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뒷담화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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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뒷담화가 뭐길래?
  • 최홍
  • 승인 2010.03.29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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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지만 한편으로는 쾌감 느껴

이모씨는 자신을 괴롭히는 상사만 보면 이가 갈린다. 상사는 ‘내가 일을 못한다느니’, ‘술도 못 마신다느니’ 하며 남들 앞에서 망신을 준다. 하지만 이모씨는 직장상사에게 한마디 하지 못하고 오늘도 직장동료와 뒷담화만 한다.


누군가를 뒷담화 한 적이 있는가. 본인보다 나이가 많거나, 직책이 높은 사람에게는 불만을 앞에서 말하기보다 뒤에서 말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나라에도 뒷담화가 있지만 유독 우리나라 뒷담화의 강도는 보다 심하다고 한다.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 이병혁 교수(이하 이 교수)는 “우리나라가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뒷담화를 많이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는 “인간관계 때문에 항상 사람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이런 불안정한 상황에서 정신적 고통을 해소하는 방법은 뒷담화”라고 말한다. 특히 위계질서가 있는 집단에서는 뒷담화가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텔레비전을 보면 연예인들이 동료에 대해 뒷담화를 하거나 비밀을 폭로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우리는 이 모습을 보고 손뼉 치면서 공감한다. 이렇게 폭로에 환호하는 사회적 현상을 사회학 용어로 디번킹Debunking이라고 하는데, 이 교수는 “텔레비전은 일상적인 소재만으로는 시청자의 주의를 끌지 못하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자극적인 소재를 쓰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우상인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폭로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쾌락을 느낀다”고 말한다.

누가 인간은 금기를 위반할수록 쾌락을 느낀다고 했는가. 우리는 논하지 말아야 할 대상을  뒤에서 남과 함께 욕을 하며 희열을 느낀다. 이 교수는 “정해진 금기를 위반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남을 밟고 올라가고 싶은 인정욕구도 있다고 한다. <하루테크>의 최문열 저자는 “사람들은 뒷담화를 통해, 욕먹는 그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은연중에 과시하고 쾌락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모씨가 화장실 간 사이에 동아리 후배들이 쑥덕거린다. 이모씨는 며칠 전부터 자신이 도마 위에 올랐다는 것을 눈치챘다. 선배들도 눈빛이 심상치 않다. 어디를 가더라도 계속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아 불안하다.


뒷담화의 부작용은 사회적 불신, 허무감, 우울증 등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우리대학 사회교육원 문화심리학 김정운 교수(이하 김 교수)는 “사람들이 불안하기에 뒷담화를 하게 되고, 그것이 상대방에 대한 공격이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 역시 “타인을 향한 뒷담화는 사생활을 침해하고 도덕과 윤리, 사회를 약화시킨다”고 한다. 이어 “사람들은 뒷담화를 하고도 본인 잘못이 아니라는 듯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불어 뒷담화를 시작하면 평소 생각이 없던 사람도 동조하게 된다. 이 교수는 이것을 사회심리학적으로 ‘보상과 처벌’로 해석한다. 즉, 뒷담화에 동조하지 않으면 따돌림이라는 처벌을 당하고, 동조하면 좋은 대접이라는 보상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도 “불안한 사람은 본인보다 권력 있는 집단에 대해서는 무비판적으로 의견을 수용하게 된다”며 “그러다 보니 집단 의견에 쉽게 동조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젠 이모씨는 뒷담화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하지만 며칠도 안돼 이모씨는 친구들과 함께 뒷담화를 하게 된다. 처음에는 그저 친구의 험담을 듣기만 했을 뿐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나도 모르게 맞장구를 치게 된다. 이상한 것은 오히려 상대방과 친밀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래도 삼삼오오 짝을 지어 뒷담화 하는 쾌감은 끊을 수 없다. 술자리의 단골 메뉴는 술이 아닌 뒷담화다. 뒷담화는 권력과 위계질서에 대한 풍자와 해학이다. 그 동안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 같이 뒷담화를 하는 사람에게도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낀다. 친구가 자신의 말에 맞장구를 할 때면 정서적인 안정감이 오기도 한다. 실제로 심리학자들은 상대방과 교감을 통해 친밀감이 증대된다고 한다. 최문열 저자는 “뒷담화는 타인과 접속하고 소통하는 로그인 역할을 한다”며 “상대방과 내밀한 교감을 느껴 응집력과 결속력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필자: 최홍 준정기자 g2430@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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