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인의 인문학 이야기] 난세의 능신(能臣) 〈10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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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인의 인문학 이야기] 난세의 능신(能臣) 〈1090호〉
  • 권상인 예술학 박사
  • 승인 2021.08.30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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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인 예술학 박사
권상인 예술학 박사

왜구란 일본 세토내해 · 사카이로부터 큐슈의 이키 · 마츠우라 · 고토(五島) · 대마도 등지를 거점으로 한 왜인들의 해적대를 말한다. 대개는 거상들이 도적 떼를 조직해 나가사키의 고토와 대마도 서쪽 아소 만에서 훈련을 마치고 한반도에 주로 투입됐다. 강탈하는 주 품목은 △곡식 △가축 △문화재 등이지만 양민들을 노예로 팔기 위해 사로잡기도 하였다. 이들 대부분은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에 팔아넘기고 귀국할 때는 말쑥하게 차려입어 도적의 신분을 감췄다.

한반도에 왜구의 출현은 공민왕(1350년경) 때를 전후한 시기였지만, 왕이 실정하여 군사적으로 외적을 물리칠 능력을 상실하면서부터 왜구들은 들쑤셔놓은 땡삐들처럼 달려들어 고려의 방방곡곡을 침탈하여 초토화시켰다. 고려가 무너질 때까지 전국 160곳이 여러 차례 강탈당했는데, 심지어는 바다와 멀리 떨어진 내륙지역인 △강원도 평강 춘천 △충청도 충주 단양 △경상도 상주 거창 함양까지 쑥대밭이 돼 백성들은 도탄에 허덕이게 됐다. 옛부터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는 기능을 상실하면 죄 없는 백성만 곤욕을 치르게 될 수밖에 없다.

조선이 건국된 후 추존된 목조(穆祖)가 고려 고종 41(1254)년경 호남의 전주에서 호족으로 살고 있었다. 그는 지역의 벼슬아치들과 갈등 하였으므로 그를 따르는 170여 명의 백성을 데리고 의주(현 원산만 남쪽지역)로 옮겨와 살게 됐다. 이때 동북면에 살고 있었던 백성들도 크게 호응했음으로 고려에서는 목조를 이 지역 병마사로 임명하여 원나라의 군사 또는 여진 족들의 침범을 방어토록 했다. 이가 후에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의 고조할아버지이다. 뒤를 이어 △익조 △도조 △환조, 조선을 개국한 태조까지 도합 5대를 내려오면서 지금의 함흥지역을 중심으로 동북면을 방어하는 보루 역할을 감당하였다.

공민왕4(1355)년 환조 이자춘이 개성에 와왕을 알현하니 그간 노고를 치하하고 대중대부 사복경으로 임명하여 집 한 채를 하사했음으로 개성 사람이 됐다. 공민왕 21년 4월 환조가 죽었고 이보다 앞서 환조의 부인 최 씨가 고려 충수왕 4(1335)년 10월 11일 영흥부(현 함흥)에서 훗날 조선 태조 이성계를 낳았다.

그는 유년 시절부터 빼어난 활 솜씨로 사람 들을 놀라게 했다. 담장 위에 나란히 앉아있는 까마귀 다섯 마리를 하나의 화살에 꿰었다는 『태조실록기록』을 보면 그는 실로 타고난 활 솜씨에 의지하여 천하를 얻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왜구들과 대치된 상황에서 적장을 많게는 10여 명이나 안면을 쏘아 떨어트림 으로 적진의 사기를 꺾어 궤멸시켰다. 이런 전술은 신궁의 솜씨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고려의 영원한 화두는 고구려 옛 영토를 수복하는 것이었다. 바야흐로 몽고가 극도로 쇠잔해진 반면 명나라가 태양처럼 솟아오를 때를 즈음하여, 만주 중심 지역에 생긴 일시적 공백기를 틈타 공민왕은 건국 이후 처음으로 옛 고구려의 실지를 회복하기 위해 북벌을 단행했다. 공민왕 19년 1월 이성계에게 명하여 함흥에 주둔한 쌍성총관부에 기병 5천과 보병 1만으로 만주를 공격케 했다. 평안도와 함경도 경계에 있는 황초령과 그 북쪽의 설한령을 은밀하게 넘어 지금의 만포진에서 압록강을 건너 고구려의 옛 수도 황성(옛 명칭: 집안)을 거쳐 고구려가 일어난 땅 우라산성(졸본·지금의 환인지역) 을 점령했다.

 

실로 광활한 국토의 수복이었다. 북으로 심양, 동으로 연해주, 서쪽은 요하를 경계로 한 광범위한 지역을 점령한 것이다. 그러나 이때 이성계 군단은 동년 12월 동절기의 추운 날씨와 군량미가 떨어져 점령을 유지하지 못하고 퇴각했다. 실로 천재일우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여 고구려 옛터가 영원히 중국의 영토가 돼버 렸다. 왜구의 침범으로 난장판이 돼버린 당시 정국을 수습하고 고구려 실지회복을 위해 만주를 정벌한 이성계! 그는 난세의 능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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