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만 명 구직단념, 절반이 20ㆍ 30대〈10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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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만 명 구직단념, 절반이 20ㆍ 30대〈1072호〉
  • 김태민 기자
  • 승인 2020.06.02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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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책은 데이터 입력 등 '단순알바' 그쳐

  고용시장의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청년층의 고용 불안과 취업난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에서 지난달 13일 발표한 4월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20~24세 청년들의 고용률이 가장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직단념자도 증가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연령층은 20대와 30대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거리가 없어 일시 휴직한 비율은 30대가 가장 많았고, 비경제활동인구도 20대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청년층의 고용 불안과 취업난이 심각해진 것이다. 이에 본지는 4월 고용동향을 분석하면서 청년층의 고용문제와 정부의 대책에 대해 전문가와 함께 알아봤다.

 

일할 의지도 꽁꽁. 구직단념자 증가해

▲그래프는 지난달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 중 연령별 구직 단념자의 비율을 나타낸 것이다.
▲그래프는 지난달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 중 연령별 구직 단념자의 비율을 나타낸 것이다.

  지난달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구직단념자의 수가 61만 1,000명으로 늘었다. 이중에서 20대는 21만 2,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60세 이상은 12만 1,000명, 30대는 10만 6,000명 순이었다. 이는 사상 최대 수치로, 전년동월 대비 12만 4,000명이 증가한 수치다. 여기서 구직단념자란,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 의사와 가능성은 있으나 노동시장적 사유로 지난 4주간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 가운데 1년 내 구직경험이 있는 사람을 말하는데, 20대와 30대의 비율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시 말해 경기침체로 인해 이력서를 넣을 곳이 없는 청년들이 구직을 단념한 채 구직활동 조차 안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원종학 선임연구위원(이하 원 위원)은 “구직활동은 자신의 능력이나 지금까지 자신에게 투자한 비용 등을 고려하여 적정하다고 생각되는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찾는 행동이다”라며 “청년층에서 구직단념자가 증가하는 것은, 청년층에서 현재 의 노동시장 상황이 상당히 좋지 못하며 당분간 개선의 여지도 많지 않다고 판단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라고 청년층 구직단념자 증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냥 쉬었다' 약 240만명, 전년동월 대비 최대 34.7%p 증가해

  코로나19로 고용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것과 더불어 일할 능력이 있지만 근로를 하지 않고 ‘쉬었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년 대비 43만 명이나 늘어나며 총 240만 명을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쉬었다’고 응답한 인구는 말 그대로 별다른 이유 없이 쉬고 있는 비경제활동인구인 만큼 공식 실업률 통계에는 집계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전체 고용시장이 상당히 경직돼있다는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장기적으로 실업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므로 여론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 부분에서도 역시 20대 응답자는 가장 큰 증가폭인 42만 6,000명을 기록해 지난해 대비 34.7%p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쉬었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대학 경제학과 엄상민 교수(이하 엄 교수)는 이에 대해 “바이러스 감염위험으로 일자리가 줄고 경제심리가 위축되면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고자 하는 의욕이 감소한다. 그것이 통계적으로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나게 되는 이유다”라면서 “특히 20대의 비경제활동이 더 크게 늘어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일단 수요 측면에서 경제위기시 가장 먼저 줄어드는 일자리가 신규채용이다. 따라서 신규채용의 비율이 가장 높은 20대가 이런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것이다. 노동 공급 측면에서도 경제침체기가 노동진입시기인 경우에는 다음 경기확장기까지 미뤄지는 요인이 있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20 ㆍ 30대 취업자 전년동월 대비 33만 1,000명 감소, 취업자 줄었는데 실업자도 감소해

  6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고용률이 감소했다. 그 중에서도 감소폭이 가장 큰 연령은 20~24세로 4.0%p 감소했다. 이는 13만 8,000명 감소한 수치다.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전년동월 대비 24만 5,000명 감소했고, 고용률은 2.0%p 하락했다.

▲그래프는 지난달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 중 15~39세의 실업률 변동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그래프는 지난달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 중 15~39세의 실업률 변동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특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취업자가 줄어들면 실업자가 늘어나는 것이 정상인데, 4월 실업자는 117만 2,000명으로 전년동월 대비 7만 3,000명(-5.9%) 감소했다. 그 중에서도 20세~24세의 실업률은 전년동월 대비 2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고, 25세~29세는 30.5% 감소했다. 이 수치만 보면 취업자가 늘어나 실업률이 감소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구직활동에 나서는 사람 자체가 줄어든 영향으로,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어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실업자는 ‘고용통계상 일은 안 하지만 구직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분류돼 집계되는 것이기 때문에 구직 시장에서 아예 퇴장한 비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실업률도 감소한 것이다. 이에 원 위원은 “구직활동을 하면 실업자이고, 구직활동을 단념하면 비경제활동 인구로 분류된다. 취업자 수가 일정하다고 가정한다면, 구직단념으로 실업자가 비경제활동인구로 이동하면 실업률을 계산할 때 분모로 들어가는 경제활동인구의 수가 작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실업률이 저하한 것처럼 나타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공식 실업률과 체감 실업률 간 괴리를 줄이기 위해 마련한 지표인 고용보조 지표3(확장실업률)*은 14.9%로 1년 만에 2.5%p 상승해 2015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신규채용 감소와 연이은 취업실패로 인해 청년들이 취업 의지까지 잃은 결과로 풀이된다.

 

*공식 실업률이 노동시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된 통계청의 '고용보조지표 3'을 이른다. 확장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 잠재경제활동인구' 대비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 + 실업자 + 잠재경제활동인구'의 비율로 나타낸다.

