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빠른 자서전, 라이프 캐싱 〈10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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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빠른 자서전, 라이프 캐싱 〈1092호〉
  • 김주리 기자
  • 승인 2021.09.2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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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들

 

수강신청을 하러 PC방에 간 대학생 A 씨는 올클*한 수강신청 사이트 화면을 찍어서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렸다. 수강신청이 끝난 후 헬스장에 운동을 하러 간 A 씨는 운동을 하는 모습을 찍어서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공유했다. 운동을 마친 A 씨는 집에 가는 길에 우연히 만난 친구 B 씨와 밥을 먹으러 음식점에 갔다. 음식이 나온 후 A 씨는 B 씨를 태그 해 음식 사진 역시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렸다. 밥을 먹고 집에 간 A 씨는 강아지 산책을 위해 집 앞 공원으로 나왔다. A 씨는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모습을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통해 여러 사람들에게 공개했다.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는 B 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해 보고 싶어서 블로그를 시작했다. B 씨는 영화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적을 수있고 같은 취향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블로그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요즘 B 씨는 영화 외에도 매달 일상 이야기를 일기처럼 작성해 블로그에 업로드한다. 자신의 일상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동시에 주변 사람들의 일상을 알 수 있다는 게 블로그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또한 시간이 지난 후 블로그에 올린 글을 다시 읽어 보면서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는 점도 B 씨가 블로그를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이유 이다. 지금 보이는 상황들은 SNS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 올클: 'All Clear'의 줄임말로, 수강신청을 100% 계획대로 성공하는 것을 의미하는 신조어

 

다른 사람과 소통 및 교류(일상 공유) 위해 SNS 사용, 62.3% 차지

시장조사업체 DMC 미디어의 「2021 소셜미디어 시장 및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국내 소셜미디어 이용률은 89.3%로, 세계 평균(53.6%)보다약 1.7배 높았다. 한편, 올해 4월 기준 국내 소셜미디어별 방문자 수는 △유튜브(3천766만 명) △인스타그램(1천 885만 명) △페이스북(1천371만 명) △트위터(517만 명) △틱톡(301만 명) 등 순이었다. 특히 인스타그램은 △10 대 △20대 △30대 모두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소셜 미디어였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네이버 블로그 역시 소셜미디어로 분류된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5월 네이버 블로그 월간 이용자 수는 283만 명을 기록했다. 덕성여자대학교 심리학과 최성원 교수는 “SNS의 장점은 큰 부담이 필요한 인간관계를 적은 부담으로 폭넓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라며 “단지 내 동향을 SNS에 업로드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들과 소통이 가능하다. 서로 만날 시간을 만들지 않아도 좋아요나 댓글 하나만으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기 때문에 효율적인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DMC 미디어의 「2019 소셜 미디어 이용 행태및 광고 접촉 태도 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이유 중 ‘다른 사람과 소통 및 교류하기 위해서’가 62.3%를 기록했다. 즉, A 씨와 B 씨처럼 다른 사람들과 일상을 공유하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을 ‘라이프 캐싱(life caching)’이라고 부른다.

 

라이프 캐싱이란

pmg 지식엔진연구소 시사상식사전에 따르면, ‘라이프 캐싱’이란 개인의 일상을 타인과 공유하기 위해 자신의 기록과 일상사를 수집해 SNS 등에 공개하는 것으로, 주로 디지털 매체를 적극 활용하는 20~30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문화이다. 호서대학교 산업심리학과 김효정 교수(이하 김 교수)는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던 자기표현이 온라인으로 확장됐고, 나를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도 지인에서 불특정 다수로 확대됐다”라며 “이때 나를 알리기 위해 가장 적합한 것이 SNS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앞선 통계에 따르면 대략 10명 중 9명이 SNS 를 사용하며, SNS를 사용하는 이유가 다른 사람과의 소통 및 교류 때문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절반이 넘었다. 김 교수는 라이프 캐싱의 내면에는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욕구 △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 △자아 정체성 형성 심리가 작용한다고 전했다. 이어 “사람들은 자신의 일상을 하나의 이벤트처럼 공유하고, 해당 이벤트에 다른 사람들을 좋아요와 댓글 등으로 참여시켜 관심 받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킨다”라며 “다수가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소외당하고 싶지 않아 일상(정보)을 공유하기도 한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 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 흐름을 놓치거나 소외 되는 것에 대한 불안 증상

 

소셜미디어 플랫폼들도 다양한 서비스 출시해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은 이러한 트렌드에 대응해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의 '오늘 일기 챌린지'와 인스타그램 ‘스토리’가 대표적이다.

2003년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 블로그는 1초마다 7개의 글이 작성되는 등, 최근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 리포트에 따르면, 작년 블로거 수는 20대가 34.6%로 가장 높았고 30대도 28.5%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즉, 블로그 이용자의 약 70%가 MZ세대인 것이다. 장유진(자전 21) 학우는 “블로그는 주로 일상을 기록하는 용도로 사용한다”라며 “내 일상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고, 시간이 지난 후에 추억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블로그에 글을 작성한다”라고 말했다.

