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위해 존재하는 〈1160호〉

2026-10-11     김민성(정외 24) 학우

 홍콩 여행에서 무엇이 좋았느냐고 묻는다면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추천할 것이 너무 많아서라기보다는, 돌이켜보면 무엇이 좋았는지 구체적으로 짚어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말로 이름 붙일 수 있는 표현 너머에 이 도시의 매력이 있는 듯하다. 릴스를 넘기다 보면 여행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낭만적인 영상들을 보게 된다. 꽤나 즉흥적인 나는 취향에 맞는 장면을 만나면 그 분위기에 이끌려 여행지를 결정하곤 한다. 그렇게 고른 여행지에서는 아무런 인연도 없는 낯선 장소마저 언젠가 와 본 듯 친밀하게 느껴지곤 한다. 내게 홍콩은 그런 내적 친밀감과 노스텔지아를 불러일으키는 곳이었다. 막상 도착해 내 마음을 붙든 것은 볼거리나 쇼핑이 아니었다. 전에 보았던 밤거리의 운치 있는 사진 때문인지, 오래전에 본 영화 〈중경삼림〉의 흐릿한 잔상 때문인지, 처음 마주한 풍경이 어쩐지 낯설지 않았다. 도시의 정취에 취해 한 번도 본 적 없는 야경과 바다를 이미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처럼 느꼈고, 낯선 거리와 사람들에게도 금세 익숙해졌다. 화면으로만 보던 풍경 속에 직접 서 있으니, 어쩌면 오래전부터 이곳에 오기를 바라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다녀온 뒤가 더 그리웁다. 매일이 영화 같았던 그곳을 떠나, 필름에 남은 듯한 장면들을 추억하는 일까지가 내게는 여행의 일부였다. 그래서 나에게 홍콩은 다시 가고 싶은 곳이라기보다 그리운 곳으로 남았다. 어떤 장소는 머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떠난 뒤 오래 그리워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 내게 홍콩은 그런 매력이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