 

정부 대책은 ‘단순알바’ 제공?

  이처럼 청년층의 고용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정부는 재정을 투입해 청년에게 직접 일자리를 제공하는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제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통해 청년 및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55만 개를 창출한다고 밝혔다. 공공부문에서 40만 개, 민간부문에서 15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이 다. 이는 분야별로 △공공부문 비대면 · 디지털 일자리 10만 개 △실직자 · 휴 · 폐업 자영업자 희망일자리 30만 개 △IT 분야 청년 민간 일자리 5만 개 △청년 일 경험 일자리 5만 개 △코로나19로 인한 실직자 채용 지원 일자리 5만 개 등이다. 정부는 먼저 공공부문에서 공익 가치 창출과 청년들의 경력개발을 지원하는 비대면 · 디지털 일자리 10만 개를 만들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중앙 · 지방 · 공공기관 공공데이터 구축 · 개방 · 품질 향상에 8,950명 △과학기술 논문 및 연구보고서 머신러닝 용 데이터 구축에 2,000명 △대학과 초 · 중 · 고 온라인 강의 · 교육 지원에 8,200명 △전통시장 마케팅 콘텐츠 조성에 1,550명 △산재예방 정책 수행을 위한 안전보건 빅데이터 구축에 2,250명 △대학 · 연구기관 연구실 취급 유해물 전수조사는 660명 △코로나19 위기 이후 수요가 예상되는 관광지 · 소규모 공연장 · 의료기관 방역 등을 위한 일자리 3만 6,000개 등이 청년층에게 제공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단순 전산입력 업무와 관광지 방역 같은 단순알바가 사상 최악의 청년 취업난의 해법이 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정부는 청년층이 다른 세대보다 IT 분야에 강점이 있다고 판단해 공공데이터 구축과 온라인콘텐츠 기획 ㆍ 제작 지원 분야에 투입한다는 계획이지만, 일주일에 40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데다 단순히 데이터를 입력하는 업무가 대부분인 것이다. 이들의 근로 조건은 최소 3개월에서 최대 6개월로, 월 임금도 최저임금 수준인 180만 원에서 250만 원 정도다. 이런 상황은 “청년층 경력개발에 도움이 된다”는 정부의 설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마저도 필요한 재원을 추경으로 끌어와야 하는 상황이라, 실제로 일자리가 만들어지기 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휴학 후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우리 대학 권순호(법학 14) 학우는 “정부에서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대응에 나선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했지만, 속을 들여다보니 당장 취직자 수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춘 국가 주도 알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사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최형석 학생도 “앞으로 디지털 관련 직종의 중요도가 증대될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에 디지털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안 자체에 대해서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라며 “하지만, 단순 전산업무나 단순한 데이터 입력 등의 업무는 구직자 입장에서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업무의 내용이나 임금 에 있어서 미래의 경력을 위한 것이라면 좀 더 확실한 업무 보장과 임금 보장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밝혔다.

 

민간 일자리 감소에 공공 일자리 지원?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 필요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20일 발표한 ‘2020년 상반기 KDI 경제전망’에서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이 ‘0명’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1월 3.5%로 예상했던 올해 실업률 전망치는 3.9%로 0.4%p 올랐다. 이는 지난 2001년(4.0%)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즉 지난해 30만 1,000명에 달했던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올해는 0명에 그칠 전망이란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KDI는 올해 취업자 수가 전체적으로는 보합세**지만 정부와 민간 부문을 분리하면 정부부문에서 15만 명 늘어나는 대신 민간부문에서는 15만 명이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직접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민간 고용시장의 충격을 흡수한다는 얘기다. 근본적인 고용시장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민간 일자리 정상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인데, 현재 공공 일자리 지원 정책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 엄 교수도 “현재 고용안정패키지를 보면 신규 채용보조금 등 청년에 대한 지원이 15만 명 규모인 데 비해 정부 직접 일자리는 40만 명이다. 정부 직접 일자리는 애초에 한시적일 수밖에 없음을 고려하면 타격이 적고 가장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예상이 되는 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청년취업에 대한 지원규모가 더 커야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간 일자리 지원 사업도 문제의 여지가 있어 보이는데, 정부가 6개월간 채용보조금을 지원하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현재 민간 일자리 지원 사업의 대상은 중소 · 중견기업이다. 민간 일자리 지원 사업은 이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실직상태에 놓인 청년을 채용하면 정부에서 최대 6개월간 인건비를 지원하는 형식인데, 기존 인력도 유지하기 힘들어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거나 무급휴직까지 하는 사업장 입장에선 6개월 이후의 고용 유지는 사실상 불가능한 얘기다.

  또, 고용유지지원금이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업체에만 지원되는 것도 문제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작은 사업체들은 고용보험가입비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엄 교수는 “문제는 고용유지지원금의 재원이 고용보험기금이라는 것인데, 기금의 특성상 고용보험에 기여한 사람이 혜택을 받을 자격이 생긴다. 서비스업종의 소규모 사업체와 같이 현재 타격을 크게 받는 부문은 상대적으로 고용보험가입비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지원을 받아야 하는 곳에 지원이 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반회계예산을 바탕으로 하는 한시적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의 확대 및 이원화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라면서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결국, 지속가능성이 중요해 보인다. 직접 일자리 지원을 통해 일시적으로 고용을 안정화 시킬 수 있지만, 이는 말 그대로 일시적인 지원일 뿐이다. 일시적으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한 것처럼 위장하는 것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때이다.

 

**가격이 거의 변동 없이 그대로 유지되는 시세를 가리킨다. 주식시장이나 물가지수 등에 보합세라는 용어가 사용되는데 이는 가격의 급등락이 작은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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