네이버 블로그는 지난 5월 ‘오늘 일기 챌린지’ 서비스를 공개했다. 오늘 일기 챌린지는 블로그를 통해 매일의 기록을 꾸준히 남기고 이웃과 공감을 나눠보자는 취지로 진행됐다. 오늘 일기 챌린지에 직접 참여한 오지민(경영 20) 학우는 “처음에는 블로그에 매일 일기를 쓰는 것만으로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받을 수 있어서 참여했다”라며 “하지만 블로그에 매일 일상을 기록하니까 하루를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고, (내) 블로그 활성화에도 도움이 돼서 꾸준히 참여해 네이버 페이 포인트를 받았다”라고 전했다.

앞서 말했듯이 인스타그램은 △10대 △20대 △3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다. 인스타그램은 2016년 8월 스토리 기능을 선보였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피드* 게시물과 다르게 24시간 동안만 공개되는 게시물이다. 피드에 올라가지 않으며 24시간이 지난 후사라지기 때문에 부담 없이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마케팅 분석 회사 '99firms'에 따르면,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출시 1년 후 1억 5천만 명의 사용자를 기록했으며 2017년 말에는 3억 명으로 2배 증가했다. 올해는 하루 5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이용할 정도로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대중화됐다. 양지연(경영 20) 학우는 “내 일상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사용한다”라며 “스토리는 24시간 후에 게시물이 사라지기 때문에, 부담 없이 내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피드 : 팔로워에게 공개하는 게시물

 

▲사진은 2020년 연령별 블로거 수 통계를 보여준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리포트)
▲사진은 2020년 연령별 블로거 수 통계를 보여준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리포트)
▲사진은 네이버 블로그 팀이 지난 5월 선보인 #오늘 일기 챌린지 홍보 화면이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팀 공식블로그)
▲사진은 네이버 블로그 팀이 지난 5월 선보인 #오늘 일기 챌린지 홍보 화면이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팀 공식블로그)

 

▲사진은 인스타그램 스토리 홍보 화면이다. (출처/ 인스타그램 공식 홈페이지)
▲사진은 인스타그램 스토리 홍보 화면이다. (출처/ 인스타그램 공식 홈페이지)

 

프라이버시 패러독스

한편, 라이프 캐싱은 자신의 일상을 불특정 다수에게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부작용으로 따라온다. 실제로 2018년 5천만 명의 페이스북 사용자 정보가 제3자에 의해 유출돼 논란이 일었다. SNS 사용자들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유하는 정보들은 △자신의 얼굴 △주변 지인 △거주지 △방문 장소 등 지극히 개인적인 것들이다. 따라서 개인 정보가 제3자에 의해 오남용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경영학회가 2019년에 발간한 「SNS 사용자의 자기노출 행동 동기요인」에서 저자는 “넓은 의미에서 SNS를 사용한다는 것의 의미 자체가 자신과 관련된 정보를 노출시키는 행동을 하는 것과 같다”라고 강조했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프라이버시 패러독스(privacy paradox)’란 프라이버시에 대한 태도와 관련 행동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설명하는 개념으로서, 프라이버 시에 대한 염려를 강하게 느끼면서도 동시에 거리낌없이 개인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노출하는 모순된 행동을 보이는 현상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일상을 공유함으로 인해 자신의 개인 정보가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이를 감수하고 개인 정보를 노출한다는 것이다. 해당 논문에서 SNS 사용자들은 소셜 활동을 함으로써 발생될 수 있는 잠재적 손실(개인 정보 노출)보다, 다른 사용자들과의 소통을 위해 자신의 개인 정보를 제공하거나 공유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훨씬 크다고 느끼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패러독스 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익명을 요구한 우리 대학 한 학우는 “물론, SNS에 일상을 올리면서 개인 정보가 유출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SNS에 일상을 공유하며 받는 좋아요나 댓글 같은 반응들을 보면 그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라며 “그리고 개인 정보 유출이라는 일이 나한테 일어날 확률이 낮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누구나 정보 제공자가 될 수 있어 …

‘개인 정보 노출 위험’이라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라이프 캐싱이 주는 이점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최 교수는 “정보의 소스가 다양해졌다는 것도 라이프 캐싱의 강점이 된다. 맛집이나 여행지 등의 정보에서 지상파나 출판물의 도움 없이도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라며 “누구나 정보의 제공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보사회의 새로운 민주화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라고 전했다. 또한 김 교수는 라이프 캐싱으로 인해 우리는 “삶의 기록을 증진시키며, 정보 제공 및 확산을 촉진시키고 실시간 반응 및 소통이 가능해졌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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