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 편집국의 현주소와 미래 〈10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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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 편집국의 현주소와 미래 〈1090호〉
  • 박재우 기자
  • 승인 2021.08.30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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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 편집국의 현주소, 종이신문의 위기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20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1명만 종이신문을 읽는다. 20년 전에는 82.1%였던 열독률이 10년 전에는 44.6%였으니 예상했던 결과였다. 여기에 시사in이 실시한 여론조사 「가장 신뢰하는 신문 매체 응답」에서는 45.5%가 ‘없다/모름/무응답’을 선택했다. 악플보다 무서운 무관심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러한 현실에 맞춰 5, 6년 전 뉴욕타임스와 한겨레신문은 디지털 혁신보고서를 발표하고, 편집이 이뤄지는 뉴스룸을 전면 개편했다. 이는 종이신문이 직면해야 하는 거대한 변곡점 때문일 것이다.

 

(출처/ 『시사in』 2020년 신뢰도 조사)
(출처/ 『시사in』 2020년 신뢰도 조사)

종이신문의 열독률이 10% 밑을 향할 때, 영상 미디어의 대표 격인 유튜브는 대중들이 가장 신뢰하는 언론 매체 1위로 떠올랐다(『시사in』 2020년 신뢰도 조사, 전국 만 19세 성인남녀 1,000명 대상). 네이버는 11.4%의 신뢰도로, 유튜브(13.0%)에 이어 가장 신뢰하는 언론 매체 2위로 꼽혔다. 가장 신뢰하는 언론 매체로 유튜브와 네이버가 1, 2위에 오른 설문 결과는 기성 언론 매체에 달갑지 않은 사실이다. 전통 미디어 매체를 믿지 못해 포털과 SNS로 뉴스를 접한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2020 언론수용자 조사」)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2020 언론수용자 조사」)

 

물론 유튜브와 네이버가 레거시 미디어에 비해 독보적인 신뢰도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3위를 기록한 KBS(8.5%)부터는 모두 고만고만한 수치의 신뢰도를 기록하고 있다. 설문 결과는 정치 성향별 · 세대별로도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레거시 미디어에서 뉴미디어로의 완전한 전환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기성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갈수록 하락하고,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에 기성 저널리스트가 아닌 정치평론가, 작가, 유명인이 오르내리는 현실은 현직에 있는 언론인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데 충분하다.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2020 언론수용자 조사」)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2020 언론수용자 조사」)

 

앞서 종이신문의 열독률이 2002년 82.1%에서 2020년 10.2%로 줄었다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통계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같은 보고의 ‘종이신문 결합열독률 추이(2017~2020년)’에 따르면 대중들의 89.2%가 종이신문 이외의 미디어*를 통해 신문 기사를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성 신문 매체에 대한 관심과 신뢰도는 떨어졌지만, 기성 신문 미디어가 생산하는 기사에 대한 관심이 여전한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몇 년간 이어져 온 신문 매체의 위기와 기성 미디어에 대한 신뢰도 하락, 한국 언론에 대한 불신 등 한국 미디어는 혁신을 요구받아 왔다. 전통 미디어가 흔들리고 대중들로부터의 신뢰를 잃게 된 데에는 복잡한 사회적 문제가 얽혀 있다. 그중에는 신문이라는 매체가 예전처럼 읽히지 않아, 발행 부수와 열독률의 하락에 따른 언론사 수익 구조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것이 크다. 그러나 앞선 통계에서 볼 수 있듯이, 신문이라는 매체가 시대의 변화를 맞이한 것이지, 신문이 생산했던 ‘뉴스’에 대해서는 시민들이 여전한 관심과 수요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본지는 미디어 지형의 변화로 흔들리는 신문 매체가 겪는 상황과 혁신 방향성을 짚어봤다.

