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크루' 단상 〈1158호〉

2026-09-13     명대신문

'영크크' '늙크크' 하길래, '영'과 '늙'이 나이의 많고 적음을 의미하는 거야 당연하겠고 '크크'는 웃음소리를 나타내는 'ㅋㅋ'일 거라고 지레짐작했다. '젊은 ㅋㅋ' '늙은 ㅋㅋ'가 대체 무슨 뜻인가 잠깐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한 것 같은데, 아무튼 그 '크크'가 '크리에이터 크루'의 줄임말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얼마 전이다. 그런 뜻이구나 하고 고개를 끄떡거리다가, 그런데 크리에이터 크루라는 말 역시 친숙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영어에서 온 단어 자체의 뜻은 대충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것이 사용되는 맥락이나 상황은 최근에 조성된 것이 분명하다. 검색해 보니 크루는 젊은 세대에서 래퍼나 댄서 같은 특정 집단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 시작해 지금은 공통의 목표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의 모임 전반을 가리키는 뜻으로 확대되었다고 한다. 일반적인 뜻으로 확대되었으니 크루라는 말 대신 모임이나 동료 같은 익숙한 말로 바꿀 것을 추천하는 국립국어원의 입장도 이해는 되지만, 말이든 상품이든 새로움을 선호하는 현대인들의 경향 역시 쉽게 포기되는 것은 아니다.

크리에이터라는 말도 최근에는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용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을 가리키는 뜻으로 많이 쓰인다고 한다. 창작자로 번역될 수 있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말이고, 굳이 번역하자면 작가라는 말도 가능하겠지만 문학이나 미술, 사진 분야에 한정되어 쓰여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새로운 분야의 창작 주체를 위해 크리에이터라는 말이 널리 쓰이게 된 데에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는 의미의 창작이나 창조는 원래 어렵거나 특별한 작업으로 여겨져 왔다. 그것은 일부 천재들만의 고독한 사업 같은 거창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크리에이터 크루라는 말에서는 별로 대단하지 사람들 몇 명이 모여 뚝딱뚝딱 뭔가를 만들려고 시도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창작 집단' 같은 말로는 담을 수 없는 현재적인 의미를 '크리에이터 크루'라는 말에서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효과가 새로운 말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유통되어 온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