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벌경영으로 인해 사립대학 회계 비리 만연〈1071호〉
상태바
족벌경영으로 인해 사립대학 회계 비리 만연〈1071호〉
  • 오상훈 기자
  • 승인 2020.05.11 15: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육부, 사학혁신 추진방안 발표했지만 부족한 부분 있어

사학비리, 회계 등 금전 비리 가장 많아

  지난해 10월 사립학교의 비위 규모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사학비 리로 확인된 금액만 대략 6,173억 원이다. 그리고 이 중 약 4,771억 원은 사립 대학의 비위 금액이다. 교육부는 지난 2017년 9월부터 2019년 1월까지 65개 사립대학을 감사한 후 755건을 지적했다. 이를 보면 사립대학에서의 비리 가 다양한 형태로 자행돼왔다는 걸 알 수 있다. 먼저 35개 대학에 대한 종합 감사에서 나온 441건의 지적을 유형별로 나눠보면 회계 등 금전(233건)이 52.83%로 가장 많았고 인사(50건, 11.33%), 학사 · 입시(46건, 10.43%), 법인 · 이사회 운영(37건, 8.39%)이 뒤를 이었다. 다음은 사학비리 유형별 실제 사례를 나열한 것이다.

※위 사례들은 교육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사학혁신위원회 활동 백서’에 나와있음을 알림.
※위 사례들은 교육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사학혁신위원회 활동 백서’에 나와있음을 알림.

  30개 사립대학에 대한 교육부의 회계감사에서 나온 314건의 지적을 유 형별로 나눠보면 인건비 · 수당 등(66건, 21.01%)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 했고, 재산 관리(46건, 14.64%), 배임 · 횡령 · 공용물 사적 사용 등(44건, 14.01%), 세입 · 세출(35건, 11.14%), 계약체결(30건, 9.55%) 순으로 많았다. 우리 대학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지난해 5월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법인 명 지학원 및 명지대학교 회계부분감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법인 명지학원이 2건, 우리 대학이 8건을 지적받은 바 있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사립대 학 수는 154개다. 교육부 감사가 65개 대학에 그쳤다는 건 아직 드러나지 않 은 비리가 많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교비와 업무추진비 전용으로 점철된 회계 비리

  사립대학 비위 규모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회계 비리는 어떻 게 이뤄지고 있을까. 사학혁신위원회 활동 백서에 실린 비리 사례들을 분 석해보면 특히 교비회계와 업무추진비가 본래 목적과는 다르게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교비회계는 등록금이 포함된 회계로 「사립학교법」제29 조(회계의 구분)에 따라 다른 회계로 전출될 수 없다. 그러나 일부 사립대 학의 총장 및 법인 이사회는 교비를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교비회계에 세 입처리 돼야 할 기부금 등을 법인회계에 세입처리 해왔다. 지난 2018년 교 육부 회계감사에 따르면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는 총장 사택에 대한 공공 요금 약 2,200만 원을 교비회계로 처리했고, 2017년 감사에 따르면 성신여 자대학교는 교비회계로 처리해야 할 학교 발전 명목 기부금 약 7억 5,000만 원을 법인회계로 전출했다. 이뿐만 아니라 교비회계는 법인 관련 소송비용 (수원과학대학교 2018년)이나 차례비 명목(신라대학교 2016년)으로도 사 용됐다. 목적과 맞지 않는 업무추진비 사용도 계속 적발됐다. 지난 2018년 교육부 회계감사에서 고려대학교는 한 교원이 개인 부담해야 할 출퇴근 목 적 KTX 비용 500여만 원을 업무추진비로 사용했다고 지적받았고, 지난 해 12월에는 KC대학교 총장이 선지급 받은 업무추진비 약 2천만 원을 정 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외에도 유흥주점 비용(한국열린사 이버대학교 2018년), 면세점 및 호텔 비용(평택대학교 2018년) 등이 업무 추진비 명목으로 사용됐다.

  한편, 사립대학 교비회계의 등록금 의존율은 점점 늘어나는 실정이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전국 4년제 사립대학 193곳의 ‘2018회계연도 결산’을 분석한 결과 총 교비회계(약 18조 6천억 원)에서 등록금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은 54.0%(약 10조 원)였고, 국고보조금은 15.4%였다. 그러나 교비 지출에서는 교직원 보수 지급(약 7조 9천억 원)이 연구 및 학생 지원 경비(약 5조 8천억 원)보다 34.0%가량 많다. 이 같은 상황에 회계 비리까지 더해진 다면 교비회계의 사용처인 교육 환경이 퇴색하고 대학 구성원들에게 피해 가 갈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총장 및 법인 이사회의 권한, 견제와 처벌 부족으로 계속되는 족벌경영

  교육부는 회계 비리의 원인을 족벌경영으로 상정한 듯하다. 교육부 정책 연구 보고서인 ‘사립대학 개혁방안 - 부정 · 비리 근절 방안을 중심으로’ (박거용 상명대학교 교수 연구팀)는 “교육부 감사 결과 부정과 비리가 발생 한 사립대학 대부분은 친인척을 중심으로 폐쇄적이고 독단적으로 운영되 고 있었다”라고 지적한 걸 보면 알 수 있다.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하는데, 전 국 299개 사립대학 학교법인 중 설립자 · 임원 · 총장의 친인척이 △총장 △ 교수 △교직원 등으로 일하는 곳은 194곳(64.9%)에 달했다.