*데스크톱, 노트북 등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 PC, TV 인공지능 스피커(클로바, 카카오미니C, NUGU, Genie) 등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2020 언론수용자 조사」)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2020 언론수용자 조사」)

 

신문 저널리즘의 위기

미디어 융합 연구소 박혜영 선임연구원(이하 박 선임연구원)은 신문 이용량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언론인 △미디어 △기사 신뢰도 등을 제시했다. 이러한 변수를 고려해 논의된 바에 따르면, △보도의 정확성과 공정성 하락 △언론사 이기주의 △언론인의 전문성 부족이 신문 저널리즘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해석이다. 이는 신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저널리즘 자체의 위기이기도 하다. 박 선임연구원은 신문의 위기를 분석하며 미디어 대체 가설을 인용한다.

 

미디어 대체 가설

미디어 대체 가설이란 미디어는 기존의 미디어에서 점진적 변형을 꾀한다는 언론학자 로저 피들러의 이론이다. 이 이론은 전통 미디어가 인터넷의 발달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설명해왔다. 인터넷은 전통 미디어의 뉴스를 대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스마트폰의 출현으로 더욱 심화되고 복잡해졌다. 스마트폰이 기존 미디어가 지닌 기능을 하나의 기기에서 제공 가능하게 했고 수용자는 스마트폰을 뉴미디어로 인식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수의 미디어 연구에서도 미디어 대체 가설을 채택해 뉴미디어 이용에 대한 분석과 결론을 이어왔다. 예를 들어 △뉴미디어 이용량이 증가하면 기존 미디어의 이용이 감소하는 부적 관계 △뉴미디어 이용량이 증가하면 기존 미디어 이용량도 같이 증가하는 보완적 관계 △뉴미디어와 기존 미디어 사이에 경쟁이나 보완 관계가 발견되지 않는 경우 등이 있다. 이처럼 뉴미디어와 기성 미디어 사이의 관계는 다양하며, 복잡하고 중첩적이며 동시다발적으로 얽혀 있다.

미디어 대체 가설은 실제 포털미디어가 종이신문을 대체하는 경향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20~30대에서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강하게 나타난다. 한국언론학보의 한 연구에 따르면, 신문이 밀려난 자리를 포털사이트와 인터넷 매체들이 채우고 있다. 신문뉴스의 이용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모바일 뉴스 이용량은 2013년 101분에서 점차 증가해 2017년에는 127.28분에 이르렀다. 한편, 모바일뉴스 이용량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에서 모바일 뉴스 이용량을 늘릴 때 신문 뉴스 이용량 역시 증가하는 매개적 효과가 나타났다. 모바일 뉴스와 신문 뉴스가 미디어 이용 간 보완 관계에 있다는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비춰, 신문사가 디지털 혁신을 꾸준히 추구하고 성과를 낼 때, 모바일뉴스 이용량이 신문뉴스 이용량의 증가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문사 편집국의 미래,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대중들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종이에서 스크린(모니터, 스마트폰, 태블릿 등)으로 바뀌면서 사람들은 지면의 긴 글보다 화면의 적당한 길이와 깊이에 들어간 글을 선호하게 됐다. 이런 현실에서 종이신문이라는 매체가 다시 각광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신문기자는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서도 ‘신문 기자’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어떻게 자신의 기사를 많이 읽게 할 것인 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도 풀어나가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신문 산업이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다시 정상적인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어떤 방향성을 세우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까?

