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혜탁의 트렌드 관찰기] 구독의 ‘이유’, 존재하지 않았던 카테고리의 탄생 〈10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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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혜탁의 트렌드 관찰기] 구독의 ‘이유’, 존재하지 않았던 카테고리의 탄생 〈1092호〉
  • 석혜탁 경영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9.2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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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혜탁 경영 칼럼니스트 sbizconomy@daum.net
석혜탁 경영 칼럼니스트 sbizconomy@daum.net

 

구매가 아닌 구독(subscription)’이 대세가 됐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에 따르면, 2023년에는 전 세계 기업 넷 중 셋이 구독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2025년 국내 구독 시장 규모는 약 100조 원, 글로벌 구독 시장 규모는 3000조 원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저명한 미래학자인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은 소유의 종말(원제 : The Age of Access)에서 소유권의 시대가 막을 내릴 것이라고 예견했다. 앞으로 경제 패러다임의 핵심은 물건에 대한 소유가 아닌 서비스와 경험에 대한 접속이 될 것이라는 견해다. 멤버십, 렌털, 정기배송 등의 형태를 띠는 구독경제접속의 시대(Age of Access)’를 견인하고 있다.
구독경제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카테고리를 만들어낸다.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동력은 구독의 이유. 일회적인 구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인 구독을 가능케 하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를 상실하면? 멤버십 해지로 이어진다.
가수 윤종신의 월간 음악 프로젝트인 월간 윤종신을 떠올리게 하는 월간가슴은 인더웨어가 선보이는 속옷 정기 구독 서비스다. 네이밍부터 눈길을 끄는 월간가슴은 편안한 아름다움을 지향하며, 무엇보다 고객들에게 매달 새로운 속옷을 선물 받는 느낌을 선사하고자 한다. 사실 여러 형태를 과감하게 구매하기 쉽지 않은 아이템이 바로 속옷이다. 이 서비스는 자기한테 편안하면서도 아름다운 디자인과 스타일의 속옷을 입어보고 싶은 니즈를 꿰뚫었다. ‘바디 포지티브(Body Positive)’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일반인 모델을 적극적으로 기용하고 있다는 점도 이채롭다. 아름다움과 건강함 두 가지 모두를 놓치지 않겠다는 행보다.
꾸까(kukka, 핀란드어로 꽃을 의미)꽃에는 룰(rule)이 없다라는 명랑한 문구로 꽃을 주고받는 것에 대한 그간의 인식 자체를 전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꽃을 주는 날, 대상, 이유, 의미가 굉장히 한정적이다. 꾸까는 이에 반기를 든다. 생일이 아니어도 꽃을 선물할 수 있으며, 연인이 아닌 친구 사이에도 주고받았을 때 좋은 것이 꽃이며, 나를 위해 선물할 수도 있는 것이 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꾸까는 경조사용 꽃이 아닌 일상의 꽃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했다. 국내 화훼업계의 브랜드 경쟁력이 낮은 것에 문제의식을 갖고, 꽃 산업 자체의 성장을 이끄는 데에도 역할을 하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에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해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하는 등 고객 체험의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93초짜리 유튜브 영상으로 면도기 시장을 뒤흔들었던 달러 셰이브 클럽(Dollar Shave Club, DSC)도 구독의 이유를 명확히 제시했다. DSC의 창업자인 마이클 더빈이 직접 출연한 이 영상의 조회 수는 27백만(20219월 기준)을 상회한다. DSC는 시중에 판매되는 면도기가 너무 비싸고 불필요한 기능이 많다는 점을 부각했다. 20달러를 내면 그중 19달러는 질레트의 광고 모델인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에게 간다며, 1달러를 내고 품질이 좋은 DSC 면도기를 이용하라고 권유했다. DSC는 이내 300만 명의 회원 수를 확보하게 됐고, 질레트의 시장 점유율을 10% 이상 하락시키는 저력을 과시했다. 질레트는 창사 이래 최초로 가격 인하 조치를 취했다. DSC는 결국 질레트의 모기업 프록터앤갬블(P&G)의 라이벌인 유니레버에 10억 달러에 매각된다.
이 외에도 일회용 콘택트렌즈 구독 서비스 허블(Hubble), ‘넷없왓있’(넷플릭스에는 없고 왓챠에는 있는)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왓챠, 맞춤형 화장품을 배송해주는 큐롤로지(Curology), 여성용 면도기 구독 커머스 빌리(Billie) 등 국내외 여러 업체들이 구독의 이유를 제시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구독이 일상화된 시대다. 당신의 구독, 그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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