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박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2017-10-30     곽태훈

2009년 12월, 서울시 관악구 소재주 사랑공동체교회 외벽에 가로 70cm, 높이 60cm, 깊이 45cm의 자그마한 상자가 설치됐다. 이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게 된 부모나 부양능력이 없는 부모가 아이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마련된 상자로, 일명 베이비박스 라고 불린다. 이 때문에 베이비박스를 찾는 부모는 대개 미혼모들이다. 실제로 지난해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유기하고 돌아가는 부모 2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그 중 72%에 해당하는 수치인 145명이 미혼모였음이 드러났다. 이렇게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이는 서울시립어린이병원에서 검진을 받고 서울시아동복 지센터로 인계된 후 보육원에 보내지 거나 입양이 되기도 한다. 즉, 보호시설이 없으면 무참히 버려질 수밖에 없는 영유아들이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요람으로 작용하려는 게 베이비박스의 취지인 것이다.
이처럼 좋은 목적에도 불구하고 현재 베이비박스는 거센 반대에 부딪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해당 설치물이 오히려 영유아 유기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베이비박스가 곧바로 영유아 유기로 귀결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2012년 8월에 개정이 이뤄진 입양특례법에 의하면 출생신고가 돼 있는 경우에만 입양절차를 밟을 수 있 다. 이로 인해 부모가 부득이하게 키울 수 없는 아이를 입양보내기 위해서는 자신의 출산 사실을 노출해야하는데 이는 특히 미혼모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자료 에 따르면 법이 개정된 시점 전후로 79 명이었던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영유아 가 252명으로 급증했고, 올해까지 매 년 200명대로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입양특례법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생명보다 우선한 가치가 있을까.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천부적으로 ‘생명권’을 갖는다. 베이비박스는 그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따라서 영유아 유기에 대한 다른 대 책이 없는 현 상황에서 베이비박스마저 없애는건 우리나라「헌법 제10조」 에서도 규정하고 있는 기본적 인권 보장을 놓치는 행위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