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 괜찮다’는 20대, 코로나19 영향 없을까?〈10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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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서 괜찮다’는 20대, 코로나19 영향 없을까?〈1072호〉
  • 오상훈 기자
  • 승인 2020.06.0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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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확진자 이정환(정외 14) 학우의 이야기를 들어보다

20대 확진자 증가, 자가 격리 수칙 위반해 실형 선고 받기도 …

  지난달 초에 확산된 이태원 집단감염은 지역사회로 전파돼 ‘n차’ 감염을 낳고 있고, 쿠팡 물류센터 집단감염은 일일 신규 확진자 수를 지난 4월 5일 이후 53일 만에 최대 규모로 만들었다. 이러한 집단감염 사례 중심에는 20대가 있었다. 지난달 22일 질병관리본부 정례브리핑에 따르면 당시 코로나19 확진자 1만 1,000여 명 가운데 20대는 3,100여 명(약 28%)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5월 연휴 이후 신규 확진자 333명이 늘 때까지 이 중 20대의 비율은 43%였다.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 정은경 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20대 청년층에게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며 “클럽과 주점, 노래방 등의 밀폐 시설 방문을 자제하고 감염 위험이 낮아질 때까지 모임을 최소화해주실 것을 당부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20대는 비교적 활동반경이 넓다는 점, 코로나19에 감염돼도 무증상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우려를 낳아 왔다. 이러한 우려는 자가 격리 수칙을 어겨 실형을 선고받은 20대까지 등장하면서 비판으로 바뀌고 있다. 20대가 코로나19에 가장 많이 감염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를 꼽는다고 가정했을 때 ‘젊어서 괜찮다’는 인식 역시 뺄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해 20대가 사망한 경우는 적어도 국내에서는 없었다. 그러나 이는 코로나19가 20대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정환(정외 14, 25세) 학우는 20대 코로나 확진자다. 지난 1월 터키로 교환학생을 갔다가 귀국시 받은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그는 증상이 심했을 때는 죽음에 대한 공포까지 엄습했다고 전한다. 전화 인터뷰를 했던 지난 5월 26일 기준으로 음압 병동에서 51일째 입원 중인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언제코로나양성판정을받게됐나요?

  4월 5일이다. 교환학생으로 1월부터 이스탄불에 있었는데, 터키 정부가 국경을 봉쇄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아 급하게 귀국을 결정하게 됐다. 4월 1일부터 국내 귀국자들은 수송 버스를 타고 관내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게 되어 있다. 그래서 검사를 받고 나서 집에서 2주간 격리 생활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다음 날 보건소에서 온 연락을 받고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Q.당시심정이어땠는지궁금해요.

  당혹스러웠다. 그때까지만 해도 증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터키에 있었기 때문에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다는 점도 한몫했던 것 같다. 아마 공항이나 비행기에서 감염된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Q.확진판정을받은뒤의상황은어땠나요?

  보건소에서 보내준 응급차를 타고 태릉선수촌에 위치한 생활치료센터로 이송됐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증상의 경중에 따라 격리시설이 나뉘는데 증상이 심하면 격리 병동으로, 비교적 약하거나 무증상이면 생활치료센터로 이송되는 걸로 알고 있다.

Q.거기서얼마나있었나요?

  하루만 있었다. 이튿날부터 열이 39도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생활치료센터는 응급 치료를 할 수 있는 시설이 아니어서 이후에 격리 병동으로 이송됐다.

Q.무증상자였다가유증상자가된건가요?

  그렇다.

Q. 코로나19 증상에 대한 말들이 많습니다. 정환 씨는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격리 병동으로 이송된 뒤부터는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CT나 엑스레이를 찍고 피검사도 했다. 에이즈 치료제로 쓰이는 ‘칼레트라’도 처방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열은 쉽게 내리지 않았고 근육통까지 찾아왔다.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였다. 표현력이 안 좋아서 알맞는 비유인지 모르겠으나 평상시 운동하고 나서 느끼는 근육통의 10배에서 100배까지의 고통이 반복돼 온몸이 저릿저릿했다. 누워있든 앉아있든 신체 일부는 어딘가에 닿아있기 마련인데 몸이 어디에 닿을 때마다, 그러니까, 24시간 내내 근육통에 시달렸다. 특히 신체가 바닥에 닿을 때는 더 심했다. 당시에는 잠을 하루에 한 시간도 못 잤던 것 같다. 그나마 잔 것도 새벽 3시 정도에 체력이 방전돼 나도 모르게 곯아떨어지는 식이었고 아파서 자다가 깨는 경우도 많았다. 심한 근육통은 1주일, 이후 견딜만 한 근육통은 3일 정도 갔고 근육통이 완전히 사라진 때는 격리 병동에 입원하고 14일이 지나고 나서였다.

