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폭발 장애, 청년 세대의 전유물이 되지 않기를 〈1063호〉

2019-11-02     유근범 기자

한때 “너 분노조절장애 아니야?”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하던 간헐적 폭발 장애는 순간적인 분노를 참지 못하여 끔찍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무서운 질병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러한 간헐적 폭발 장애는 최근 20대 사이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었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 사회의 청년들을 분노하게 했을까? 선천적으로 간헐적 폭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간헐적 폭발 장애는 오늘날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 무한 경쟁이 만들어 낸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성공한 사람을 우대하고 낙오자를 멸시해버리는 철저한 이분법적인 사회, 아무리 노력해도 올라가는데 한계가 있는 모순적인 사회에서 결국 청년들에게 남은 것은 배신감과 허탈감이며 이마저도 곧 분노와 증오로 바뀌게 됐다.

7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집, 꿈, 희망을 포기한 세대의 준말)라 불리는 이 시대에 감정까지 포기한다면 무엇을 더 포기해야 할까. 2000년대부터 대두되기 시작한 간헐적 폭발 장애가 꾸준히 증가하여 우리 사회에 문제가 된 이유는 계속되는 사회 양극화, 소외감, 상대적 박탈감, 구조적 모순, 부조리라는 사회 환경적인 요소가 컸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주체이다. ‘노력’, ‘열정’이라는 말 대신 청년의 입장과 시선에 서서 무엇이 우리 사회의 청년들을 분노하게 했는지 생각했으면 좋겠다. 더불어 간헐적 폭발 장애가 청년 세대의 전유물이 되지 않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