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만에 스토킹처벌법 국회 본회의 통과 〈10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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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만에 스토킹처벌법 국회 본회의 통과 〈1087호〉
  • 박재우 기자
  • 승인 2021.05.24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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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스토킹 처벌, 피해자 보호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

지난 3월 24일, 「스토킹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1999년 국회에서 스토킹처벌법이 발의된지 무려 22년 만이다. 그동안 스토킹은 ‘경범죄’로 분류되어 피해자가 신변에 위협을 느끼는 수준의 스토킹이더라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최대 과태료 10만 원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지난 3월 23일 전 국민을 충격과 공분에 빠뜨렸던 노원구 스토킹 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태현은 스토킹 살인이라는 범죄에도 불구하고 ‘살인죄’를 적용받는다.

이번 법안의 통과로 ‘스토킹’이 범죄로 규정되고, 가해자에게 최대 징역 5년형을 부과하는 등 스토킹 범죄의 중대성에 걸맞는 처벌 조항이 신설됐다. 법안의 세부 내용으로 △스토킹 행위에 대한 정의 규정을 새로 마련 △범죄 과정에서 흉기를 이용하면 최대 징역 5년형 △각 지방검찰청에 스토킹 범죄 전담 검사 지정 △경찰도 전담 사법 경찰관을 지정해 전문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명시 등이 있다.

그러나 스토킹 피해자의 두려움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스토킹 범죄가 온 · 오프라인을 망라해 다양한 수법으로 지속 · 반복해서 이뤄지고 있는데, 스토킹처벌법에는 ‘사이버 스토킹’에 대한 규정이 없어 고도화된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이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스토킹 범죄는 반의사불벌죄*에 속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하면 기소와 재판이 불가하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본지가 22년 만에 제정된 스토킹처벌법의 △제정 배경 △의의와 한계 △정치권의 후속 법안과 조치에 대해 하나씩 짚어봤다.

* 반의사불벌죄: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기소할 수 있지만, 피해자가 범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기소할 수 없고 기소한 후에 그러한 의사를 표시하면 형사재판을 종료해야 하는 범죄

 

▲사진은 지난 3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 의결되는 모습이다. (출처/ 정의당 장혜영 의원 페이스북)
▲사진은 지난 3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 의결되는 모습이다. (출처/ 정의당 장혜영 의원 페이스북)

 

스토킹 범죄에 대해 커져왔던 경각심

그럼에도 경범죄로 분류되어 왔던 스토킹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완수 의원이 지난달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통계에 따르면, 경찰에 접수된 스토킹 신고 건수는 지난 2018년 2,772건에서 2019 년 5,468건으로 1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 들어 스토킹 범죄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면서 신고가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4,515건으로 다소 감소했지만, 스토킹 범죄에 대한 사회적 불안은 여전했다.

이러한 사회적 불안에도 불구하고, 스토킹은 그동안 경범죄 처벌 조항인 '지속적 괴롭힘'으로 분류되어 범죄의 중대성에 상응하는 처벌이 어려웠다. 노상방뇨와 동일한 수준인 10만 원 이하 벌금이나 구류에 그쳤다. 실제로, 지난해 신고된 스토킹 범죄 4,515건 중 4,027건 (89.2%)은 현장에서 가해자에게 주의를 주거나 피해자에게 스토킹 고소 절차를 안내하는 등의 수준으로 사건이 종결됐다. 나머지 488건조차 ‘경범죄 처벌법’에 따라 1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 정도의 처벌에 그쳤다.

그동안 스토킹 범죄를 가볍게 처벌하는 것이 부적절 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그 가운데, 지난 3월 24일 스토킹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는 지난 1999년 제15대 국회에서 스토킹에 대한 처벌법이 처음 발의된 이후 22년 만이다.

스토킹처벌법 통과에 대해 경기도에 거주하는 ㄱ 씨는 “수많은 스토킹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야, 스토킹처벌법 제정이 이뤄진 것에 대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건가’하는 아쉬움이 들지만, 이제라도 법안이 통과돼서 다행스럽다”라고 말했다.

