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다랑논 -중국 윈난 위안양현

<자연의 단상>세계 최대 다랑논 -중국 윈난 위안양현

2011-09-25     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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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해도 뜨지 않은 5시. 나는 위안양현(元陽縣) 신제진(新街鎭)에서 마을 버스인 빵차(面包車, 식빵처럼 생겼다해 붙은 이름)를 타고 둬이춘(多依村)마을로 향한다. 비포장 도로를 타고 이 작은 미니밴은 끊임없이 헐떡이며 가쁜 고개를 넘어간다. 한참 후 차가 멈추고 내리라 한다. 오전 6시. 아직도 밖은 깜깜하지만 주변을 둘러보고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는 이윽고 숨이 멎을 뻔 했다. 와! 인간이 만든 거대한 풍경에 압도됐다. 언뜻 보면 잠자리의 날개 같기도 한 이 거대한 논은 사실 자연유산이 아니라 세계문화유산이라야 맞다. 자연이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라 자연과 투쟁하며 인간이 만들어 놓은 기념비적인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들이 몇 해만 농사를 멈춘다면 이 풍경은 사라질 것이다.
천천히 거대한 다랑논의 마을, 둬이춘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하니족(哈尼族)의 마을이다. 하니족은 남쪽으로 이주한 고대 강저인들의 후예로 1646년대에서 농민정권을 수립해 청나라에 대항한 용감한 이들이다. ‘태평천국의 난’ 시기까지 이어진 이들의 투쟁 때문에 청조의 철저한 탄압을 받아 고산지대에 모여 살게 됐다. 청남색을 선호하며 고산지에서 농사를 짓기에 기계농사하고는 거리가 멀다. 모두 인력에 의해 저 거대한 다랑논을 만들어 온 것이다. 청바지 입은 낯선 이방인을 반갑게 맞이하는 왕현달(75) 노인은 “전기도 작년에 들어와 덕분에 TV도 보고, 한국 드라마도 봤지”라고 한다. 하지만 이 동네에서 청년을 보기란 힘들다. 모두 도회지로 돈 벌러 나갔기 때문이다. 노인들과 여성이 지키고 있는 이 마을 농가의 한 달 평균 수입은 우리 돈으로 5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농약을 살 돈도 없다. 눈물 나는 유기농들인 셈이다.

필자: 이상엽 다큐멘터리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