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인의 인문학 이야기] 왕과곰 〈10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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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인의 인문학 이야기] 왕과곰 〈1094호〉
  • 권상인 예술학 박사
  • 승인 2021.11.0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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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인 예술학 박사 sikuwn@ks.ac.kr
권상인 예술학 박사 sikuwn@ks.ac.kr

BC 1,030년경 이스라엘 베들레헴이라는 작은 마을에 이새라는 농부가 살고 있었다. 그는 8명의 아들을 두었는데 막내아들 다윗의 양치는 솜씨가 돋보였으므로 인근에 칭찬이 자자하였다. 당시 이스라엘 들판 어디를 가나 사자, 곰, 늑대들이 숨어 있다가 양들을 공격해 물고 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다윗은 6살 때부터 양 먹이는 형들을 쫓아갔다가 맹수들의 습격을 수없이 경험했다. 어릴 때부터 모험심이 강하고 영리했던 그는 선한 목동이 되는 제1의 조건은 양떼를 들짐승들로부터 지켜내는 일이라 생각했 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돌팔매질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깨닫고 홀로 특별한 계획을 세워 남모르게 훈련하면서 성장했다.

당시 이스라엘은 아이들에 관한 교육제도가 아예 없었기 때문에 농촌에서는 주로 가정에서 육아했다. 남자 아이들 경우 대개 6세가 되면 양치기를 배우기 시작해 성장하면 목자가 되거나 혹은 농부가 되었다. 그러므로 다윗은 양을 몰고 들에 머무는 시간을 이용해 집중적으로 돌팔매질 연습을 하여 명중률을 높여가며 자랐다. 다윗이 돌팔매질을 시작한 지 어언 10년 세월이 흘러 16세가 될 때는 이미 돌팔매질의 고수가 되었다. 양 떼를 몰고 들로 나갔을 때 곰이 다가오면 잽싸게 앞으로 나아가 가로막고 돌팔매질로 두개골을 명중시켜 나자빠지게 할 정도였다. 10년 공부 끝에 드디어 백발백중의 돌 팔매질 명수가 되어있었다.

BC 1,013년 이스라엘의 숙적인 블레셋 군대가 이스라엘 서쪽 국경을 깊숙이 침범해 베들 레헴으로부터 20 떨어진 '소고'라는 땅에 진을 쳤다. 이스라엘군은 그 동쪽에 있는 상수리 나무 숲속에 방어선을 구축해 40일이나 대치 하고 있었다. 어떤 날 베들레헴 농부 이새가 막내아들 다윗을 불러 곡식 · 떡 · 치즈를 참전하고 있는 형들에게 가져다 주라고 지시했다. 다윗은 위문품 전달을 위해 당나귀를 타고 상수리 나무 숲에 도착해 형들을 만난 후, 호기심이 발동하여 최전선으로 나아가 적진을 바라다보았다.

그때 거구인 적의 장수 골리앗이 이스라엘 진영 앞으로 접근해 와 외쳐댔다. “너희들 중 힘 있는 한 사람을 선택하여 내 앞으로 보내라! 나와 싸워서 나를 죽이면 블레셋이 너희들 종이 되고 만일 내가 그를 죽이면 이스라엘이 블레셋의 종이 되기로 하자!” 쩌렁쩌렁한 그의 목소리가 계곡에 사무쳤지만 겁먹은 이스라엘 군사들은 모두 엎드려 벌벌 떨고만 있었기 때문에 전쟁터엔 침묵과 하얀 구름만 흘러가고 있었다.

다윗은 터지는 울분을 가라앉히며 블레셋 군의 싸움을 돋우는 거인의 행동을 면밀히 살폈다. 그는 2m가 넘는 장신에다 놋(구리와 아연의 합금)으로 만든 투구와 갑옷을 입었고 다리에도 놋으로 만든 각반을 차고 있었다. 어림 잡아 갑옷의 무게만도 40kg 정도이고 어깨엔 짧은 창을 메고 왼쪽 허리에 찬 칼집과 칼을 합산 하면 60kg이 넘는 중량임을 눈치로 계산했다. 무장의 상태가 겉으로 보기에는 굉장하지만 실은 그것이 몸을 재빨리 움직이는 데 지장을 주기 때문에 싸울 때는 오히려 최대 약점인 것을 다윗은 알아차렸다.

다윗은 양 떼를 몰고 들에 나갔을 때, 신장 2m에 체중 300kg이 넘는 검은색 수곰이 종종 나타나 양을 습격하던 장면을 떠올렸다. 그때 마다 돌팔매질로 양미간에 전두골을 정통으로 맞히면 그 충격으로 집채 같은 곰이 쓰러지는 순간을 틈타 달려들어 작은 손칼로 멱을 끊어 놓던 기억을 되살렸다. 사실 맹수들과 초지에 서의 싸움은 다윗에게 있어서는 일상적인 일이 었고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당시 이스라엘의 왕이었던 사울을 만나 거인 골리앗과 맞대결 하는 것을 허락받았다.

형들이 찾아와 울면서 만류했지만 밀치고 시냇가로 내려가 매끄러운 돌 5개를 골라 목자의 제구(팔매질에 필요한 돌을 넣는 주머니)에 넣었다. 또 적의 마음을 안심시키기 위해 작전상 막대기 하나를 손에 들고 거인 골리앗 앞으로 다가갔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100m쯤 되었을 때 물매(돌을 넣어서 돌리는 헝겊으로 된 긴끈)에 400g 정도의 돌을 올려서 달려갔다. 50m 정도로 가까워지자 물매를 빠른 속력으로 돌리며 달려 들어가 10m쯤에서 돌을 날려 유일 하게 노출된 양미간의 급소에 명중시켰다. 골리앗 이마에 돌이 파고들어 기절하여 쓰러지는 순간을 틈타 달려들어 골리앗의 칼집에서 칼을 뽑아 목을 절단하였다. 참으로 전광석화 같은 순간에 적을 제압하는 광경이 양군 앞에서 전개된 숨 막히는 장면이었다.

BC 1,013년경에 있었던 이 극적인 대결 이후, 13년의 세월이 흘러가 소년 다윗이 장성하여 BC 1,000년 이스라엘 왕으로 추대되었다. 그의 나이 30세 되던 해이다. 10년간 양치기 생활에서 오로지 야생의 맹수들로부터 양 떼의 안녕을 위해 전력투구한 10년간의 치열한 삶을 바탕으로 다윗은 드디어 이스라엘 민족의 영원한 메시아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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