 

스토킹 범죄를 법적으로 규정하고

실질적인 처벌을 마련하는 스토킹처벌법

 

지난 3월 24일, 국회에 발의된 지 22년 만에 통과된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 행위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주거 · 직장 등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물건 등을 도달하게 하거나 주거 등 또는 그 부근에 물건 등을 두는 행위로 규정했다. 이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행할 경우 스토킹 범죄로 분류하고, 가해자에게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 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흉기나 그밖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 혹은 이용한 스토킹 범죄 가해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스토킹 범죄로 발전할 우려가 있거나 긴급응급조치가 요구되는 경우에는 경찰이 접근 금지 등 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ㄱ 씨는 “흉기를 사용했을 때 징역 5년형이면, 흉기를 사용하지 않았을 때에는 처벌이 약해질 수 있다는 건데, 흉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피해자가 충분히 공포에 떨며 살게끔 만드는 게 스토킹이라고 생각한다”라며 후속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첫발을 내딛은 스토킹처벌법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적 조치는 부족해

 

법안 통과로 스토킹에 대한 규정과 처벌이 명시됐지만, 다양한 형태로 반복해서 이뤄지는 스토킹을 예방하고, 스토킹 가해자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안전장치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스토킹 범죄는 개인의 삶에 깊숙이 침투하는 범죄인만큼 피해자의 가족과 주변인들 역시 범죄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울산 김홍일 살인 사건’과 ‘김태현 스토킹 살인 사건’의 가해자들은 피해자뿐 아니라 피해자 가족에게도 범죄를 저질렀다. 이러한 현실에도, 이번에 제정된 스토킹처벌법에는 관련 처벌 규정이 미비하고, 보호 조치 마련에도 소홀한 실정이다.

현재 피해자가 경찰에 스토킹 범죄를 신고해도 스토킹 행위자에게 100m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를 내리는 것이 최선이다. 그마저도 스토킹 가해자에게는 형사 처벌이 아닌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뿐이다. 실질적으로 가해자의 접근을 완벽히 차단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피해자가 수사기관의 심사 없이 법원에 바로 보호명령을 청구할 수 있는 피해자 보호명령 제도 역시 법안 심사 과정에서 제외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피해자뿐 아니라 가족이나 동거인 까지 포함한 보호절차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스토킹처벌법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사람만을 ‘스토킹 범죄의 피해자’로 인정한다. 따라서 피해자의 동 거인과 가족은 스토킹 행위의 대상일 뿐 실질적인 보호 조치의 대상이 아니다. 반면 미국의 경우 ‘피해자와 그가족의 생명 또는 신체’를 보호의 대상으로 명시하고 자녀의 학교까지도 접근금지명령의 대상에 포함된다.

스토킹처벌법의 형법적 개선에 대해 우리 대학 법학과 안수길 교수(이하 안 교수)는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 가해자를 처벌하려고 만든 형사특별법이다. 그런데 형사특별법이 늘수록 간명해야 하는 형법체계가 무거워진다. 따라서 스토킹 처벌조항을 특별법에서 규정하기보다 형법으로 옮기고,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주력하는 법으로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리라 본다”라고 말했다.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된 스토킹 범죄

가해자가 합의 종용하면 무력한 스토킹처벌법

 

스토킹처벌법의 또 다른 한계는 스토킹 범죄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하면 검사가 기소할 수 없으며, 기소 이후에도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하면 형사 재판을 종료해야 하는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한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스토킹 범죄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지속해서 합의를 종용해 2차 가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상임대표는 한 대학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토킹 범죄는 친밀한 관계에서 관계 중단을 요구할 때 발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라며 “가해자의 협박이나 재범 염려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수 있는데,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넣은 것은 피해자에게 또다시 부담과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의전화의 한 관계자는 스토킹처벌법에 대해 “단순 경범죄로 치부되던 스토킹이 범죄로 규정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점은 의의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의사불벌 조항의 존속, 피해자가 법원에서 직접 신청할 수 있는 피해자보호명령의 부재, 피해자의 일상회복을 위한 지원제도 미비 등의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2020년 한 해 동안 접수된 1,143건 상담 건수 중 스토킹 신고가 11% 정도”라며 “앞 으로 법이 취지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시행 후 꾸준히 지켜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안 교수는 “스토킹 범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면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기 힘들다는 비판은 일리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장점도 있다"라며 "독일 형법은 스토킹 범죄를 친고죄 원칙으로 하되 중대한 공익이 있다고 판단되는 때는 피해자의 고소가 없더라도 스토킹 범죄를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반의사불벌죄의 장점을 살린 독일 형법을 참고해 볼 만하다”라고 말했다.

