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지만, 올바른 방향으로!〈10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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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올바른 방향으로!〈1076호〉
  • 김한백 기자
  • 승인 2020.09.0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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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Slow Fashion(슬로우 패션)
▲사진은 지난 7월 19일 기준, 유명 편집숍 무신사 스토어의 상의 판매 상위 순위다.
▲사진은 지난 7월 19일 기준, 유명 편집숍 무신사 스토어의 상의 판매 상위 순위다.

  위 사진에서 특이점을 발견했는가? 유명 편집숍에 서 이른바 잘나가는 옷들 대다수가 각 브랜드의 로고 를 프린팅한 티셔츠다. 옷장을 열어 한번 생각해보자. 몇 년 전에 샀던 이런 옷들을 입은 지 얼마나 됐는지. 입 지 않은 옷들의 처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위와 같은 옷 들은 유행의 한 형태를 보여주며, 유행이 지나면 버려지 기 일쑤다. 이는 모두 의류 폐기장으로 가는데, 환경부 환경통계포털에 게시된 ‘폐기물 처리현황’ 통계표에 따 르면, 지난 2018년 전국에서 발생한 섬유 폐기물은 하 루 평균 약 193t에 달한다. 또한 대다수의 의류 공장들 이 개발도상국에 있고 현지 노동자들의 처우도 좋지 않 은 편이다. 실제로, 지난 2013년에 방글라데시에서 ‘라 나 플라자’라는 의류 공장 건물이 붕괴돼 1,100명 이상 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도 있었다. 최근 패션업계도 이 러한 상황을 인지하여 슬로우 패션(Slow Fashion)으 로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이에 본지는 슬로우 패션 이 무엇인지, 패션업계가 지향하는 방향은 무엇인지 알 아보고자 한다.

 

빠르게, 아니 다시 천천히!

  슬로우 패션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대척점에 서 있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두피디아에 따르면, 패스트 패션이란 △최신 유행을 즉 각 반영한 디자인 △비교적 저렴한 가격 △빠른 상품 회 전율로 승부하는 패션 또는 패션사업을 뜻하는 말이다. 주문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패스트 푸드(Fast Food)와 같은 맥락이다. 패스트 패션의 일례로, 패션쇼에 등장한 옷이 한 달쯤 후에 비슷한 형태로 매장에 진열돼 있고, 스타들이 착용한 옷이 인터넷에 올라오면 그와 비슷한 옷이 매장에 진열된다. 패스트 패션의 특징은 다품종소 량생산을 기본으로 생산제품을 빠르게 바꾸어 내놓는 다는 것이다. 다양한 아이템의 옷을 소량으로 빨리 만 들어 빠르게 회전시키는 시스템을 채택함으로써 소비 자는 최신 유행의 옷을 값싸게 살 수 있고, 업체는 빠른 상품 회전으로 재고 부담을 줄이면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또한 1~2주일 단위로 신제품을 소 량 생산한 후 남은 것은 폐기처분하는 전략을 쓰기 때 문에 상품의 희소성도 있다.

▲사진은 의류생산 전 과정을 담당하는 한 SPA브랜드의 옷들이다.
▲사진은 의류생산 전 과정을 담당하는 한 SPA브랜드의 옷들이다.

  이와 같이 패스트 패션은 같은 종류의 옷을 빠르게 찍 어내고 처분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우리 대 학 패션디자인학과 이민선 교수는(이하 이 교수) “패스 트 패션은 부유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은 옷을 즐길 수 있어, 패션의 민주화를 일으켰다는 점에서는 패션업계 에 끼친 공이 크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빠르게 옷을 찍어내고 처분하는 과정은 환경 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영국 환경보호 비영리단 체 ‘Ellen MacArthur’가 2017년 작성한「새로운 섬유경제(A New Textiles economy)」보고서에 따르면, 이 같은 의류 대량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는 인류 가 배출하는 탄소 배출의 10%를 차지하고 있으며, 2050 년에는 26%까지 차지할 전망이다. 이렇게 배출된 탄소 는 수자원 고갈을 유발하고 강과 하천을 오염시킨다. 국 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지난 2017년 발표한 「바닷 속 주된 미세플라스틱(Primary Microplastics In The Oceans)」보고서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오 염의 35%가 패스트 패션 브랜드에서 생산한 합성섬유 세탁으로 인한 것이다. 의류 생산 과정에서 사용되는 화 학 섬유 폴리에스테르는 세탁기로 빨래할 때마다 미세 플라스틱을 배출한다. 배출된 미세플라스틱은 해양의 플라스틱 오염 수준을 높이며, 플랑크톤 같은 소형 생명 체가 섭취한 후 먹이사슬을 거쳐 해양 생태계 전체를 파 괴한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의류 생산에서 배출된 탄 소와 미세플라스틱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은 다른 업계 에서 배출된 탄소와 미세플라스틱이 환경에 끼치는 영 향과 같다”라며 의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물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더불어 패스트 패션은 인권 문제도 야기한다. 이 교수 는 “패션업계에서 발생한 인권 문제는 20세기 초 산업혁 명이 시작되면서 공장에서 옷을 만드는 시기부터 시작 됐다”라며, “우리나라가 섬유, 패션 산업을 주요한 산업 으로 하던 1970-80년대에서도 발생했던 일이고, 현재에 도 비교적 임금이 저렴한 여러 국가에서 벌어지는 일이 다. 저렴한 가격의 옷을 생산하기 위해서 벌어지는 아동 노동력 착취, 근로자의 건강과 복지를 생각하지 않는 열 악한 근무 환경 등은 근절되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 했다. 이에 일부 패션업계는 책임감을 통감하고 환경과 자원을 보호하고자 친환경적인 의류 상품과 지속가능 한 슬로우 패션 상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으며, 노동력 착취를 금하며 공정거래를 권고하고 있다.

