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백마문화상] 비평 부문 가작 당선자 소감문

2016-12-10     김종하 중앙대학교(경제학과 14)

<백마문화상 비평 부문 가작 당선자 소감문> 
 

광장에 100만 명의 사람이 모였습니다. 시민들은 그곳에서 평화롭게 촛불을 들고 무너진 국가시스템을 다시 만들자는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진실은 밝혀지고 있고 사람들은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이 끝난 후, 광장이 다시 조용해졌을 때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달라질 수 있을 것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나라 최고 권력자의 문제와 우주의 기운에 대해 말하기 전에 저는 제 일상의 공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 고등학교에서 느꼈던 억압과 구속, 대학에 와서 느낀 불통과 비민주성, 일터에서 마주한 욕설과 폭언들. 심지어 촛불을 든 광장에서 들린 여성과 소수자들을 향한 혐오와 비하까지. 저는 지금도 저를 포함한 우리 모두에게서 종종 지금 대통령과 그 측근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우리는 이 사건 이전에도 무관심과 혐오로 누군가를 상처 입히고, 친분과 귀찮음으로 누군가의 기회를 빼앗았습니다. 우리 주변에 많은 사람들에게 이곳은 단 한 번도 국가로써, 사회로써 존재한 적이 없습니다. 청와대만이 가해자가 아닙니다. 저 역시 그들에게 가해자였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결국 다시 민주주의입니다. 우리는 더 민주적으로 살아야 합니다. 대통령의 민주주의보다 개인의 민주주의, 가족의 민주주의, 여성의 민주주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태까지 한 번도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못한 사람들에게 말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여성이, 성소수자가, 청소년이 자신의 삶에 대해 얘기를 할 수 있어야 광장의 촛불은 진짜 사회를 바꾸는 빛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묵묵히 듣겠습니다. 이 사회에 대해 말하기 전에 듣는 것이 먼저입니다. 누군가의 요구를 이상함이 아니라 당연함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제 자신의 요구를 말하는 것보다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항상 저에게 부끄러움과 약간의 예민함을 주는 모든 이 사회의 당사자들에게 감사합니다. 그분들이야말로 진짜 민주주의를 알려주는 교사라고 생각합니다. 이사회의 모든 당사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도록 앞으로도 더 예민해지고 더 불편해지겠습니다.

 

가작 당선자 김종하 사진.jpg

김종하 중앙대학교(경제학과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