  회계 비리와 족벌경영의 연관성은 총장과 법인 이사회의 권한으로 설명 할 수 있다. 먼저 법인 이사회의 권한은 △학교법인의 예산 · 결산 · 차입금 및 재산의 취득 · 처분과 관리에 관한 사항 △정관의 변경에 관한 사항 △학 교법인의 합병 또는 해산에 관한 사항 △임원의 임용에 관한 사항 △학교법 인이 설치한 사립학교의 장 및 교원의 임용에 관한 사항 △학교법인이 설치 한 사립학교의 경영에 관한 중요사항 △수익사업에 관한 사항 기타 △법령 이나 정관에 의하여 그 권한에 속하는 사항을 심의 의결할 권한 등이다. 그 리고 이사회에 의해 임명된 총장은 교비 관리의 책임자로 학교 회계에 관한 대부분의 결재 권한을 가진다. 모든 사립학교에 적용되는 「사학기관재무 · 회계규칙에 대한 특례규칙」제3장 회계 조항의 주체가 이사장이나 총장 이 전부인 걸 보면 알 수 있다. 총장과 법인 이사회가 사립대학 주요 사안에 대한 의결권을 독점하는 현행 사립학교법은 법인 이사회가 총장이나 임원, 교원을 임명하고 총장이 회계 비리를 통해 친인척의 부정이익을 도모할 때 견제가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는 총장 및 법인 이사 회에 대한 견제가 부족하다는 점, 부정 · 비리가 발생했을 때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과 맞물려 공고화돼왔다.

  사립대학 내에서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기구는 대표적으로 △대학평의 원회 △교수협의회 △학생자치기구 등이다. 그러나 이 기구들은 총장 및 이 사회를 견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학평의원회 구성 때문이다. 현재 대학 평의원회 구성은 법정 최소 인원만 지켜지고 있으며 그마저도 교원과 동문 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8월 열린 ‘대학평의회 기능 강화를 통한 대학 민주 화 방안’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33곳의 사립대학 중 대학평의 원회의 구성 인원이 법정 최소 단위인 11명에 그치는 대학이 90곳(67.7%)이 었으며, 교수와 동문이 전체 구성원의 63%를 차지했다. 교수협의회나 학생 자치기구는 학칙에 따를 뿐 법적 근거가 없어 총장과 법인 이사회에 대한 견 제 수단이 없는 게 현실이다.

  비위 행위자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는 것도 족벌경영의 지속 원인 중 하 나다. 지난 2012년 대법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 령) · 업무상 횡령 · 사립학교법 위반’ 판례에 따르면 교비회계를 용도 외 사용하는 것은 횡령죄에 성립한다. 하지만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 고 그마저도 대학 내부에 그치는 상황이 계속돼왔다. 교육부 사학혁신위 원회 활동 백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사립학교에서 3,106건이 넘는 비위 가 적발됐는데 205건의 비위사실에 대해서만 검찰 고발 및 수사가 의뢰됐 고, 비위 행위자에 대한 신분상 조치 중 90% 이상은 사실상 징계라고 볼 수 없는 ‘경고’ 또는 ‘주의’에 불과했다. 이러한 문제들은 학교법인의 이사 장이나 총장, 부총장직을 3대 이상 대물림하는 사립대학이 나타나는 데 일조했다. 교육부는 이를 해결하고자 지난해 12월 ‘사학혁신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표는 설립자의 친족이 3대 이상 학교법인의 이사장이나 총장, 부총장직을 대물림하고 있는대학들이다.(출처/교육부)
▲표는 설립자의 친족이 3대 이상 학교법인의 이사장이나 총장, 부총장직을 대물림하고 있는대학들이다.(출처/교육부)

 

교육부 사학혁신 주요 내용 

교육부가 발표한 사학혁신 추진방안은 △사학 회계 투명성 제고 △사학 법인 책무성 강화 △사학 운영 공공성 확대 △사립교원 권리보호 지원 △ 교육부 자체혁신 5개 분야 26개의 제도 개선으로 이루어졌다. 