 

갈수록 다양해지고 고도화되는 스토킹 범죄

온라인 스토킹을 포괄하지 못하는 스토킹처벌법

 

스토킹처벌법이 다양한 유형의 스토킹 범죄를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스토킹처벌법이 규정하고 있는 스토킹 범죄의 정의는 온라인상에서 발생하는 ‘온라인 스토킹’ 등의 다양한 행위를 포괄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정혜 부연구위원은 한 대학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형태로 스토킹이 시도되고, 그 방법도 변화하고 있다”라며 “현재 스토킹 범죄는 스토킹 행위들을 나열된 방식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새로운 것이 추가되면 법리를 적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스토킹 범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인 행위로 규정했다는 점 또한 문제로 지적됐다. 스토킹 초기 단계에 범죄가 발생할 경우에는 지속성과 반복성을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승재현 연구위원도 대학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법률로는 김태현 사건처럼 스토킹 초기 단계에서 저지르는 범죄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사이버스토킹에 대해서 ㄱ 씨는 “스토킹이 언론에 보도되는 것처럼 누군가를 따라다니는 것만이 아니라, SNS를 통해 지속적으로 연락을 한다든지 등 시작이 매우 쉽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도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첫 걸음을 내딛은 스토킹처벌법

피해자의 일상을 보호하기 위한 국회의 후속조치

 

스토킹처벌법의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국내 스토킹 범죄에 대한 인식 변화를 향한 ‘첫걸음’이라는 희망적인 관점도 있다. 스토킹 범죄 처벌에 대한 첫 법안 제정인 만큼 논의를 통해 점차 보완해 나가면 된다는 것이다. 비록 곳곳에서 허술한 지점이 노출되고 있지만, 스토킹 범죄를 가시화한 뼈대가 마련된 만큼 판례와 구체적인 논의를 통해 점차 사회적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스토킹처벌법을 대표 발의한 장 의원은 지난달 13일에 열린 정의당 의원총회에서 “국가가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은 다행이지만 지금의 처벌법에는 피해자의 일상을 보호할 조치들이 충분히 반영돼 있지 않다”라며 “후속 입법을 통해 △스토킹 신고가 접수된 이후부터 발생할 수 있는 추가적인 스토킹 행위와 보복 범죄를 막을 조치를 법안에 명시하고 △이를 위해 현행 처벌법의 접근금지 이외에도 피해자가 경찰에 ‘신변경호’ △112시스템에 핫라인 구축을 요구할 수 있는 ‘신변안전조치’ △재판 과정에서도 접근금지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피해자보호명령’ 등의 제도를 처벌법에 규정할 것 △「성폭력 방지 및피해자보호법」, 「가정폭력 방지 및 피해자보호법」 과 같이 스토킹 피해자를 위한 별도의 보호법도 조속히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보호 · 상담 시설 등을 통해 정부와 각 기관이 피해 회복을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난 2월 25일, 장 의원이 발의한 「스토킹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여성가족부, 여성폭력 방지위원회 실무위원회 개최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도, 지난달 28일, 여성폭력 방지위원회 실무위원회를 열어 스토킹 피해자 보호 방안 등을 논의했다. 여가부는 성폭력 보호 시설을 활용해 스토킹 범죄 피해자에게 △법률 지원 연계 △상담 △ 의료 지원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여가부 김경선 차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스토킹처벌법 제정으로 피해자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가 명확해진 만큼 한 명의 피해자라도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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