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보보호기관인 정보자유국가위원회(CNIL)는 지난 2015년 개인의 인터넷 검색 기록을 삭제할 수 있는 ;잊혀질 권리'를 EU 외 지역의 사이트에서도 보장할 것을 명령했지만 구글은 이에 반발해 유럽사법재판소(ECJ)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ECJ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인터넷 상에서의 ‘잊혀질 권리’를 유럽연합(EU) 국경을 초월해 적용할 필요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EU 밖 지역에서도 개인의 인터넷 검색 기록을 삭제하도록 요구한 프랑스 당국과 이에 불복한 구글과의 법정 공방이 구글의 승리로 막을 내린 것이다.
시효가 지났거나 부적절한 정보에 대해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잊혀질 권리’. 다소 낯선 개념인 잊혀질 권리에 대한 관심은 사물인터넷(IoT)이 발달하고 스마트폰이 우리 생활에 깊숙이 침투하면서 예전에 내가 했던 행위를 지우고 싶어하는 사람들로 인해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 실제로, 행정안전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운영하는 ‘E 프라이버시 클린서비스’(2017년 8월 오픈) 페이지는 첫날부터 폭주로 접속이 지연되기도 했다. 또한 2018년 2월에 발표된 구글의 ‘투명성 보고서’는 구글이 65만 개 이상의 URL 삭제 요청을 받았고, 요청의 43% 정도를 삭제했다고 전한다. 이렇듯 ‘잊혀질 권리’, ‘디지털 세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 개인 정보가 유통, 확산되는 것에 대해 '개인정보 보호’와 ‘자기정보 통제권’을 주장하고 있다. 물론 오늘날 인터넷 공간에서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영구적으로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방안은 아직 제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현재 정보통신망법이나 개인정보보호법, 언론중재법 등에 잊혀질 권리와 관련한 부분이 존재하지만, 잊혀질 권리에 대한 단일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인터넷 기사로 피해를 입었을 때, 언론중재법상 정정보도, 반론보도, 추후보도 및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그 범위가 언론보도 등에 한정된다는 한계가 있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어렵다. 때문에 잊혀질 권리에 대한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사후적인 처방이 아닌 예방을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의 변화 역시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