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향해 주사위를 던지다, CBS 박정환 기자 〈1160호〉
사회적 변화를 이끌고 싶다는 생각으로 기자 생활을 시작한 박정환 동문(디미 04)은 치열한 사건의 현장을 거친 끝에 CBS 보도국 국회팀장 자리에 오르며 자신만의 취재방식을 갖췄다. 그러나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겠다며 초심을 잃지 않고 새로운 시선으로 현장을 바라본다. 이에 본지는 박정환 동문을 만나 언론인으로서 걸어온 발자취와 현장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들어봤다.
명대신문에서의 발돋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명지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과 04학번 졸업생 박정환입니다. 학부 시절 5학기 동안 명대신문에서 기자 활동을 했고, 지금은 CBS 보도국에서 국회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어느덧 기자 생활을 이어 온지 14년이 됐네요.
명대신문에서의 경험이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결심을 굳히는 데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원래 환경공학과로 입학했는데, 학과가 적성에 맞지 않아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그러던 중 TV에서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의 모습이 멋있게 느껴져 2학년 때 디지털미디어학과로 전과 했습니다. 기자를 직접 체험해 보고자 명대신문에도 지원했죠. 신문을 격주로 발행하다 보니 학업과 병행하기가 무척 힘들었어요.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제가 쓴 기사로 학교 제도가 조금씩 바뀌는 걸 보며 많은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를 계기로 사회로 나가 억울하거나 소외된 사람들을 비추고, 더 많은 사회적 변화를 이끌고 싶단 생각에 기자라는 꿈을 결심하게 됐어요.
명대신문 기자로 활동할 당시, 기억에 남는 기사는 무엇인가요?
당시 학교 측과 동아리연합회가 동아리 평가에서 하위 점수를 받은 동아리를 퇴출시키는 제도를 추진한 적 있습니다. 저는 학생들의 자율적인 자치 활동에 학교가 일방적인 기준을 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동아리 평가, 진정한 동아리 활성화 꾀할 수 있나」라는 기사를 발행했습니다. 기사에서 '친절한 인사'와 같은 주관적인 평가 항목과 과도한 감점 제도의 문제점을 짚고, 타 대학 사례와 비교하며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당시 학교로부터 항의와 압박을 받았지만, 기사의 파장이 커지면서 제도가 시행 직전에 무산되는 일이 있었어요.
학보사 기자와 실제 기자의 취재 방식이나 업무 강도가 얼마나 달랐는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실제 기자 활동보다 명대신문 활동이 더 힘들었습니다. 학업과 밤샘 마감을 병행하는 투잡이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기자가 되고나서는 업무 시간동안 소재 찾기에 집중할 수 있어 오히려 수월하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학보사는 학우들과 교직원을 중점으로 고려하지만, 실제 기자는 수많은 독자와 데스크의 검증을 거치기에 오타나 오보가 나면 안 된다는 긴장감과 기사의 무게감은 훨씬 컸습니다.
기자로 살아가는 시간
주간지, 통신사, 방송사를 거쳐 현재 CBS 국회팀장에 오르셨습니다. 매체를 옮길 때마다 새롭게 적응해온 과정이 궁금합니다.
졸업 직후, 주간지 『일요신문』에 인턴기자로 입사해 두 달만에 사회부 평기자로 임명됐어요. 주로 깊이 있는 심층 취재를 다뤘는데, 명대신문에서 쌓은 경험 덕분에 현장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뉴스1』으로 이직해 하루에 10개씩 속보와 스트레이트 기사를 쓰는 훈련을 거쳤죠. 당시 많이 혼나기도 했지만, 덕분에 순발력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약 3년 뒤 옮겨온 『CBS』는 정치부로 처음 들어와 속보부터 심층 기사까지 다뤘어요. 또한 유튜브와 라디오 뉴스도 함께 운영하는 플랫폼이다보니 프로그램 진행, 라디오 출연 등 새로운 현장에 적응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다양한 경험을 거쳐 국회팀장에 오르기까지 10년이 넘게 걸렸네요.
사회부와 정치부를 모두 거치셨는데, 두 부서에서 보낸 하루 일과나 분위기는 어떻게 달랐나요?
사회부는 사회적 이슈를 다루다 보니 팩트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칼에 찔렸다 가정했을 때, 단순히 칼에 찔렸다는 사실에 그치는 게 아니라 칼의 종류와 방향, 상해 부위, 쓰러진 지점 같은 사소한 내용이 사건의 본질을 바꿀 수 있어 항상 주의해야 해요. 반면 정치부의 경우, 예정된 회의 일정에 따라 주로 움직입니다. 정치인의 발언 진위를 파악하고, 해당 발언의 숨은 배경과 맥락을 전략적으로 분석 해야 하죠. 사회부가 팩트 싸움이라고 하면 정치부의 해석 싸움. 그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취재 환경이나 매체가 바뀌어도 끝까지 지키고자 했던 기자님만의 신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무엇이든 섣부르게 결론 내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기자는 수사권이 없기에, 저는 진실에 근접하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끈질기게 많은 사람을 만나요. 만일 취재원과 친분이 있더라도 공과 사를 명확히 구분해 기사를 씁니다. 취재 과정에서 을이 되어 문전박대를 당하더라도, 좋은 기사를 위해 감내해야 하는 '맷집'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자가 된 후,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가 있나요?
