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학습의 '과정'을 평가하다 〈1159호〉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대학가에서도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실제로 학생들은 자료 검색과 요약을 넘어 보고서의 주제를 정하거나 문장을 작성하고 코드를 생성하는 등 과제 수행 과정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다. 생성형 AI는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탐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학습 과정에서 지나치게 의존하게 될 우려가 있다.
이처럼 생성형 AI가 과제 수행 과정 전반에 사용되면서 결과물만으로 학생의 역량을 평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대학가에서는 학생이 결과물에 도달한 과정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지가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본지는 우리 대학이 마련한 가이드라인을 살펴보고, 학우와 교수는 AI 시대의 대학 평가 방식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아봤다. 또한 타 대학 사례를 통해 생성형 AI 활용에 대한 대학가의 전반적인 시각을 살펴봤다.
AI 기준 마련한 우리 대학
① 생성형 AI 확산 속 마련된 가이드라인
생성형 AI가 과제 전반에 활용되며, 대학가에서는 수업 특성에 맞는 활용 기준을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난 2월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대학 관계자 및 전문가가 참여한 간담회를 열어 AI 활용 기준을 논의했다. 이어 지난달 24일 「대학 AI 활용 윤리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해당 지침은 AI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기보다 대학이 교육 목적과 수업 특성에 맞춰 자체 기준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둔다.
우리 대학도 지난 8월 대학 전체 교수자와 학습자를 대상으로 「명지대학교 생성형 AI 활용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가이드라인은 생성형 AI 활용에 따른 학업윤리와 수업 운영 및 평가에 관한 표준안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공정한 학사 운영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교원과 학생이 학문 탐구와 교육 과정에서 생성형 AI를 책임 있게 활용하는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학우들은 생성형 AI를 얼마나 활용하고 있을까. 이에 본지는 학우들의 AI 활용 현황과 인식을 알아보고자 지난 18일부터 5일간 KSDC DB를 통해 양캠 학우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총 249명이 응답했다. 설문에서 '대학 수업이나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생성형 AI를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지'를 묻자, '매우 자주 사용한다'와 '자주 사용한다'에 총 212명(35.3%+49.8%)으로 전체의 85.1%를 차지했다. 이처럼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학우가 많은 만큼, 관련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② 학생에게 제시된 AI 활용의 기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교수자는 수업계획서에 AI 활용 정책을 명시하고 과제의 목적에 따라 학생에게 허용 범위를 안내해야 한다. AI 활용이 허용된 경우에도 학생은 사용한 도구와 활용 목적·범위를 밝히고 생성된 결과를 직접 검증해야 한다.
가이드라인은 교수자가 수업별 AI 활용 범위를 정하고, 학생에게 이를 안내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 수업에서는 이러한 기준이 어느 정도 안내되고 있을까. 본지가 '담당 교수자로부터 생성형 AI 활용 가능 범위나 기준을 안내받은 경험'을 묻자 일부 수업 또는 대부분의 수업에서 안내받았다는 응답이 총 199명(60.2%+19.7%)으로, 전체의 79.9%로 나타났다. 반면 '거의 안내받지 못했다'와 '전혀 안내받지 못했다'는 응답은 각각 39명(15.7%), 8명(3.2%)이었다.
이와 함께 생성형 AI 활용에 관한 학업윤리 기준도 제시됐다. 우리 대학은 'MJU 생성형 AI 활용 학업 윤리 준수 서약'(이하 서약)을 마련했으며, 학우들은 ASTRA를 통해 자율적으로 서약에 참여할 수 있었다. 대학혁신지원사업운영팀 남혜인 팀원(이하 남 팀원)은 “서약은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이라며 “윤리 기준을 마련해 학우들이 AI를 올바르게 활용하는 문화와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③ AI를 수업 안으로… X+AI 교과목
우리 대학은 가이드라인 마련과 함께 AI 활용을 교육과정에 적용하는 「MJU AI 활용 교과 전환 개발 지원 사업」(이하 사업)을 시작했다. 이번 학기부터 시행된 사업은 기존 교양·전공 교과목을 'X+AI 교과목'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해당 교과목에서 학우들은 △공학 분야의 데이터 분석과 코드 작성 △디자인 분야의 시각화 △언어 분야의 AI 협업 글쓰기 △인문·사회 분야의 자료 검증 등 전공 특성에 따라 AI를 활용한다. 사업은 당초 약 10개 교과목을 선정할 예정이었으나, 신청자가 많아 최종적으로 전공 13개와 교양 6개로 총 19개 교과목까지 규모가 확대됐다. 실제 운영 규모는 분반을 포함해 32개 강좌로, 참여 교원은 18명이며 수강생은 945명이다.
선정 교원과 학생에게는 실습에 활용할 수 있는 MJU LLM 크레딧도 지급된다. 해당 크레딧은 교내 멀티 LLM AI 플랫폼에서 △ChatGpt △Claude △Gemini 등 여러 생성형 AI 모델 중 원하는 모델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교수자는 과목별·학기별 최대 5만 크레딧을, 학생은 강좌별 최대 2만 크레딧을 지원받는다.
AI가 바꾼 평가의 기준
① 결과물 넘어 '과정'까지
이처럼 대학은 가이드 라인을 마련하고, AI 활용 교과목을 도입하며 바람직한 사용문화를 장려하고 있다. 한편 생성형 AI가 과제 수행 과정 전반에 활용되는 만큼, 학생이 결과물에 도달한 과정까지 평가하는 것도 중요해졌다. 이에 우리 대학은 X+AI 교과목에서 교수자가 AI 활용 과제를 평가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과정 중심 채점 루브릭안'(이하 루브릭안)을 도입했다.
