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싫어하는 나라가 우리를 싫어한다

우리가 싫어하는 나라가 우리를 싫어한다

2009-10-01     관리자

 

우리가 싫어하는 나라가 우리를 싫어한다

점심을 먹다 나온 이야기이다. 한 교수가 검색할 것이 있어서 중국 사이트를 들어갔더니 ‘축구 유니폼이 제일 멋있는 나라’를 인기투표하고 있더란다. 살펴보니 중국이 1위였고, 한국은 제일 촌스러운 유니폼 순위에 들어 있었다. 다른 일을 하다가 두세 시간 후 다시 그 사이트에 들어 갔더니 한국이 ‘축구 유니폼이 제일 멋있는 나라’ 1위에 등극해 있었다. 그리고 순위 밑에 한국어로 ‘인터넷도 느려터진 나라에서 어딜 이따위 인기투표를 해’라고 쓰여 있었다고 한다.
2007년 12월 10일 중국 국영 신화사통신에 의하면 중국의 유력지 국제선구도보國際先驅導報가 4개월 동안 조사한 ‘중국인이 싫어하는 이웃나라’에서 ▲1위 한국(40.1%) ▲2위 일본(30.2%) ▲3위 인도네시아(18.8%)가 순위에 올랐다. 한국이 일본을 앞선 것은 정말 의외였다. 이 기사를 읽고 여태껏 ‘중국인이 싫어하는 이웃나라’ 1위였던 일본은 매우 기뻐하며 인터넷에 많은 기사와 코멘트를 올려놓았다.
2005년 한국일보와 요미우리신문의 공동 여론조사 항목을 보면 한국의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65.3%로 가장 높았었다. 그런데 2007년 9월 중앙일보 여론조사를 보면 ‘싫어하는 나라 순위’가 ▲1위 일본(38%) ▲2위 미국(14%) ▲3위 중국(14%)이 됐다. 몇 년 만에 한국과 중국은 서로 싫어하는 나라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한국이 싫어하는 세 나라 모두가 세계 경제대국이다. 2007년 국내총생산(GDP)을 보면 ▲1위 미국 ▲2위 일본 ▲4위 중국이다. 게다가 중국은 성장 중인 나라이므로 곧 국내총생산이 3위로 올라설 국가이다. 이렇게 보면 한국은 세계 경제의 강자들을 모두 싫어하는 셈이 된다. 게다가 이들은 한국의 주요 무역국이다.
이렇게 우리가 그들을 싫어할 때 그들도 우리를 싫어하게 된다. 일본에서는 공식적으로 기관에서 ‘싫어하는 나라’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는 대신 인터넷 조사를 하는데, 그 순위를 보면 1위가 북한이고, 2위가 한국이다. 두 나라를 합친 비율은 90%를 넘는다.
이런 여론조사를 보아도 일본은 매우 약았다. 일본은 ‘일본인이 싫어하는 나라’라는 여론조사를 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나라는 가끔 하는데 말이다.
이에 비해 한국 언론은 ‘싫어하는 나라’의 여론조사 결과를 번역까지 하면서 인터넷에 올려놓는다. 현재 일본 한류 사이트에 가보면 한국인이 일본인을 싫어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엄청나게 도배돼 있다. 한류의 판을 깨는데 한국 언론이 이용되고 있다. 언론뿐인가? 지난 5월 중국 지진사태에 대해 악플을 달아 문제가 되었듯 인터넷에는 배타적인 내셔널리즘이 판을 치고 있다.
인터넷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5일, 문화일보는 명동의 의류매장 중 한 곳에서 ‘CCTV 作動中(작동중), 禁止偸盜(금지투도ㆍ물건을 훔치지 마시오)’라는 문구를 써 붙여놔 중국 관광객의 감정을 상하게 했다는 기사를 보도해 중국의 혐한 감정을 부추겼다고 한다.
세계는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 나 하나의 행동이 국가 이미지와 직결되는 시대이다. 이제는 내 행동이 한국이라는 국가브랜드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것이다.

최경국(일문학) 교수
박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