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의 문명이 잠든 곳, 라틴아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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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문명이 잠든 곳, 라틴아메리카
  • 이재희
  • 승인 2010.03.15 0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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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안데스 문명부터 잉카 문명까지 숨겨진 보물찾기

편주. ‘라틴아메리카’하면 “…”떠오르나요?

라틴아메리카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안데스, 아마존 강, 원주민, 스페인 침략……. 떠오르는 단어가 많지 않다. 우리는 ‘세계화를 통한 지구촌 시대’를 말하면서 그들의 문화를 통한 생활 모습을 이해하려고 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무역교류를 성사시켜 이윤을 창출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으로 비즈니스 영어를 배우려는 노력에만 급급하다.

본기자가 펼쳐본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에는 잉카와 마야를 비롯해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역사 서술은 한 장 분량도 채 되지 않았다. 세계 역사는 교과서 속에서 서구와 강자 중심으로 흐르고 있었다. 관심을 두고 찾아보지 않는다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잉카와 안데스 고대 문명. 그 속으로 본기자가 찾아 가 봤다.

 

아이콘) 유물 엿보기
1. 기자와 함께 떠나는 ‘태양의 아들 잉카전’ 맛보기

서울특별시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최광식)에는 ‘태양의 아들 잉카전’(이하 잉카전)이 한창이다. 지난 1982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황금박물관 소장품을 대여해 페루 국보전을 개최한 바 있지만, 이번 전시는 한국ㆍ페루 문화협정 체결 20주년을 맞아 페루 국립고고인류역사학박물관 등 9개의 박물관을 통해 351점의 유물을 국내에서 소개함에 따라 안데스 고대 문명과 잉카 문명을 총체적으로 관람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시판왕 유물, 앉아있는 미라, 마추픽추 유물 등이 전시되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을 본기자가 직접 찾아가봤다.

펠리노ㆍ뱀ㆍ콘도르, 이것이 감상 포인트!

국립중앙박물관 김문영(26) 도슨트(이하 김 도슨트)는 먼저 “펠리노라는 고양이과 동물과 뱀, 콘도르라는 독수리과 새에 담긴 의미를 알고 유물을 감상한다면 재미있을 것”이라며 “안데스 인들에게 펠리노는 땅을, 뱀은 지하를, 콘도르는 하늘을 대표하는 동물”이라고 설명했다. 안데스 인들이 숭배한 펠리노와 뱀, 콘도르는 전시된 유물 대부분에 등장한다. 이들의 조합은 재미있다. 땅을 대표하는 펠리노의 머리와 지하를 상징하는 뱀의 몸통을 결합하면 초자연적인 신의 모습이 완성된다. 안데스 인들은 이런 방식으로 초자연적인 신의 형태를 나타냈다.

‘착한 신’과 ‘나쁜 신’을 구별하는 방법도 간단하다. 펠리노나 뱀, 콘도르를 허리에 두르고 있으면 착한 신으로 구별되며, 그 이외의 동물을 두르고 있으면 나쁜 신으로 간주한다. 고대 안데스 문명부터 시작해서 잉카 제국까지 긴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그들이 형성한 문화의 중심에는 늘 펠리노와 뱀, 콘도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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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무늬 직물Mantle depicting deities 파라카스(BCE1000~CE200)시대 미라를 쌌던 직물로 죽은 뒤에도 삶이 이어진다고 믿었던 고대인의 관념을 보여준다. 펠리노의 얼굴에 입에서는 뱀이 나오고, 인물의 왼손에는 뱀과 새로 장식된 지팡이를 들었다. 이는 신의 모습을 형상화한 인물을 의미한다.(출처/국립중앙박물관)

 

신 세계 7대 불가사의 마추픽추

불가사의는 △이집트 기자의 피라미드 △바빌론의 공중정원 등으로 이루어진 ‘고대 7대 불가사의’와 △중국의 만리장성 △이탈리아의 콜로세움 △인도의 타지마할 △페루의 잉카 유적지 마추픽추 등으로 이루어진 ‘신 세계 7대 불가사의’로 나뉜다.

김 도슨트는 마추픽추가 7대 불가사의에 선정된 이유를 “해발고도 2천 400m에 위치한 도시인데다, 철을 이용하지 않고 돌을 정확하게 깎아 끼워 맞추는 식의 건축방식이 놀랍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추픽추에 나타난 건축양식은 잉카제국에 흔히 나타나는 건축술이다. 자르는 도구 하나 없이 돌을 12각 등으로 끼워 맞춘 건축물은 강한 지진에도 잘 견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ㆍ중남미협회 이상국 사무차장은 마추픽추에 대해 “절벽으로 둘러싸인 고립된 공간에서 5천 명이 어떻게 3백년 간 자급자족하며 살 수 있었는지, 지금도 본받을만한 수로시설은 당시에 어떻게 설계됐는지 아직도 미스테리”라며 신기함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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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추픽추(출처/국립중앙박물관)

 

귀가 클수록 귀족!

