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무게 <1043호>

2018-09-17     명대신문

임금 체납, 일방적인 해고, 부족한 휴식 시간 및 공간. 청소노동자를 둘러싼 묵직한 사회문제들은 끊임없이 수면 위로 떠오르곤 한다. 고용인과 피고용인, 갑과 을. 이처럼 고용으로 얽힌 관계에서 파생되는 문제들은 우리 사회의 암(暗)적인 부분들을 보여준다. 그런데 여기, 갑과 을이 아님에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쓰레기에 대한 ‘인식’을 둘러싼 이야기다. 우리는 청소노동자의 이중 노동이 나로부터 발생함을 잊고 살았다. 음료가 남았지만 쓰레기를 버리고, 꺼지다 만 담배는 바닥에 던진다. 어렵지 않은 일이다. 의식하지 못한 사이 편리함을 추구하며 하는 가벼운 행동.

새벽 5시쯤 캠퍼스를 거닐다 보면 바닥에 떨어진 담배꽁초를 줍거나, 아무렇게나 버린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하고 있는 청소노동자를 볼 수 있다. 이렇듯 대부분의 청소노동자는 이른 아침부터 하루를 시작한다. 앞서 말한 나의 편리함이 모여, 타인의 삶의 무게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당부하고 싶다. 환경을 생각하자는 원론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네 편리함을 위해 고생하는 청소노동자를 떠올려달라. 인식개선은 대체로 어렵다. 한 번 뇌리에 박힌 생각은 쉽게 떠나지 않기 때문에 개선 속도가 더딜 때도 있다. 그러나 청소노동자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는 이 순간부터, 우리 대학 학우들의 변화가 시작될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