 

슬로우 패션(Slow Fashion)은 무엇인가요?

  그렇다면 현재 패션업계에서 주목하는 슬로우 패션 은 무엇일까? pmg지식엔진연구소의 시사상식사전에 따르면, 슬로우 패션은 패스트 패션의 반대 개념으로, 친환경적인 소재와 염색 방법 등을 이용해 환경과 인체 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한으로 하는 패션을 말한다. 슬로우 패션을 지향하는 업체는 유기농 및 재활용 소재 로 옷을 만들고, 공정거래를 통해 저임금 노동자에게 수 익이 많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 환경과 인권을 지키 는 것과 더불어, 슬로우 패션은 유행을 좇는 디자인을 양산하지 않는다. 즉, 구식이 되지 않을 만한 개성 있는 옷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며, 몇 년 후 미래를 생각하 며 옷을 생산한다.

  이 교수는 “2000년대에 패스트 패션이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의 옷들을 쉽게 그리고 많이 구 매하는 것에 익숙해졌고,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의류들 이 필요 이상으로 생산되면서 여러 환경 문제들이 발생 했다”라며, “슬로우 패션은 이에 대한 자성의 일환으로 나타난 패션업계의 새로운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지속가능한 패션? 컨셔스 패션? 용어 구분보다는 실천이 우선!

  슬로우 패션이 환경과 인권을 지키는 의류 생산 과정 을 지향하면서, 이와 비슷한 개념들이 여럿 탄생했다. 특히, 지속가능한 패션과 컨셔스 패션은 슬로우 패션 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개념들이다. 슬로우 패션에 관해서 조금이라도 들어봤다면, 이 두 단어도 들어봤 을 가능성이 크다. 두피디아에 따르면, 지속가능한 패션 (Sustainable Fashion)은 ‘지속 가능성’이라는 단어로 부터 유래했으며, 미래 세대를 위해 현존 자원을 저하하 지 않는 패션 제품의 △생산 △사용 △폐기 과정을 말한 다. 즉, 패스트 패션의 문제점 중 환경오염 문제 해결에 주목하는 관점이다.

  이어 pmg지식엔진연구소의 시사상식사전에 따르면, 컨셔스 패션(Conscious Fashion)은 ‘의식 있는’이라는 뜻의 단어 컨셔스(conscious)와 패션(fashion)의 합성 어로, 소재 선정에서부터 제조 공정까지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과정에서 생산된 의류 및 그런 의류를 소비하 고자 하는 경향을 뜻한다. 이에 대한 예로 △버려진 의 류나 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든 의류 △물을 사용하지 않 는 염색법으로 염색한 의류 △합성섬유 대신 천연소재 로 만든 의류 △중고 의류의 공유 및 재활용 등이 컨셔 스 패션의 예시다. 또한 서울여자대학교의 김소라 겸임 교원이 발표한 「현대 패션에 나타난 컨셔스 패션」보 고서에 따르면, “컨셔스 패션은 환경적  윤리적으로 의 식 있는 행위의 주체와 인식이 더욱 강조된 의미”라고 설명한다. 즉, 컨셔스 패션은 지속가능한 패션과 목적 을 같이 하지만, 윤리적인 덕목이 가미된 것이다. 실제 로, 컨셔스 패션을 지향하는 기업은 의류 생산 노동자 의 처우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컨셔스 패션의 대표 주 자라고 할 수 있는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Patagonia)는 공정노동협회의 창립 멤버이자 인증 회 원이다. 공정노동협회는 제품 생산 노동자들의 임금을 높이고, 생활 환경을 개선하고, 기존 임금을 생활 임금 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파타고니아는 공 정무역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약 10억 원을 노동자에게 추가 지급했다.

