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만든 불안 <1053호>

2019-03-31     오상훈 기자

“어…, 음…”. 과장 조금 보태서 지난주 있었던 수습기자 면접장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필자는 팔자에도 없는 면접관을 세 번 정도 해봤는데, 적어 낸 능력은 출중해 보이나 말로 그 능력을 다 표현하지 못하는 지원자들을 많이 봤다. 그중에는 귀가 빨개지거나 손을 떠는 사람도 있었는데, 모두 비슷한 모습이니 이해는 간다. 그러면서도 ‘저 정도로 떨릴까’라는 데에 생각이 미치자 불현듯 필자가 면접 때 어땠는지 궁금해져 당시 면접관이었던 선배에게 "저도 그랬어요?"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응”.

우리는 항상 상황에 갇힌다. 여기서 말하는 상황은 실존하는 상황보다는 만들어낸 상황에 가깝다. 면접을 예로 들어보자. 면접이라는 실존 상황이 닥쳤을 때 지원자는 자신의 뇌를 가상 면접장에 가둬버린 양 행동하는데 그 원인은 면접이라는 상황 자체가 주는 압박감보다 그 상황이 불러일으키는 불안에 더 크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잘 못 말하면 안돼’라는 벽이 말 자체를 막는 것이다. 필자는 면접볼 때 자신이 어땠는지 까먹었다. 아마 다들 비슷할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몇 번 안 되는 경험이기는 하지만, 면접을 통과한 사람들은 면접 때, 평소에 말하듯 덤덤하게 대답했다는 것이다. 답은 나왔다. 적어도, 스스로 만들어 낸 불안에 갇혀 평소보다 못한 모습을 보여주는 일은 없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