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장애등급제 폐지, 준비 덜된 성급한 추진 <1043호>

장애등급제, 폐지해야 한다

2018-09-16     조유빈 기자

 내년 7월부터 장애등급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개정안은 장애등급을 장애 정도로 변경해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과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단순하게 구분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기존에 시행된 장애 정도를 의학적 상태에 따라 1~6급으로 나눠 복지 지원을 차등화한 장애등급제를 폐지한다는 것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복지서비스 제공 기준이 될 ‘종합조사표’를 제시 했다. 조사표에서 최고점수를 받아야지만 점수에 따라 금액을 지원하는 최대 지원시간을 받게 되는데, 현재 조사표엔 △신체장애 △정신적 장애 △감각장애가 혼재돼있다. 즉, 최중증 · 사지마비에 정신적 장애까지 동시에 있어야만 596점인 최고점수로 일일 최대 지원시간인 16.84시간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는 기존 일일 최대 지원시간인 14.7시간에서 약 2시간 정도만 늘어난 것에 불과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활동지원 24시간 보장’에도 못 미친다. 문제는 또 있다. 보건복지부는 ‘장애등급제 폐지 3차 시범사업’으로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기존 활동지원급여 수급자 1,886명에게 종합조사표를 모의 적용해봤다. 그 결과, 활동지원 급여량은 전체적으로 월평균 5.13시간(약 4.58%)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대상자 중 45.76%에 해당하는 860명은 급여가 감소했다. 그뿐만 아니라 전체의 13.52%(246명)는 급여에서 제외됐다. 더욱이 최대 급여량인 16.84시간을 받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외에도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라 생각한다. 기존 ‘활동 지원인정조사표’에는 시각기능과 청각기능이 각각 분리되어 최대 60점까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으나 ‘종합조사표’에 따르면 ‘시청각복합평가’로 최대 20점까지만 인정된다. 자연스럽게 시청각장애인의 활동지원 급여량은 감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장애등급폐지가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등급’이 ‘점수’로 바뀐 것 외에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지난 7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장애인을 위한 예산에 대해 논평하는 자리에서 “내년 7월 장애등급제 폐지와 관련해서 충분한 예산 확대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장애인들의 더나은 삶을 위해 실시된 장애등급제의 본 취지와는 달리 예산도 확보되지 않은채 점수와 등급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