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쓰나미

회계 쓰나미

2011-04-17     황윤식
어느덧 봄이다. 유독 매서웠던 추위에 잔뜩 웅크렸던 몸과 마음이 기지개를 펴는 나른한 봄날, 학생들의 활기찬 모습이 캠퍼스를 더욱 빛나게 한다. 하지만 그들의 앞에 놓인 사회는 아직도 냉기가 흐르고 있다. 소위 88만 원 세대라고 불리는 지금의 20대들은 금융위기 등 경제 불안의 가중으로 취업의 문 앞에 서기가 힘들어졌다. 인생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대학생활이 소위 스펙 쌓기에 여념 없는 무미건조한 나날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좁아진 취업의 문 때문인지 요즘 공인회계사 또는 세무사 시험 상담을 위해 필자를 찾는 학생들이 부쩍 늘었다. 그러나 회계는 단지 자격증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여러가지 측면에서 사회 전반적으로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경제주체의 단위 즉 개인, 가계, 기업, 정부 등은 모두 자신의 경제활동 결과를 파악하기 위해 회계를 필요로 한다. 특히 최근에는 회계와 관련해 두 개의 커다란 쓰나미가 몰려온 바 있다.
먼저 올해부터 상장기업 등에 대해 국제회계기준의 전면적 시행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국제회계기준은 기존의 회계기준과 달리 원칙 중심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 나라 다양한 유형의 기업들이 실무에서 겪는 모든 회계문제에 구체적인 답을 주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각 기업은 자체적으로 국제회계기준을 해석하고 가장 적합한 회계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는 기존의 기업 내 회계인력들에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며, 국제회계기준을 잘 아는 구직자들에겐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또한 정부도 최근 재정 전 부문에 걸쳐 회계의 기본원리인 발생주의 및 복식부기 회계제도를 채택함으로써 보다 전문화된 회계 인력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다음해부터 공인회계사 시험에 정부회계를 포함시켰을 뿐 아니라 아예 공무원 시험에 회계직종이 신설될 계획이다. 5급ㆍ7급ㆍ9급 중 어느 직급에만 한정될지, 전 직급에 걸쳐 선발할지는 아직 미정이나 회계직종이 신설되는 것만은 확정적이다. 따라서 기업 등 민간부문에서만 필요로 했던 회계 전문가들이 이제는 공공부문에서도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 공직사회로 진출할 기회가 높아지게 되었다.
많은 학생들의 진로상담을 하다보면 연봉이 얼마인지가 가장 주된 판단 기준이 되는 것을 발견하곤 한다. 공인회계사, 세무사, 변호사 등 전문가가 되기 위한 시험 준비를 상담하러 오는 경우에도 과연 얼마를 버는지가 주된 관심사가 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돈이 자신의 평생 직업을 결정하는 첫 번째 기준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부자가 되는 것은 돈을 쫒아 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희망을 이루는 과정의 부산물일 뿐이다. 대학생활 동안 자신의 적성을 찾고 평생을 업으로 삼을 만한 일을 꿈꿀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 대학생활은 윤택해지고 소중한 추억의 한 자락이 될 것이다. 회계가 자신의 적성에 맞는 학생들이라면 지금의 회계 쓰나미를 새로운 기회의 발판으로 삼아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