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대산대학문학상 소설 부문 당선자 이재은(문창 18) 학우를 만나다 〈1088호(종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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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대산대학문학상 소설 부문 당선자 이재은(문창 18) 학우를 만나다 〈1088호(종강호)〉
  • 한지유 수습기자 / 한혜성 수습기자
  • 승인 2021.06.07 08: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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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 가장 깊은 곳을 들여다보는 소설가 '이재은'

“먼 곳에 있는 이야기보다는 가깝고 낮은 곳에 있는 존재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권력과 부 같은 거대한 이야기보다는 일상에서 만나볼 법한 소소한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소설가가 있다. 사랑과 일상의 힘을 믿는 소설가, 이재은(문창 18) 학우를 본지가 만나봤다.

 

Q. 안녕하세요, 우선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문예창작학과 18학번 이재은입니다. 2020 대산대학문학상 소설 부문으로 당선되었고, 계간 『창작과 비평』 2021 봄호에 수상작이 실렸습니다.

소설 『마음과 생활』

 

▲사진은 『창작과 비평』 2021 봄호에 실린 이재은 학우의 소설 『마음과 생활』 갈무리다.
▲사진은 『창작과 비평』 2021 봄호에 실린 이재은 학우의 소설 『마음과 생활』 갈무리다.

Q. 당선작은 어떤 주제의 소설이고, 이러한 주제의 소설을 쓰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을까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마음에 관한 소설입니다. 오래전 집을 떠난 엄마와 딸의 관계를 비추고 있습니다. 화자는 오렌지 잼을 만들다가 엄마의 전화를 받습니다. 잼을 만드는 일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일인데요, 화자의 성격상 평소였다면 하지 않았을 일이기도 합니다. 엄마의 이사를 돕는 것을 계기로 화자는 오랫동안 묵혀왔던 자신의 마음속 가장 깊은 곳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각각의 생활은 지속되죠. 화자의 ‘생활’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되는 소설은 ‘마음’의 과정을 거쳐 다시 ‘생활’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작은 변화의 기미를 느끼며 마무리됩니다. 엄마와 딸의 관계에는 보편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복잡다단함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소설에 담고 싶었습니다.

Q. 대산대학문학상 응모작에 ‘가족’을 주제로 한 소설이 많았다고 합니다. 가족이라는 주제는 상당히 상투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데요. 이런 비슷한 주제의 소설 그리고, 주제적인 한계에 어떠한 차별점을 두려고 어떻게 노력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크고 굵직한 사건을 위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는 다는 점이 이 소설의 차별점이라 생각합니다. 특별히 무언가를 피하면서 쓰지는 않았고, 화자가 느끼는 마음의 궤적을 최대한 그대로 따라가 보는 데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Q. 『마음과 생활』은 심사위원들에게 ‘감상은 인물 속에 가라앉히고 뻔한 세부는 덜어내고 서술에 적절한 선을 지킨 세련미’가 있다고 평가받았는데요. 심사평을 처음 봤을 때, 어떤 느낌이 드셨나요?

심사평을 읽고 벅차서 몇 번이고 소리 내어 읽어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내가 너무 작은 이야기만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고 있던 시기에 당선 소식과 함께 들은 말이어서 더욱 커다란 위로와 용기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소설을 쓰면서 집중하는 부분을 알아 주신 것에 감사했습니다.

 

소설가, 이재은

Q. 언제부터 소설가를 꿈꿨고, 소설가를 꿈꾸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고등학교 2학년 무렵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소설가를 꿈꿨던 적은 없었고, 글을 쓰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은 막연히 했습니다. 무언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면 바로 부담감을 느끼는 성격이어서 거리를 두려고 노력합니다.

Q. 문예 창작을 취미로 남길 때와 그것이 일이 되는 것은 느낌이 다를 것 같습니다. 심적 부담감도 꽤 클 것 같은데요. 문예 창작을 직업으로서 준비하는 과정에 관해서 평한다면,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좋아하는 일이 해야 하는 일이 되었을 때 느끼는 괴리감은 어떤 장르든 같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무언가 되고자 결심하면 자연스레 부담감이 따라오는 것 같아요. 잘하고 싶으니까요. 저는 게으른 완벽주의자인데요, 최근에는 건강한 삶을 위해 느슨 하게 생각하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소설을 쓰는 일이 지금 저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지만, 언젠가 제가 다른 일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습니다. 타성에 젖지 않으려면 의식적인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그게 무언가를 지속하게 하는 힘이 되어줄 거라 믿고요.

Q. 자신이 쓰는 소설이나 문학 작품의 창작 세계에 관해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제 막 발을 떼서 연차가 더 쌓이면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의 구원이 되는 이야기들에 푹 빠져 있는데, 이는 사랑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제 안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 사랑의 형태는 다양하겠지요. 먼 곳에 있는 이야기보다는 가깝고 낮은 곳에 있는 존재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아는 이야기를쓸 때 자신감이 생깁니다.

Q. 본인이 소설을 쓰실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저에게 쓰고 싶다는 동요를 일으키는 것은 문득 떠오른 하나의 문장입니다. 문장에서 출발해 그 문장에 어울리는 인물과 이야기를 상상하면서 소설을 써나갑니 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저는 소설에서 문장을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Q. 소설을 쓰시면서 힘들 때도 있고 행복할 때도 있으실 것 같아요. 소설을 쓰면서 가장 기쁠 때가 있다면 언제인가요?

