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하나 인생 한 수, 판례 하나 인생 두 수 : 내 청춘의 복기 〈1161호〉
20년 동안 바둑판 위에서 돌 하나, 인생 한 수로 세상을 배워가던 내가 이제는 법전과 판례 하나, 인생 두 수로 세상을 배워간다.
법학과로 전과를 감행해 바둑돌을 내려놓고 승부사의 삶을 뒤로한 채, 새로운 세계로 발을 디딘 나를 향해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눈초리를 보냈다. 관성 같은 안주를 거부하고 마주한 새로운 길에서, 나는 남들보다 배의 노력을 쏟아부으며 스스로를 증명해내야 했다. 그 끝에 타대학의 강자들을 꺾고 명지대학교의 이름을 걸어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것은 타인의 편견을 지워가는 소중한 과정이었다.
이 궤적은 캠퍼스에 머물지 않고 대형 로펌의 실무 현장이라는 거대한 바다로 이어졌다. 판례 속에서 사회의 맥박을 짚어내며, 나는 삶이란 정해진 답을 찾는 것보다 매 순간 마주하는 국면에서 나만의 돌을 묵묵히 놓아가는 일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이 과정이 혼자만의 힘으로 완성된 것은 아니다. 곁에서 아낌없는 조언과 지지를 건네준 법학 학과회장 친구,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던 FC 명지 동아리 회장, 그리고 열정을 더해준 법학 축구 학회장 후배들과 수많은 학우들의 온기가 있었기에 비로소 이 자리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판 위에서 위태롭지만 소중한 한 수를 두고 있다. 타인이 던지는 의심의 시선 앞에서 흔들릴 때면, 나는 종종 내 안의 돌을 떠올린다. 삶이란 어쩌면 거대한 정답을 맞히는 일이 아니라, 타인의 평가를 잠시 내려놓고 저마다의 속도로 자신만의 국면을 채워나가는 일이 아닐까. 서툴지만 꾸준한 기록들이 모여, 언젠가 우리 모두의 삶이 저마다의 멋진 복기로 남기를 조심스레 바라본다.
바둑판 위의 돌 하나가 판례 속 한 수로 이어졌듯, 내게 명지에서의 이 청춘 역시 치열하게 고민하고 기꺼이 내 자리를 지켜내며 채워간, 가장 진중하고 깊이 있는 한 판의 기보(棋譜)로 남기를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