 

디지털 저널리즘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저널리즘 보고서 이후 한국의 많은 언론사들이 뉴스룸과 편집국을 디지털, 뉴미디어 환경에 맞춰 변화했다. 그런데,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심석태 교수(이하 심 교수)의 전언에 따르면 언론의 디지털 혁신은 1990년대, 2000년대 초반에 이미 일반화된 얘기라고 한다. SBS의 ‘스브스뉴스’, ‘비디오머그’, 데이터 저널리즘 마부작침부터 한겨레신문의 디지털 후원제, 한국일보 유튜브 ‘프란’ 등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디지털 저널리즘 논의가 20년이 지나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신문 산업이 디지털 혁신을 하지 않아도 되는 현실이기 때문이라는 심 교수의 지적이다. 디지털 혁신이 급하지 않고 절실하지 않다는 의미다. 심 교수는 디지털 세대가 언론사의 구성원이 되어도, 이전 신문사의 환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기자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구조적인 문제(신문 문법을 고집하는 편집국 분위기, 불안정한 수익 구조로 인한 뉴미디어 인력 부족, 중견기자의 이탈로 인한 뉴스룸의 전문 인력난 등)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혁신

흔히들 디지털 혁신의 사례로 뉴욕타임스를 예로 든다. 2014년 디지털 저널리즘 혁신 보고서를 낸 이후 높은 온라인 구독자 수(750만, 2020년 기준) 와 독보적인 매체 신뢰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등장한 지 오래된 디지털 후원제, 뉴스레터부터 최근 인터렉티브 기사까지 다양한 디지털 혁신을 시도하고 성과를 거두고 있다. 물론 영어권 언론인 뉴욕타임스는 언어적 이점으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온라인 구독자를 모을 수 있기 때문에 편집국의 디지털화에 유리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의 디지털화는 편집국의 방향성을 근본적으로 활자에서 디지털로 바꾸는 노력을 지속해 온 것에 크게 기인한다. 뉴욕타임스는 뉴미디어 환경에 맞게 내러티브(narrative) 저널리즘을 끊임없이 추구해왔다.

 

▲사진은 뉴욕타임스가 2013년 발행한「Snow Fall」인터랙티브 기사다. (출처/「뉴욕타임스」)
▲사진은 뉴욕타임스가 2013년 발행한 「Snow Fall」 인터랙티브 기사다. (출처/ 「뉴욕타임스」)

 

명대신문의 디지털 혁신

지난달 명대신문은 뉴미디어부를 신설했다. 대학 학보사들이 △SNS △웹페이지 △유튜브를 활용해 미디어 혁신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명대신문도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시작은 독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인스타그램을 활성화하고, 사진 기획을 추진한 것이다. 그 노력으로 1089호에 「교육복합시설 미리보기」 기사가 실렸다. 많은 학우들이 2년 동안 공사가 이어져 온 교육복합시설이 어떻게 완공됐는지 궁금해했을 것이다. 명대신문은 오랫동안 교육복합시설에 대한 기획 기사를 작성해왔지만, 해당 시설을 시각적인 방법으로 학우들에게 전달한 적은 없었다. 이처럼 명대신문도 독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독자들이 자주 소통하는 방식으로 전달하고 있다.

 

뉴미디어의 문법으로 기자의 전문성을 드러내야

신문 이용량을 높이기 위한 대안에 대해서 미디어융합연구소 박 선임연구원은 한국언론학보의 「신문이 사라지는 이유 : 저널리즘 VS. 미디어 대체 가설」에서 ‘신문의 온라인 디지털 영역으로의 확장에서 기자의 전문성이 드러나는 기사의 질로 승부를 봐야 한다’라고 제안한다. 전체를 조망하는 신문의 장점을 살려, 언론인은 △전문직 규범 △공익성 △공익 구현의 가치를 통해 전문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 권력을 비판하고 그 권력의 정당성을 해석하는 역할을 수행할 때 신문 뉴스의 이용량은 증가할 수 있다.

기성 신문 매체들은 디지털 지형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디지털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014년 디지털 혁신보고서를 발표한 후, 오랜 디지털 적응 기간을 거쳐 스토리텔링 기사, 인터렉티브 기사에서도 기사의 전문성을 제고했다. 한국의 신문 매체 역시 범람하는 뉴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위기를 맞고 있지만, 변화하는 저널리즘 환경에서도 혁신과 기본을 지킨다면 새로운 미디어 지형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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