초고를 쓰고나서 느끼는 해방감이 첫 번째로 떠오릅 니다. 한 편의 소설을 완성한 직후에는 내가 만든 소설속 세계와 거리를 두는 것이 어려운데, 반대로 생각하면 그건 내가 쓴 글에 대한 애정이기도 하니까요. 또, 평가를 듣는 것은 항상 무섭지만, 누군가 정성스러운 피드백을 남겨줄 때 행복합니다. 칭찬이면 더 좋고요.

Q. 소설을 쓰다 보면 많은 등장인물을 창작하게 되실 텐데, 이 작품에서 본인이 가장 애정하는 등장인물은 누구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1인칭 소설이다 보니 아무래도 신경 쓰이는 것은 화자인 ‘나’ 입니다. “내가 앉아 있는 자리에서 희미한 오렌지 냄새가 났다”라는 문장으로 이 소설이 끝나는데, 명확하게 낙관적이지 않더라도 자신에게 찾아올 다음의 순간을 기다리는 화자의 태도가 좋아요.

Q. 자신의 작품이 독자에게 어떤 감동이나 울림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제 글이 읽는 사람에게 사적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수단이 될 때 더할 나위 없이 기쁩니다. 첫 소설을 발표하고 난 뒤 피드백들을 열심히 찾아봤는데, 긴장도 파격도 없는 이 소설에서 여운을 느꼈다는 감상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이 소설을 쓸 때 생각한 소기의 목적이기도 했습니다.

 

나, 이재은

Q. 평소 롤모델로 삼는 인물이 있으신가요?

없습니다. 저는 제 삶의 영웅보다는 주변 사람들에게서 닮고 싶은 점을 찾는 편입니다. 저마다 강점과 장점이 있으니까요. 최근 주변 사람들에게 당선 소식을 전했을 때가 생각이 나네요. 살면서 가장 많은 애정을 느낀 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저도 누군가의 행운을 선뜻 축하해 줄 수 있는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Q. 여태까지 많은 소설을 읽으셨을 것 같아요.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 있다면 어떤 소설이고, 그 소설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도 간략하게 말씀해주세요.

너무 많은데요. 이 순간 떠오르는 소설만 말씀드려 보자면, 한강의 『작별』, 레이먼드 카버의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루시아 벌린의 『청소부 매뉴얼』이 있고요. 강화길, 김애란, 윤성희, 이주란 소설가를 좋아합니다. 그 밖에도 정말 많은데 생각이 나지 않네요. 저는 주로 저를 울게 하거나,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을 동경합니다.

Q. 소설 외의 취미나 관심사가 있으실 것 같아요. 혹시 취미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요즘은 드라마에 빠져 있습니다. 최근 방영하는 드라마들을 거의 다 챙겨보고 있습니다. 또, 작년부터 달리 기를 시작했는데요. 건강한 취미를 가져본 것이 처음이라 뿌듯함을 느낍니다. 특히 덥거나 추울 때 달리는 것을 좋아해요. 이상하게 날이 좋을 때는 집에 누워있고 싶고, 폭염이나 한파가 찾아오면 나가고 싶어집니다.

 

대학, 그리고 진로

Q. 대학에 다니시면서 많은 일이 있었을 것 같은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화나 경험이 있을까요?

입학한 해에 매일매일 등교하던 길이 가장 먼저 떠 올라요. 지금은 어떻게든 공강을 만들지만, 일학년 때의 저는 평일 내내 통학을 했습니다. 남들보다 늦게 학교에 입학해서인지 학교라는 공간에 애정이 큽니다. 집 앞 정류장에서 674번을 타고 연희104고지에 내려서 7611번 버스로 갈아타고 학교에 가는데요, 가는 길에 유독 막히는 구간이 있습니다. 그때 창밖을 보며 여러 생각을 했어요. 소속감이 생긴 것이 소중하고 기뻤고, 돌아보면 느껴지는 막연한 불안함도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됐고, 저는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있어요. 더는 그런 풍경을 볼 수없다는 사실 때문에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Q. 우리 대학 문예창작학과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을 한 가지 꼽자면 어떤 게 있을까요?

전공 수업에서 만난 모든 교수님들과 학우님들이요. 함께 글을 쓰는 학우 분들에게 동료애를 느낍니다. 표현하지 못했지만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치열하면서도 느슨한 강의실 분위기가 게으른 저에게는 글을 쓰게 하는 동력이 됐습니다.

Q. 진로와 창작에 대해 고민하는 같은 과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조언보다는 같이 고민하는 처지에서 말씀드리자면, 기회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웃풋이 있을 때 당황하지 않으려면 비축분이 많아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유 있는 사람이 이 환경에 적합한 것 같기도 하고요. 들려오는 소식에 쉽게 조바심을 느끼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Q. 평소에 다음 소설은 어떤 주제로 쓸지 고민이 많으실 것 같아요. 혹시 생각하고 있는 작품이 있다면 어떤 배경인지 간략히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연애 소설을 써보고 싶어요. 요즘 자꾸만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찾게 됩니다. 환상을 기반으로 한 소설도요. 이렇게 말하고 보니 지금 제 현실이 녹록지 않은가 봐요.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당선 소감에 “지면에 생긴 저의 자리에 책임감을 느끼며 선한 글을 쓰겠다”라는 말을 적었었는데요, 그것이 저의 초심이자 목표입니다. 잘 쓰고 싶고, 지금의 과정을 잘 견디어 오래 살아남아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 힘을 선한 곳에 쓰고 싶어요. 무력감을 느꼈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보면 부끄러울 신인의 패기를 적어봅니다. 그러기 위한 저의 계획은 미루지 않고 소설 쓰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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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2021-06-07 18:18:50
멋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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