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연적인 것〈1071호〉

김태민의 기자수첩

2020-05-11     김태민 기자

  필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20대와 30대 응답자 65% 이상이 맡은 일이나 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 정서적으로 지쳐있다고 한다. 직장인의 95.1%가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또 다른 설문조사에서는 20대의 26%가 음주, 수면, 폭식 등 본능적 욕구 해결로 번아웃을 이겨낸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조사 결과가 청년들과 번아웃 증후군을 필연적인 관계라고 말하고 있다.

  필자도 번아웃 증상을 겪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학업과 신문 발행을 병행하다 보니 마음 놓고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또, 뭐든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 때문에 공모전에도 참가하고 블로그도 운영했다. 이틀 밤을 새우며 신문 마감과 조판 작업을 끝내고, 다음 날 아침 7시에 일어나 사회인 야구단 팀원들과 훈련을 하기도 했다. 몸에서 힘들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더 바쁘게 살아야 한다며 자신을 채찍질했다. 분명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들이 어느새 숙제처럼 느껴졌다. 한참 열심히 운영하던 블로그는 내팽개친 지 한 달이 지났고, 공모전은 커녕 과제도 끝내지 못하고 있다.

  많은 청년이 필자와 같은 현상을 겪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번아웃 증후군을 극복하려면 개인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개인의 노력에는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 잘못된 조직문화와 사회 시스템 속에서 청년들은 계속해서 번아웃 될 수밖에 없다. 국가적, 조직적 차원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올바른 대책 마련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청년과 번아웃 증후군은 계속해서 필연적인 관계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