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서 말하지 못하는 〈1159호〉

2026-09-28     김경나(정외 25) 학우
(출처/ 씨네21)

〈지구를 지켜라!〉는 병구가 외계인에게서 지구를 지키는 이야기다. 짧게 축약하자면 그렇고 자세히 말하자면 이 면을 다 채워버릴 정도로 길다. 짧은 줄거리는 마치 아이들 타겟의 어린 만화 영화를 설명하는 것 같지만 어린아이들을 위한 만화 영화와는 영 동떨어져 있다.

처음 이 영화를 봐야겠다는 결심이 든건, 영화에 삽입되지도 않은 삭제된 장면 때문이었다. 유리로 된 사람들이 빙글빙글 도는 뮤직박스. 그 뮤직박스에서 서정적인 음악을 재생되며 병구가 말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다 불행해지거든” 이게 대체 무슨 말일까 싶었다. 이 남자는 대체 어떤 인생을 감독에게 예정 당했기에 이런 말을 하나.

병구가 외계인을 가두고 고문한다. 순이는 그것을 보다가 외계인의 말에 홀린 건지 혹은 정말 이게 맞는지 싶어 묻는 건지 순이는 병구에게 자신을 사랑하냐 묻는다. 나는 대답하지 않는 병구를 이해할 수 없었다. 협력자가 필요하잖아, 그냥 거짓말이라도 해! 하지만 영화를 보기 전 봤던 장면이 엔딩 크래딧과 함께 올라올 때서야 나는 한박자 늦게 이해하고 만다. 아, 병구는 순이를 사랑했구나. 사랑해서 말할 수 없었구나. 사랑해서 말하지 못하는 '사랑해'도 있다. 

하지만 결국 순이는 병구에게 돌아온다. 병구에게 돌아와 외계인을 고문하며,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진실이 들어난다. 이 과정에서 순이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정말 아무도 병구를 믿지 않는다. 아무도 병구를 믿지 않고 이해하지 못해 세상은 결국 순이를 죽이고 멸망으로 치닫아버리고 만다.

불이해를 기어코 이해하고야 마는 것은 사랑일까? 터지는 지구를 보며, 엔딩크레딧이 끝없는 공허에 닿으며 나는 문득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