루브릭안에 대해 남 팀원은 “교수에게 학생들의 AI 활용 과제를 평가할 때 AI와 주고받은 내용을 어떤 기준으로 살펴보고, 배점을 적용할지 채점안으로 구성해 활용하도록 요청했다”며 “담당 교수는 루브릭안을 바탕으로 각 과목에 맞게 평가 방식을 구성한다”고 설명했다. 루브릭안은 △과제 최종 완성도 △비판적 검증력 △인간 중심 기여도 △학문적 진실성 등 네 영역으로 구성된다.
이처럼 우리 대학이 AI 활용 과정에 대한 평가 기준을 마련한 가운데, 이러한 평가 방향은 학우들의 인식과도 맞닿아 있었다. 설문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한 과제에서는 최종 결과물뿐 아니라 학생의 수행 과정도 함께 평가할 필요가 있는지'를 묻자 '매우 필요하다'와 대체로 필요하다'는 응답이(16.1%+61%)로 전체의 77.1%에 달했다.
반면 과정 평가를 위해 학생의 AI 이용 기록을 어느 수준까지 확인해야 하는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AI와 나눈 전체 대화 기록을 과제와 함께 제출하는 방식에 대해 '대화 기록 제출은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94명(37.8%)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AI 활용 목적 및 범위 공개만으로 충분하다' 54명(21.7%), '주요 프롬프트 제출만으로 충분하다' 50명(20.1%) 순으로 나타났다.
② 같은 결과물, 같은 평가?
학생마다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정도가 다른 만큼, 이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지도 고민이 필요하다. 이에 본지는 AI 활용 정도에 따른 학우들의 평가 인식을 살펴보고자 가상의 과제 수행 사례를 제시했다.
“A학생은 자료 조사부터 목차 구성, 보고서 작성까지 전 과정을 직접 수행했고, B학생은 생성형 AI로 주제와 목차를 정하고 전체 초안을 작성한 뒤 사실관계와 논리를 직접 검토·수정했다”
이때 두 학생의 과제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응답은 총 169명(18.5%+49.4%)으로 전체의 67.9%였다. 반면 적절하지 않다고 답한 80명 중 25명 (31.3%)은 'AI 수행 부분을 개인 역량으로 보기 어렵다'고 응답했고, '과제 수행 과정에서의 사고·학습 경험 차이'가 23명(28.8%)으로 뒤를 이었다.
관련해 방목기초교육대학 황은경 교수(이하 황 교수)는 과제의 목적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황 교수는 “과제를 통해 학생이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며 “결과물 완성이나 AI 활용 능력이 목표라면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학생 스스로 생각을 구성하고 표현하는 것이 목표라면 AI가 초안을 대신 작성한 것은 학습 과정을 건너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이드라인은 △1단계 활용금지 △2단계 조건부 허용 △3단계 적극허용으로 구성되며, 교수자는 원하는 단계를 택한다. 황 교수는 필수교양 영어 수업을 3단계로 선택해 강의하고 있다. 해당 단계에서는 수업과 과제 과정에서 생성형 AI의 적극적인 활용을 허용하고, 이를 학습 과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황 교수는 'Dr. Hwang Writing Lab'을 직접 개발해 과정 중심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해당 수업은 스스로 초고를 작성한 뒤 AI의 피드백을 검토해 수정본을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학우들은 AI 제안을 수용하거나 거절한 이유를 성찰일지에 기록하며, 황 교수는 이를 비롯해 초고와 수정본의 변화, Writing Lab 활동 기록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실제로 수업에서 한 학생은 AI가 글 도입부의 수정을 제안했지만, 과제에서 요구한 구성과 맞지 않다고 판단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학생의 역량은 AI의 제안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과제 목적에 맞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드러난다”고 답했다.
AI 시대 속 평가 기준 세우는 대학들
대학가에서도 수업 목적에 따라 AI 활용 범위와 평가 기준을 구체화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고려대학교는 올해 「2026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배포해 교수자가 수업 목적과 과제 성격에 따라 AI 활용 방침을 정하도록 했다. 특히 AI 탐지 도구는 오탐 가능성이 있어 결과만으로 부정행위를 판단하지 않고, 초안 작성 과정과 학생의 구두 설명 등을 종합해 판단하도록 했다.
성균관대학교도 지난 23일 'AI 교육 윤리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이를 통해 △공정성 △윤리·책임 △인간의 결정권 △출처 검증을 주요 원칙으로 제시하고 AI 활용과 검증 이력을 기록하는 VLR(Verifiable Learning Records) 구술평가 및 과정 중심 포트폴리오 등을 대안적 평가 방식으로 제시했다. 또한 교수자는 수업계획서에 AI 활용 범위와 평가 반영 방식 등을 사전에 안내해야 한다.
우리 대학과 타 대학의 가이드라인은 세부 운영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교수자가 최종 결과물뿐 아니라 학생의 AI 활용 과정과 실제 기여도를 함께 살펴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우리 대학이 AI 활용 수준을 3단계로 구분하고 루브릭안을 마련한 것처럼, 타 대학도 구술평가와 과정 중심 포트폴리오 등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평가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대학들은 AI 사용 여부를 적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이 AI를 어떤 범위에서 활용했으며, 결과를 어떻게 검증했는지를 평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 대학 역시 가이드라인과 과정 중심 평가안을 신설한 만큼, 앞으로는 마련된 기준이 실제 수업에서 일관되게 적용되는지 살피는 동시에, 학생에게 학습 과정 확인이 과도한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AI 활용과 학생의 실제 학습 과정이 균형을 이룰 때, 변화한 교육 환경에 맞는 평가 방식도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