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념호56 특집]기획회의가 끝나면 내 목소리는 안녕

기획회의가 끝나면 내 목소리는 안녕

2010-11-29     이재희
어느덧 이 공간에 머무른 지 2년. 매 학기마다 나는 이 공간에서 카멜레온처럼 옷을 갈아입는다. 마냥 1학년일 것 같던 준정기자들이 곧 2학년이라니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장소를 불문하고 “까르르르~” 소리를 몰고 다니는 50기 준정기자들. 어딜 가나 이야기꽃 활짝 피우는, 마냥 귀여운 후배들이다.(선배들을 소외시킨다는 단점은 있다.) 하지만 이들이 입에 꾸욱 자물쇠를 채우는 시간이 있으니, 그 시간이 바로 기획회의 시간이다. 시키지 않아도 말 잘하고, 마감시간 마저도 “수군수군 속닥속닥 까르르르”를 멈추지 않는 그들이 회의시간에는 시키지 않아도 조용해지니 신기할 따름이다. 부장과 함께 이 기획을 왜 다루어야 하는지 격렬하게 토론하다가도 뭔가 이상해서 후배를 살펴보면 그들은 의자에 등을 기댄 채 묵묵부답. 기획회의의 방관자가 되어버린다. 몇 되지 않는 기자들이지만 돌아가면서 꾸벅꾸벅 졸기를 반복하고, 보다 못해 기획과 관련한 질문을 상대 부서에게 던지라고 하면 그제야 감긴 눈을 번뜩하니 한편으로는 안쓰럽고, 한편으론 ‘이게 습관화 되면 어떻게 하나’ 걱정에 속만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후배가 잘못한 것에 대해 그들의 직속 선배인 부장을 불러내서 혼 내봐도 마음 불편하기는 마찬가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눈치 보느라 내 속은 타 탄 콩알이 되어버렸다. 누가 그러던가. 편집장은 먹이사슬 구조로 따졌을 때 최하층에 속한다고. 그럼에도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다 그들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