전시된 귀걸이 유물에는 오늘날처럼 귀에 쉽게 꽂을 수 있는 바늘이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지름이 2~3cm 되는 원통형 ‘막대기’가 붙어 있다. 이는 귀족이 사용했던 귀걸이로, 착용하려면 귀가 커야 했다. 이에 김 도슨트는 “잉카인들이 ‘귀 큰 민족’이라고 불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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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걸이Ear ornament decorated with the Lord of Sipan 모체 시대 유물로 시판왕 피라미드에서 출토된 귀걸이다. 중앙에는 병사들에게 호위 받고 있는 곤봉을 든 전사의 모습은 시판왕으로 추정된다. 새 날개와 신전을 나타내는 머리장식, 부엉이머리 목걸이, 반원형 딸랑이, 코걸이 등의 장신구는 시판왕의 군사ㆍ종교적인 힘을 상징한다. 곤봉과 방패, 목걸이와 허리띠는 따로 분리할 수 있게 되어 있다.(출처/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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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판왕 실물 모형 실물 크기로 재현한 시판왕과 그의 수행원들이다. 무덤에서 출토된 유골과 유물 분석을 통해 재현한 모형이다. 서울대학교 라틴아메리카 연구소 우석균 교수는 “시판 유물은 도굴된 적이 없어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있다”며 “발견된 지 얼마 안 된 유물”이라고 말했다.

 

앉아있는 미라, 앞으로 60년간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을 유물

김 도슨트는 이번 전시회에서 눈여겨봐야 할 유물로 ‘펠리노 신상’과 ‘앉아있는 미라’를 꼽았다. 펠리노 신상은 펠리노의 얼굴에 사람의 몸을 합쳐 초자연적인 신의 모습을 나타낸 신상이다. 김 도슨트는 “국내 최초로 공개된 시판왕 유물 중 가장 위엄있는 유물이 펠리노 신상”이라고 말했다.

앉아있는 미라의 모습을 보고 김 도슨트는 “편안한 태아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며 “미라나 직물은 보존상의 문제로 페루 현지에서도 잘 공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앉아있는 미라는 이번 전시회가 끝나면 일반인들에게 60년간 공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하니 주의 깊게 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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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노 신상Feline Figure 가장 놀랍고도 불가사의한 형상을 한 금동제 펠리노 신상이다. 펠리노 신은 모체문명에서 가장 숭배를 받았던 신이다.(출처/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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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Adult mummy wearing cloth 자연적으로 미라가 된 남자 미라이다. 양 갈래로 땋은 머리는 잉카 남자 머리모양의 특징이다.(출처/국립중앙박물관)

 

“잉카 문명 하면 잉카 제국밖에 몰랐다”

잉카전을 관람하고 나온 숭실대학교 정인호(사학과 04) 학생은 “잉카 문명에 대해서는 잉카 제국만 들어봤었다”며 “잉카전을 통해 고대 안데스 문명의 많은 역사적 사실과 문화를 접해 볼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또, “특히 기억에 남는 유물은 의식용 칼인 ‘투미’였는데 안데스 지역의 많은 왕조를 이어주는 유물이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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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미(출처/국립중앙박물관)

아이콘) 퀴즈로 알아보는 역사
2. OㆍX로 살펴보는 라틴아메리카. 그 오해와 진실

잉카제국은 본래 ‘잉카제국’이 아니었다?! (O)

서울대학교 라틴아메리카 연구소 우석균 교수는 “잉카제국의 본래 이름은 ‘타완틴수유’이며, 잉카란 본래 왕과 왕족을 칭하는 말”이라면서 “잉카제국은 유럽인들이 붙인 이름”이라고 말했다. 또, 잉카제국의 기원에 대해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키푸라는 *결승문자가 있기는 했지만 역사를 기록할 문자는 없었기 때문”이라며 “정복 전쟁 중에 역사를 전해줄 만한 사람들이 다수 사망했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있다”고 말했다. 

*결승문자: 매듭글자라고도 불린다. 글자가 없던 시대에 새끼줄이나 띠 따위에 매듭을 지어 기호로 삼은 문자로, 고대 중국을 비롯하여 잉카 제국ㆍ티베트ㆍ아프리카 등지에서 사용한 흔적이 있다.  

안데스지역에는 아직도 황금 유적이 많다?! (X)

잉카는 황금을 이용한 문명이 번성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립중앙박물관 김문영 도슨트는 “현재 안데스지역에 남아 있는 황금유물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우석균 교수는 “스페인 피사로 군대가 16세기 초에 라틴아메리카를 침략해 약탈한 금만 5천 720kg”이라고 말했다. 한ㆍ중남미협회 이상국 사무차장은 “지금 유럽 하면 깨끗한 선진국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그들이 낭만과 예술을 운운하며 르네상스 시대를 열 수 있었던 것은 라틴아메리카에 문명을 파괴하면서 착취한 금과 은 덕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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