Q.근육통말고다른증상도있었나요?

  목이 계속 간지러웠고, 기침도 심했다. 말을 할 때마다 2~3초 간격으로 기침이 나와 부모님과 통화도 못 할 정도였다.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해서 건강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것과는 관련이 없었다. 칼레트라 부작용도 심했다. 코로나19 증상 완화에 효능이 있는지 없는지 말이 많은 약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칼레트라를 복용한 지 2주 정도 뒤에 코로나19로 인한 증상들이 완화되긴 했다. 그러나 그 이전에 부작용을 겪었다. 먼저 소화불량이 계속됐다. 배가 가스로 꽉 차 있어서 먹은 게 없어도 항상 배가 불렀다. 밥을 먹고 나면 헛구역질을 하다가 토하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물을 마시면 소변을 봐야 하지 않나. 그런데 소변이 나오지 않고 대변으로만 나왔다. 이 때문에 탈수증세 비슷하게 어지럽기도 했는데, 몸이 수분을 흡수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 이온 음료 2L짜리를 몇 개 사놓고 버텼다. 담당의한테 약을 바꿔 달라고 요청해서 ‘렘데시비르’라는 약의 임상실험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복용 대상에 선정되지 않아 결과적으론 2주간 칼레트라만 복용했다.

Q.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상상이 잘 안 됩니다. 코로나19 증상과 동시에 칼레트라 부작용까지 겪은 건가요?

  맞다. 그래서 염라대왕과 하이파이브를 했다고 표현했다. 돌이켜보면 웃기지만 당시에는 진지했다. 진짜 죽음과 가까웠던 것 같다. 그만큼 힘들었다.

Q. 격리병동에서 50일넘게 입원해 있습니다. 보통 그렇게 오래 있는지 궁금합니다.

  평균 30일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일단 사람마다 너무 다르다. 실제로 어떤 사람은 2주 만에 퇴원했는데, 80일 넘게 입원 중인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안다. 나이가 어리니까 빨리 퇴원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 경우를 보면 그건 아닌 것 같다. 코로나19는 경우가 없다는 얘기다.

Q. 음성판정을 받아야 퇴원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확히 어떤 과정을 거쳐야하나요?

  검사는 일주일에 두 번이 원칙이고 내가 있는 병원에서는 양성, 약 양성, 음성 세 단계로 결과를 알려준다. 퇴원은 음성 판정 한 번만으론 안 되고 이틀 연속 음성이 나와야 한다. 만약 오늘 검사를 했는데 음성이 나오면 24시간 내로 한 번 더 검사를 받는다. 이때 또 음성이 나와야 퇴원하는 방식이다.

▲사진은 검사 결과를 전달받고 있는 이정환 학우의 모습이다.(제공/ 이정환 학우)
▲사진은 검사 결과를 전달받고 있는 이정환 학우의 모습이다.(제공/ 이정환 학우)

Q. 명대신문은 대학 내 ‘코로나 블루’ 관련 기사도 기획했습니다. 그만큼 코로나19가 사람들의 심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정환 씨도 심했을 것 같습니다. 심리적으론 어땠나요?

  크게 두 번 정도 힘들었던 것 같다. 먼저 2주 동안의 육체적 고통을 견디는 데 힘을 다 써버려서 번아웃이 찾아왔을 때다. 입원 15일 차 때부터 증상들이 호전됐는데, 일단 잠을 많이 잘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싫었다. 성격상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는 타입인데도 말이다. 무기력증이 엄습하니까 그 사실 자체도 싫고 아무것도 안 하는 나도 싫었던 것 같다. ‘너 죽다 살아났으니까 좀 쉬자’라고 합리화하며 3, 4일간 진짜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누워있으면서도 이렇게 무너질 것 같다는 생각이 마음을 지배했다.