실제 기자가 되고 나서 많은 현장을 다녔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2014년 세월호 참사 때입니다. 당시 현장으로 급파되어 거의 노숙을 하다시피 유족들을 취재하고, 사고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해경과도 접촉했던 기억이 나요. 이후 세월호를 인양할 때도 며칠 동안 유족들과 동고동락하며 그들의 모습을 담아냈습니다. 그런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하던 순간이 인상깊은 것 같습니다.
치열한 현장에 서다 보면 기자이기 전에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감정이 크게 흔들릴 때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개인적 감정'과 '기자의 직분'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으시나요?
2019년 패스트 트랙 사건이나 2024년 비상계엄 사태를 직접 취재하면서 정치에 대한 회의감이 크게 밀려오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현장에 함께 있던 기자들과 '어떻게 정치적 갈등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최대한 냉정하게 사실을 기록하고 사안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객관적인 시선으로 균형을 잡으려 노력합니다.
수많은 기사를 쓰셨는데,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특종이 아니더라도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거나 기억에 남는 기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전세 사기범이 노숙자나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의 명의를 사들여 이른바 '바지 집주인'으로 내세우는 실태를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해당 사건을 취재하면서 사기 범죄자들은 빠져나가고 명의를 도용당한 사람들이 범죄에 이용당하는 구조를 발견했어요. 큰 이슈는 안됐지만, 사회적으로 더 많은 관심을 받아 근절 대책 마련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아쉬움과 애착이 함께 남는 기사입니다.
현장에서 지켜낸 신념
위험을 무릅쓰고 치열한 현장에 주저 없이 뛰어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마감 시간에 대한 압박감이나 기자로서의 의무감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차별화'였습니다. 단순히 사실만 전달하는 다른 기사들과 달리, 직접 현장에 들어가 밀접하게 취재해야만 기사가 풍부해지고, 사건의 실태를 명확히 드러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로서 10년이 되던 해인 2022년, 에세이 《박정환의 현장: 다시, 주사위를 던지며》을 출간하셨습니다. 당시 어떤 계기로 이 책을 집필하게 되셨나요?
언젠가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갖고 있었는데, 마침 독립 출판사를 운영하는 지인의 출간 제안을 받았어요. 옛날 취재 수첩과 기사를 다시 찾아보며 10년 동안의 기억을 복원해 써 내려갔습니다. 사회부 기자 시절의 치열했던 현장 기록을 책으로 남기면서 주사위가 매번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놓듯 기자로서의 초심을 지키고,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명확히 새기는 계기가 됐습니다.
오랜 시간 기자로 활동하시면서 힘들었던 순간도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기자 생활을 그만두고 싶거나 흔들렸던 순간이 있었다면, 다시 현장으로 돌아오게 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기자는 보통 3년마다 슬럼프가 온다고 해요. 저도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고 마감하다 보면 '일반 직장에 가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때마다 책에 담았던 마음가짐을 그대로 지키고 싶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현장을 지켜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고생하는 후배들이 때로는 저에게 원동력이 되어주곤 합니다.
주사위를 던지며
첫 취재를 나가던 때의 초심과 14년이 지난 지금, 현장을 바라보는 눈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첫 취재 때는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붙잡고 무엇이든 들으려던 욕심이 있었어요. 10년이 넘은 지금은 현장에 가기 전부터 누구부터 접촉해야 하고 뭐부터 봐야 하는지 공식이 생겼죠. 덕분에 빠르게 취재하는 능력이 생겼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고착화되어 '놓치는 것들이 생기지 않을까' 라는 걱정도 듭니다. 그래서 현장을 새롭게 바라보는 후배들의 시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그런 눈을 잃지 않으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자로서 앞으로의 목표나 꿈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개인 기사를 넘어 후배들과 함께 기사를 작성해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좋은 성과로 이어져 '이달의 기자상' 같은 값진 상도 후배들과 함께 받을 수 있다면 좋겠어요. 또한 기자를 시작할 때 품었던 꿈처럼 직접 앵커에 도전하며, 기존의 틀을 넘어 새로운 지평을 여는 뉴스를 기획하고 진행해 보고 싶습니다.
언론인을 꿈꾸는 우리 대학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제가 기자를 시작할 때와 달리 지금은 현장에서 활약하는 명지대 출신 기자도 많습니다. 당장 준비가 부족하다고 조급해할 필요 없어요. 지난 발자취를 돌아보면 그 안에 기자에게 필요한 끈기, 맷집, 팀워크 같은 자질이 이미 다 들어있거든요. 독서와 글쓰기로 자신만의 철학을 세우고, 끈기와 자신감을 갖고 두드린다면 충분히 좋은 언론인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