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둘러싼 논쟁 속 개인에게 묻는 책임 〈1160호〉
지난달 23일에 개봉한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싸고 역사 왜곡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는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러나 영화 속 일부 장면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해당 사건에 개입했다는 가능성을 암시하는 해석이 나오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일부 여론은 '해당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며 비판을 제기하고 상영 중단과 제작진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제작진은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작품이며,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내리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영화의 역사적 해석을 둘러싼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논란은 정치권과 영화계 전반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결국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영화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출연 배우 중 일부를 향한 불매 운동이 나타났으며, 배우가 광고 모델로 활동하는 기업에 계약 해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또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예정됐던 배우들의 무대인사 등의 행사가 안전 문제로 취소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4일, 영화에 출연한 배우 유해진의 자택 앞에서 영화 상영 중단과 사과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는 영화의 역사적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우의 사적인 공간까지 찾아가 항의하는 행위가 나타난 것이다.
소비자가 불매 의사를 밝히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그러나 작품에 대한 비판이 출연 배우의 자택 앞에서 이뤄지는 등 개인의 사적인 공간으로까지 이어지면서, 비판의 대상과 방식에 대한 논의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역사적 사실의 왜곡 여부를 둘러싼 비판과 출연 배우와의 관계성을 파악할 필요가 있으며, 작품에 대한 비판이 출연 배우 개인에게 향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