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과 8월, 성추행 피해 여군 부사관두 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은 우리 시민사회에 공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폐쇄적인 군 사법체제에 대한 불신이 높은 상황에서 시민사회는 상관에 의한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공군 여군 부사관 이모 중사 사망사건의 수사 과정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지켜봐왔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 사건과 관련된 15명을 기소하는 등 38명에 대해 문책하기로 했지만, 기소자 가운데 초동수사를 담당했던 공군 20비행단 군사경찰과 군검사는 물론, 군검찰의 지휘 · 감독라인에 있는 공군 법무실장 등은 없었다. 책임론이 거셌던 부실 초동수사 담당자와 지휘부뿐만 아니라 강제추행을 방조하고, 허위보고를 한 혐의를 받아온 이들도 전부 기소되지 않은 것이다.
이 결과를 두고, 이모 중사의 아버지는 “딸의 명예와 저희 유가족뿐 아니라 군인을 희망하는 젊은 여성들, 그들의 부모들까지 좌절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군 사법 카르텔이 문제”라며 “수사 과정을 지켜 보면서 이미 수사결과에 대한 기대를 버렸다. 군사 기밀 외에 군대 내 폭력 사건은 민간에 이양해야 한다”라고 소리를 높였다.
이미 시민사회는 '상시 군사법원의 폐지' 에 뜻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은 병영문화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한 민관군 합동위원회 설치를 지시한 바 있다. 80여 명의 위원으로 출범한 합동위는 지난 8월 26일 평시 군사법원을 폐지 하라는 내용의 권고안을 의결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2020년 7월 발의된 「군사법원법 일부개정법률안」 심사과정을 마무리 해, 지난 8월 31일 의결에 이르렀다. 개정안에서는 성폭력 범죄, 군인의 사망 원인이 되는 범죄, 군인 신분 취득 전에 저지른 범죄 등에 대해 수사 및 기소를 포함한 재판권을 민간에 이관하게 하도록 했다. 특히 ‘심판관 제도’와 ‘관할관 확인조치권’을 폐지해 '제 식구 감싸기' 풍토를 없애기 위한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군사법원법 개정과 같은 정부와 군의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의 요구를 충족하지는 못하고 있다. 군의 성찰과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없다면, 시민사회는 군사 법원 폐지를 더욱 강하게 요구하고 나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