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사는 시대에 고전을 읽는다는 것 〈1158호〉

2026-09-13     김민성(정외 24) 학우

 

김민성(정외 24) 학우

 요즘 고전이 힙하다. 최근 고전은 재미있는 방식으로 우리 앞에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민음사 팝업스토어에 사람들이 몰리고, 책의 제목과 표지를 활용한 빵이 SNS에서 큰 화제가 된다. 한때 어렵고 오래된 책으로 여겨져 먼지 쌓이던 수백 년 전의 고전 소설이 이제는 굿즈와 디저트가 되고,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서 재조명되고 있다. 영화관에서는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를 원작으로 한 영화 〈오디세이〉까지 돌풍을 일으키며 수천 년 전의 이야기까지 다시 젊은 세대의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우리는 정말 고전을 읽고 있는 걸까, 아니면 고전을 소비하고 있는 걸까? 책의 제목이 새겨진 빵을 사고 SNS에 예쁜 소설 표지를 올리는 것도 고전을 향유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고전이 왜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 읽혀왔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결국 직접 표지를 열어봐야 한다.

 대학생에게 고전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오래되고 유명한 작품을 알아두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검색 몇 번이면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고, AI가 질문에 대한 답까지 대신 해주는 시대에는 오히려 내가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고전을 읽다 보면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순간들을 자주 맞닥뜨린다. 인물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기도 하고, 처음에는 옳다고 생각했던 행동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정말 이게 옳은 걸까'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고전을 읽는 시간은 결국 남이 정리해 준 답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내러티브를 따라가며 그 안의 질문을 천착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고전이 재유행하고 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 관심이 실제 독서로 이어지는 일이라 생각한다. 시작이 무엇이든 그걸 계기로 책장을 펼치고 수백 년 전의 이야기를 직접 마주한다면, 오래된 작품이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도 조금씩 알게 될 것이다. 단지 오래된 책이기 때문에 읽는 것이 아니라, 오래되었음에도 지금의 우리에게 사유할 거리를 남겨주기 때문에 읽을 가치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