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1157호(개강호)〉

2026-08-31     곽찬샘(문창 22) 학우

어린 왕자

앙투앙 생택취페리

열린책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어릴 때 읽었던 책을 다시 펼쳐보면 가끔 이상한 기분이 든다. 분명 같은 문장인데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전혀 다른 곳에서 그 문장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의 나는 어린 왕자가 작은 별을 떠나 여러 별을 여행하는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장미는 아름다웠고, 여우와 친구가 되는 장면은 따뜻했다. 그때는 그저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학생이 된 지금, 다시 읽으니 이상하게도 어린 왕자보다 그가 만난 어른들이 눈에 들어왔다. 숫자를 세는 사람, 권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누군가의 인정을 기다리는 사람. 어린 왕자가 이해하지 못했던 어른들의 모습이 이제는 조금 이해될 것 같았다. 

어쩌면 나도 그들처럼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대학생이 된 뒤에는 무엇이든 숫자로 설명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학점, 스펙, 돈, 취업.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 끊임없이 확인하고,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도 되는지, 잘하고 있는지, 혹시 너무 늦게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한다.

어릴 때는 예쁜 문장 하나였던 말이 지금은 조금 다르게 들린다. 좋아하는 마음, 누군가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 아직 포기하지 못한 꿈. 그런 것들은 숫자로 증명할 수 없지만 분명 내 삶을 움직이고 있다.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많은 것을 알아가는 일이 아니라, 어린 시절의 내가 알고 있던 소중한 것들을 잊지 않는 일일지도.

그래서 나는 지금의 우리들에게 어린 왕자를 다시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때는 지나쳤던 문장이 지금 나에게 오래 머물 수도 있으니까.

책을 덮고 나면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이렇게 바쁘게 살아가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질문 끝에서, 아주 오래전의 내가 좋아했던 것 하나가 조용히 떠오를지도 모른다. 별처럼 작지만, 밤에는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

어쩌면 어린 왕자는 그 별을 다시 찾으러 가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