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보다 더 처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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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보다 더 처음처럼
  • 관리자
  • 승인 2009.10.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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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보다 더 처음처럼

 

‘처음과는 조금 다른 것 같은데?’
일을 시작한 지 몇 개월쯤 지났을 때 저에게 누군가가 농담 반, 조언 반으로 넌지시 던진 한마디입니다. 순간 제 마음에선 ‘아차’하며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여군 생활을 마친 후 헌법재판소의 첫 여성 청원경찰로 많은 기대와 관심 속에 무한한 포부를 가지고 출발했습니다. 다시 도전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직장이기에 장점만을 부각시켜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인정받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벌써 안일해진 모습이 보였던 것일까……. 다시금 스스로를 되돌아보았습니다.
저는 첫 사회생활을 여군 장교라는 조금 특별한 길로 시작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할 당시 학교 정문에 붙어 있던 ‘여군사관 모집’ 현수막을 보고 한걸음에 여군사관에 접수하고 노심초사하며 발표를 기다렸습니다. 이후 합격했다는 소식에 너무 행복해서 진정되지 않는 가슴을 부여잡고, 정말 열심히 하겠다고 굳은 각오를 다졌습니다.
여군은 제가 꿈꿔왔던 일이었고, 이 일에 강한 의지와 자신감이 넘쳐났기에, 이것저것 즐겁게 익히며 최고로 잘 해낼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제자리걸음에 도태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시작할 때의 각오처럼 한걸음씩 나아가며 세상에 맞서 개척하거나 성장하려 하지 않고, 익숙해진 현실 속에 안주하며 조금씩 느슨해지고 나태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조금 편해지면 더욱 편한 것을 원하고, 조금 쉬워지면 더욱 쉬운 것을 찾으려 하는 것이 사람의 심리인가요.
후회와 아쉬움이 교차하면서 스스로를 원망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 3년은 훌쩍 지나가버렸고, 진정으로 원했던 것을 찾기도 전에 한 남자의 아내,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어려운 환경에 포기하려고 몇 번이나 마음을 먹고, 나약해진 자신 속에서 눈물을 훔치는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러다 문득 군에 입대하면서 마음먹었던 ‘처음보다 더 처음처럼’이라는 말이 생각이 나더군요. 전 그때 깨달았습니다. 스스로 안 된다는 생각부터 하고 있었다는 것을……. 열등감과 패배 의식을 훌훌 털어버리고 주변 환경과 안일한 생각에 움츠러들었던 제 자신을 일으켜 세울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복잡한 현실과 부족한 제 마음을 깨끗이 비우고 다시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도전이었던 군 생활의 아쉬움과 시행착오는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 새로운 출발을 하는 제게 실패를 두려워 않는 용기를 주었고, 또 다른 도전의 계기가 되어 지금의 길을 갈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처음보다 더 처음처럼’ 항상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 마음속으로 외치는 말입니다.
사회 새내기로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무슨 일이든 어떠한 위치에서든 항상 처음의 순수함을 유지하고 변함없는 삶을 강한 의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가슴속 깊이 새겨봅니다. 처음보다 더 처음처럼…….

정현주(법학 01) 동문
박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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