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가족 사건 상피제, '제 식구 감싸기' 끊어내야 〈1158호〉

2026-09-13     명대신문

지난 9일부터 경찰청은 수사 과정의 이해충돌을 막고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경찰관 가족 사건 상피제'(이하 상피제)를 시행했다. 경찰관의 가족이 사건관계인일 경우 해당 경찰관이 근무하는 관서가 아닌 다른 경찰관서가 수사를 맡는다. 상피제 도입 배경에는 이른바 '장윤기 사건'이 거론된다. 지난 5월 광주에서 10대 여학생을 살해한 혐의로 장 씨가 구속된 뒤, 현직 경찰관인 아버지가 아들의 범행 증거를 인멸하는 데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광주 광산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장 씨의 아버지에게 수사 관련 정보를 전달한 혐의까지 받으면서 경찰 내부의 이해충돌 문제도 불거졌다.

장윤기 사건 이후 경찰청은 전국에서 수사 중인 경찰관 가족 관련 사건을 전수조사했다. 총 117건 가운데 경찰관 가족이 피의자나 피혐의자인 사건은 45건, △고발인 △고소인 △진정인 △피해자 등에 해당하는 사건은 72건이었다. 그러나 경찰관 가족이 연루된 사건을 파악하거나 관리하는 체계는 미비했다. 수사관이 회피를 신청할 수는 있었지만 가족 연루 사건을 다른 관서로 넘기는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

상피제는 사건 담당 관서에 최근 3년 이내 근무한 경찰관의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 형제자매가 사건관계인일 때 적용된다. 가족 연루 사실이 확인되면 수사관은 회피를 신청하고, 시·도경찰청의 지휘에 따라 사건은 동일 법원 관할 내 다른 경찰관서로 이송해야 한다. 당초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만 검토됐지만 경찰 수사개혁위원회의 권고로 형제자매까지 포함됐다. 피해자 보호가 필요하거나 긴급·현행범 체포 뒤 피의자가 구속되는 등 기존 관서가 수사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면 예외가 인정된다. 기존 관서가 수사를 계속하려면 시·도경찰청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사건 처리 과정과 이송 필요성도 정기적으로 점검받는다.

경찰은 향후 훈령 등 관련 규정을 정비해 상피제의 제도적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그러나 사건 접수 단계에서 경찰관과 사건관계인의 가족관계를 일괄 확인하기 어려워 당사자의 신고에 의존해야 한다는 한계가 남는다. 가족 연루 사건을 신속히 파악할 절차와 예외 사건에 대한 관리가 뒷받침돼야 상피제가 경찰 수사의 신뢰를 높이는 장치로 자리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