Q. 두 번이라고 했는데, 나머지 한 번은 언제인가요?

  입원 기간이 계속될 것이라는 직감이 찾아왔을 때다. 담당의는 입원 기간이 평균 30일이라고 말하면서도 평균일 뿐이니 여기에 매몰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뒷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고 30일만 바라봤다. 입원 33일차 때 10번째 검사를 했는데, 9번 연속으로 양성만 나왔고 30일 정도면 퇴원한다고 하기도 했으니까 이제 약 양성 정도는 나오겠다고 예단했다. 근데 또 양성 판정을 받아서 무너졌다. 보통 3주 정도 지나면 약 양성 판정도 받기 마련인데, 아직 멀었다거나 여유를 갖고 기다리자는 말만 10번 넘게 들으니 우울감이 찾아왔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서 또 무기력증에 빠지는 건 아닌지 무섭기도 했다.

Q. 유튜브로 제작한 코로나19 투병기가 화제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심리적 문제를 극복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어땠나요?

  SNS를 보면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친구들을 보면서 자극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친구 한 명이 기상캐스터로 일하고 있는데, 그 친구가 총선 당시 개표 방송을 진행하고 있더라. 그걸 보고 한편으로는 ‘저 친구는 자기 꿈을 이뤄가는 중인데 나는 여기서 뭐하고 있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코로나19 때문인 걸 어쩌겠나. 뭐라도 해야겠다는 자극을 더 많이 받았다. 그런 동기부여가 없었더라면 무기력증이 지금까지도 계속됐을 것 같다.

  지인들의 격려도 도움이 됐다. 그 중 “건강하게 잘 지내는 모습이 보고 싶다”며 “어느 정도 회복한 것 같으니 유튜브 영상을 제작해보는 게 어떠냐”는 격려는 코로나19 확진자로서 유의미한 기록을 남기자고 했던 마 음을 떠올리게 했다. 무증상 확진 당시, 그 친구에게 농담 반 진심 반으로 체험 저널리즘을 실천해보겠다고 말했는데 다음 날 열이 39도로 올라가 잊어버리고 지냈다. 동기부여도 됐던 만큼 친구의 말을 듣고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우울증을 극복한 지인들의 조언이나 일기 쓰기, 운동도 도움이 됐다. 특히 일기는 내가 어떤 감정을 마주치기 힘들어하는지 성찰할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됐다. 또 나름대로의 정리가 심리적인 안정감을 줬다. 예컨대 ‘병원 룸메이트 등 지인 2명도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나서 각각 무증상 상태가 지속된 지 31일, 36일 만에 퇴원했으니, 나는 유증상 기간이 긴 만큼 퇴원이 늦어질 수밖에 없겠구나’라고 적는 방식이었다.

▲사진은 이정환 학우의 유튜브 영상을 캡처한 것이다.
▲사진은 이정환 학우의 유튜브 영상을 캡처한 것이다.

Q. 유튜브를 통해 실명과 얼굴을 공개한 상태에서 코로나19 확진자임을 밝혔습니다.두렵진 않았나요?

  당연히 두려웠다. 터키에 있을 때 인종차별을 많이 겪은 뒤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보통 터키라고 하면 형제의 국가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고 터키 사람들도 한국인에게 굉장히 우호적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근데 막상 가서 인종 비하 발언을 너무 많이 들었다. 한국에서도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어서 무서웠던 것 같다. 그래도 밝히게 된 계기는 후환보다도 공익적인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체험 저널리즘을 실현하겠다는 다짐도 잊을 수 없었다.

Q.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물어보겠습니다. 연령별 확진자를 보면 20대가 가장 많습니다. 또 최근 집단 감염 사례로 20대가 코로나19에 무뎌졌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본인이 경험해보지 못 했기 때문에 경각심을 가지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랬고, 아마 대부분 그럴 것이다. 며칠 전 기사를 읽고 충격받았다. 자가격리 의무가 있는 20대가 답답하다는 이유로 술을 마시러 나갔다가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코로나로 격리됐던 경험이 있음에도, 또 다른 사람들에게 똑같은 고통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술을 마시러 나갔다는 사실에 놀란 것이다. 코로나19는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이 건강 취약 계층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질병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20대도 똑같이 아프니까 내 사례를 보고 조금이나마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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