▲표는교육부가발표한‘사학혁신추진방안’의내용이다.(출처/교육부)
▲표는교육부가발표한‘사학혁신추진방안’의내용이다.(출처/교육부)

 

  사학혁신 추진방안의 상세내용은 다음과 같다. 교육부는 사립대학의 회 계 투명성 제고를 위해 업무추진비 공개 대상을 현행 ‘총장’에서 ‘이사장 및 상임이사’로 확대한다. 또 회계 부정 임원 승인 취소 기준을 현행 단순 재산 횡령에서 1,000만 원 이상 재산의 배임 · 횡령 등으로 구체화한다. 또 적립 금의 교육투자 확대를 위해서 기금운용심의회에 교직원 · 학생 참여를 의 무화하고, 주기적 점검 및 사용계획 공개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리고 회 계 부정 발생 대학에 대해 교육부장관이 외부 회계 감사기관을 지정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한다. 감사기관을 학교법인이 자체적으로 지정했던 현 행법에 비하면 보다 투명성이 확보된다고 볼 수 있다.

  사학법인의 책무성도 강화된다. 교육부는 학교법인 임원 간 7촌 이내 친 족이 있을 경우 그 관계를 공시하도록 했다. 임원 및 설립자와 친족 관계에 있 는 교직원 수도 마찬가지로 공시의 대상이 된다. 아울러 설립자 및 설립자의 친족 등은 개방이사로 선임할 수 없도록 하고, 비리 임원의 결격사유를 강화 하며 당연 퇴임 조항을 신설한다. 책무성 관련 조치가 친족 관계 정보 공개에 치중된 것을 보면 사립학교의 족벌경영 방지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사립학교 운영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교직원 채용의 투명성도 높인다. 앞으로 사립학교는 교직원을 채용할 때 공개채용을 통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대 비리가 발생할 경우 교육청에 징계심의위원회가 설 립되고, 교직원에 대한 재심의를 관할한다.

  교육부 또한 자체 혁신을 시도한다. 퇴직공직자의 사립학교 취업 제한을 사립대학 무보직 교원까지 확대한다. 또한, 사립대학에 대한 상시감사체제 를 구축하고, △회계 · 채용 비리 △입시 · 학사 부정 △연구 부정 등 취약분 야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추진 방안에 그쳐선 안 된다

  그러나 이러한 사학혁신 추진방향을 두고 부족하다는 지적 또한 나오고 있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는 사학혁신 추진방안이 발표된 뒤 성명 을 통해 “우리나라 사립대학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전근대적인 지배구조에 있 다”라며 “대학평의원회, 교수협의회 등 법인에 대한 견제 기구가 합리적으 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학칙과 시행령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언급했듯, 사립대학은 총장과 법인 이사회에 권한이 집중된 구조다. 그리고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은 개방이사가 대표적이다. 개방이사는 학교 법인 이사 중 사학비리를 막기 위해 외부에서 파견된 이사로, 개방이사 제도는 「사립학교법」제14조에 근거한다. 현행법상 개방이사는 학교법인 이사 정수 의 1/4에 해당해야 하고, 개방이사추천위원회에서 2배수 추천한 인사 중에서 선임된다. 그리고 개방이사추천위원회 위원의 절반은 대학평의원회가 추천 한다. 사학혁신 추진방안은 개방이사의 비율은 늘리지 않는다. 이는 다시 말 해 법인 이사회의 구조가 그대로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교육부 사립대학정책 과 관계자는 “사립대학의 경영권도 일부 인정돼 개방이사 비율을 늘리는 것 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법인 이사회와 총장의 친족을 개방이사에 선임하는 걸 제한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개방이사추천위원회 구성이 법 으로 규정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현행법상 개방이사추천위원회 구성은 학교 법인의 정관으로 규정된다. 이에 대해 교육부 사립대학정책과 관계자는 “개 방이사추천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안은 아직 없다. 그러나 개방이사 실효성 강화를 위한 개정안이 발의될 예정이고 구체적인 구성단위 는 법이 개정된 뒤 시행령을 통해 규정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지난 2월 27일 사학혁신 추진방안을 입법 예고했다. 혁신안 중 △비리 이사의 복귀 제한 연장 △교직원 공개채용 △외부 회계감사기관 지 정 △친 · 인척의 개방이사 선임 제한 등은「사립학교법」개정이 필요한 부 분이고, 이는 21대 국회에서 논의될 것이다. 사립학교법은 지난 2005년에도 개정이 추진됐지만, 당시 정쟁에 의해 무산된 바 있다. 교육부는 이번 추진 방안의 부족한 부분도 보완해 사립대학의 공공성을 확대해야 할 의무가 있 다. 교육은 학교기관의 장 등의 이익에 의해 좌지우지 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