신속하게 만들었다. 불필요한 정보 입력을 최소화하여 몇 초 만에 회원가입과 로그인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유행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품질을 중시하는 장년층의 소비성향을 고려해 100% 정품 보장 정책을 실시했으며, 백화점 입점 브랜드로 40대 이상 여성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전화 상담도 평일 늦게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20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못한 4050세대에게 유달리 친절하지 않은 기존 쇼핑몰들의 상담 행태에 대한 반격이다. 장년층 패션쇼에 브랜드 의류를 기부하는 등 사회공헌활동 또한 업의 본질적 의미와 조응될 수 있도록 준비했다.

 

그 결과 거래액이 매달 300% 이상씩 성장했고, 소프트뱅크, 카카오벤처스 등 벤처캐피털(VC)로부터 165억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출시 1년도 되지 않아 누적 다운로드 170만 건을 돌파한 퀸잇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쇼핑 카테고리에서 최상위권 애플리케이션으로 오르는 개가를 올렸다.

 

커뮤니티기능도 탑재한 프리사이즈 패션 앱으로 중년 고객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푸미또한 MZ세대의 작품이다. 금속공예를 전공한 푸미의 창업자는 목걸이 형태의 돋보기가 각광받는 것을 보고, 중장년층 패션 산업의 성공 가능성을 포착했다. 푸미에는 서로의 패션을 공유하고 나아가서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는 커뮤니티 공간이 있다. MZ에게 익숙한 온라인상 커뮤니티를 4050세대의 특성에 맞게 변형한 것이다.

 

20206월 기준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통계에 따르면, 4050세대의 인구 비중은 3분의 1에 육박한다. 주민등록인구 평균 연령이 무려 43.4세로 2008년과 비교하면 6세 이상 늘었다. 4050 소비자들은 브랜드 이탈률이 낮아 충성도 높은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고, 객단가도 높은 특성을 보인다. 기업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고객층이다.

 

MZ세대의 감각, 창의성, 추진력 등으로 더 넓은 세대와 커뮤니케이션하다 보면 생각하지 못했던 시장과 기회의 공간이 열릴 것이다. 그런 점에서 퀸잇과 푸미의 사례는 특기할 만하다. 내 또래 세대에 갇히지 않은, 보다 확정된 시선이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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