  이외에도 △유익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에코 패 션(eco-fashion)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 식물 성 소재를 사용하는 비건 패션(vegan fashion) △재활 용을 통한 제품 페기 과정의 연장과 새로운 가치를 창출 하는 리사이클링 패션(recycling fashion)과 업 사이클 링 패션(up-cycling fashion) 등 환경 · 윤리적 담론이 담긴 패션 용어들은 다양하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지속가능한 패션, 컨셔스 패션 등 모두 매우 최근에 등장한 용어들”이라며, “정의와 차 이점은 정확하게 구분 짓기 어렵다”라고 답했다. 이어 “패션 산업계의 노력에 소비자들의 인식변화가 함께한 다면, 이러한 흐름이 점점 패션업계의 중요한 부분을 차 지하면서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즉, 관련된 개념을 구분 짓는 것이 능사가 아니 라, 인식 변화와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바뀌어가는 트렌드는 어떤가요?

  앞서 언급했듯이, 패션업계는 자체적으로 슬로우 패 션 품목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Gucci(구찌)의 ‘오프 더 그 리드(Off The Grid)’는 순환 생산을 위한 것으로, 구찌 서큘러 라인의 첫 번째 컬렉션이다. 이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디자인한 컬렉션으로, 자투리 나일론 원 단 및 소비자가 사용하기 전과 후에 발생하는 폐기물을 재가공하여 만든 재생 나일론인 에코닐 등 지속 가능한 소재를 사용한다. 특히, 주 소재인 에코닐은 버려진 그 물과 카페트 등의 사용 전후 처리 폐기물로 만들어진다. 즉, 해양 생물의 삶을 위협하는 플라스틱과 땅에 묻히게 될 재료들이 고품질의 실로 재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은 구찌 서큘러 라인(circular line)의 컬렉션 중 일부다. (출처/ 구찌 공식 홈페이지)
▲사진은 구찌 서큘러 라인(circular line)의 컬렉션 중 일부다. (출처/ 구찌 공식 홈페이지)

  스웨덴 SPA 브랜드인 H&M은 친환경 소재만을 써 서 제작한 라인업 ‘H&M 컨셔스 익스클루시브 컬렉션’ 을 지난 2017년부터 선보였다. △해변에서 수거한 플라 스틱으로 만든 재활용 섬유 △버려진 포도 껍질과 줄 기를 재활용한 비건레더 소재 △커피 찌꺼기를 수거해 만든 천연 염색제 등 모두 친환경적인 소재들로 이뤄 진 제품 군이다. 또한, H&M은 2030년까지 자사 제품 100%를 재활용 및 지속가능한 소재로 생산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사진은 H&M의 컨셔스 익스클루시브 컬렉션 2020 중 일부다. (출처/ H&M 공식 홈페이지)
▲사진은 H&M의 컨셔스 익스클루시브 컬렉션 2020 중 일부다. (출처/ H&M 공식 홈페이지)

  독일 가방 브랜드 프라이탁(FREITAG)은 △방수천 △자동차의 안전벨트 △폐자전거의 고무 튜브 등 재활 용 소재를 사용해 가방을 만들며, 특히 반드시 일정기 간 이용한 재료만을 사용한다. 모든 제품이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며, 제품마다 고유의 디자인을 가진다.

  이러한 흐름은 우리나라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코오 롱인더스트리㈜ FnC부문에서 전개하는 업 사이클링 브랜드 ‘RE;CODE(래코드)’(이하 래코드)는 기존 브랜 드와 다르게 시작부터 슬로우 패션을 지향하며 탄생했 다. 래코드는 △의류 재고 △제품 제작 후 남은 부자재 △폐품 △낙하산 등 여러 종류의 직물을 재활용해 만든 친환경 의류를 제작한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프랑스, 이 탈리아에서 팝업 스토어를 개설하고 박람회 컬렉션 출 품도 진행하는 등 한국의 슬로우 패션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변화된 인식을 일상 속으로

  이처럼 여러 브랜드는 슬로우 패션 제품 개발에 힘쓰 며, 사회에 이바지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들도 슬로우 패션과 같은 친환경 · 윤리적인 제품에 보다 많은 관심 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포브스(Forbes)가 지난 해 7월 발표한 「시민들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의식조 사」와 비즈니스 오브 패션(BoF)과 맥킨지(McKinsey & Company)가 함께 조사한「2018 패션 보고서」를 살 펴보면, 밀레니얼 세대는 기존 구매 제품보다 사회적으 로 좀 더 의미 있는 제품이나 지속가능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성향이 높게 나타났다. 또한, 글로벌 정 보분석기업 닐슨이 전세계 60개국 3만 명 이상(한국 응 답자 507명)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2015년 1분기에 설 문조사를 진행해, 발표한 「기업사회공헌활동에 관한 글로벌 소비자 보고서」에서 전세계 소비자의 66%가 사 회와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 를 구매하기 위해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할 수 있다고 답한 연구 결과가 나타났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가 사회 공헌 이 높은 기업 제품에 대한 가장 강력한 구매 의사(73%) 를 드러냈다. 이는 현재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가 기존 패션 산업의 환경오염 문제 개선 및 윤리적 생산을 의류 구매의 기준으로 세웠다는 것이다.

  여러 유명 브랜드의 노력과 소비자의 인식 변화가 일 상에 녹아들어, 느리지만 옳은 길로 가는 슬로우 패션 이 앞으로 우리 삶에 정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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