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경제학] 드라이브 스루 경제학〈10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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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경제학] 드라이브 스루 경제학〈1071호〉
  • 장기민 디자인경제연구소장
  • 승인 2020.05.1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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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는 경제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다. 19세기 사람들의 모습과 별다를 바 없던 대면 문화는 굳이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서도 충분히 가능한 언택트 문화로 넘어왔고, 덕분에 우리는 그동안 ‘충분히 할 수 있었으나, 하지 않고 있었던’ 미래시대의 개막을 강제적으로 서둘러 앞당겨 올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의 경제가 휘청거렸지만 배달 업계만은 전례없는 호황을 맞게 되었고 로켓배송과 새벽배송을 앞세우며 공격적 마케팅을 이어나가는 쿠팡은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배달문화의 전방위적 확산으로 미국 아마존사는 직원 10만 명을 추가 고용하기로 했고, 시간당 급여도 일정기간동안 인상하기로 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배달을 향한 소비자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상승하던 시기에 업계 1위인 ‘배달의 민족’이 업체 수수료 부과율을 높이며 때아닌 갑질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참여업체와 소비자의 여론이 모두 안 좋아지자 배달의 민족은 수수료율 변경 계획을 철회하며 해당 내용을 해프닝으로 마무리했지만, 배달의 민족에 실망한 나머지 전화로 주문하는 소비자들이 일시적으로 늘며 큰 파장을 몰고 왔다.

  배달원이 배달오지 않고 소비자가 직접 받으러 가는 드라이브 스루 또한 이미 우리 생활에 깊게 정착되어 있다. 초창기 패스트푸드와 커피를 손쉽고 빠르게 판매하기 위해 시작되었던 드라이브 스루 방식은 대한민국에서 코로나19 위기를 대처하기 위한 선별진료소 운영 시스템으로 응용되었고, 위기 기간 중 그 합리성을 인정받아 각종 농수산물, 꽃, 호텔 음식을 비롯하여 생선회까지 서비스하게 되었다.

  드라이브 스루는 미국에서 시작된 문화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 대한민국에서 먼저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 등 위기 대처에 적절히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도리어 미국에서 우리나라의 드라이브 스루 선별 진료 방식을 따라하는 현상이 벌어졌고, 대한민국의 민첩하면서도 범용성 있는 대처능력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드라이브 스루는 손바닥을 서로 맞대면서 지나는 인사법인 하이파이브와 비슷한 점이 많다. 하이파이브는 197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LA 다저스 3번 타자 더스티 베이커가 홈런을 친 후 홈으로 되돌아올 때 동료 글렌 버크와 손바닥을 크게 부딪치면서 탄생되었다고 한다. 격식을 차리며 악수를 하는 인사법에 비해 격은 좀 덜 할지라도 간단하고 가벼우며 직관적인 인사법이다. 무엇보다 인사를 나누는 데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드라이브 스루 역시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데 차량을 주차하고 홀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주문한 뒤 음식을 수령하는 데까지 걸리는 일반적 시간을 운전하면서 모두 가능하도록 단축시켜준다.

  미국을 대표하는 대형마트인 '월마트'도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적용하여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나서 드라이브 스루로 수령해 갈 수 있도록 했다. 경기도 성남시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14곳의 지역 내 공공도서관의 출입을 폐쇄한 뒤 일정 기간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만 운영하도록 전환했고,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인천광역시에는 24시간 드라이브 스루 전용 도서관이 건립되어 운영되고 있었다.

  살면서 위기는 늘 예측하지 못한 상태로 다가온다. 코로나19 발생 전 드라이브 스루는 편리했으며, 코로나19 발생 후 드라이브 스루는 감염의 확산을 막아주는 안전장치였다. 단순히 시간을 단축하고 편리함만을 제공했던 드라이브 스루의 아이디어는 위기상황이 되자 편리함을 넘어서 생명의 위협에 대한 보호 장치로 발전해 나갔다. 우리 경제에도 이렇듯 범용성 높은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훌륭한 아이디어는 일상적인 행동을 불편함으로 인식하는 순간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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