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베이지의 노래 <10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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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베이지의 노래 <1060호>
  • 김세곤 역사칼럼니스트
  • 승인 2019.09.08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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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여행에서 204km의 송네 피오르를 보았다. 유람선을 타고 본 빙하의 침식으로 생긴 골짜기와 산에서 흘러내리는 폭포,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해안선은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다음날 플롬에서 뮈르달까지 로맨틱 산악열차를 탔다. 중간에 내려서 본 효스 폭포 또한 장관(壯觀)이었다. 빙하박물관 옆에 있는 뵈이야 빙하도 장엄함 그 자체였다. 이어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무대인 베르겐을 방문했다. 중세모습의 구 시가지 브뤼겐과 항구의 어시장 구경은 너무 좋았다. 그런데 베르겐에서 얻은 것이 하나 있었다. ‘솔베이지의 노래’를 작곡한 국민음악가 그리그(1843~1907)와 여성해방의 대명사 ‘노라’를 탄생시킨 ‘인형의 집’으로 유명한 헨릭 입센(1828~1906)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그는 베르겐에서 태어났고, 입센은 1851년부터 1857년까지 6년간 베르겐 국립극장에서 전속작가 및 무대감독으로 활동했다.

입센과 그리그는 희곡『페르귄트』로 인연이 깊다. 입센은 1867년에 이탈리아에서『페르귄트』를 집필했다. 1862년에 그가 다니던 오슬로의 극장이 파산당해 수입이 줄자 정부에 예술 지원금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환멸을 느낀 입센은 1864년에 이탈리아로 가버렸다. 1865년 11월에 입센은 목사이자 극단적 이상주의자 브란트를 통해 노르웨이 사회의 위선을 고발하는 희곡『브란트』를 썼다. 이 작품은 노르웨이 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힐 만큼 크게 성공했고 입센은 돈도 많이 벌었다. 이어서 입센은 1867년에 부와 권력 같은 허상을 좇는 근대인의 황폐한 야망의 덧없음을 보여 준『페르귄트』를 발표했다. 주인공 ‘페르귄트’는 노르웨이 민속설화에 나오는 게으르고 방탕하며, 모험심 강하고 방랑벽이 심한 몽상가이다. 그는 정혼자 솔베이지가 있음에도 마을의 결혼식에서 신부를 납치해 산속으로 달아난다. 그는 산속에서 마왕의 딸을 만나 궁전으로 이끌리나 거기서도 도망쳐 결국 마을로 돌아온다. 페르귄트는 곧바로 어머니 오제의 임종을 맞고 방랑을 떠나 세계 각국을 돌아다닌다. 그러던 중 노예상으로 부자가 된 그는 모로코에서 산적들에게 재산을 털리고, 다시 재산을 모으나 아라비아에서 추장의 딸 아니트라에게 배신당한다. 이후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거부(巨富)가 된다. 페르귄트는 노르웨이로 돌아오는 길에 풍랑으로 배가 파산당해 겨우 목숨만 건진다. 초라한 페르귄트는 평생 그를 기다리던 솔베이지 품에서 숨을 거둔다.

한편 1874년에 입센은 자필 편지로 그리그에게『페르귄트』 무대 음악을 부탁했다. 입센의 편지를 받은 그리그는 곧 작곡에 착수했지만 희곡을 음악으로 재구성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랐다. 그리그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토로했다.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를 않네. 가을까지 이걸 끝낼 기미도 보이지 않아. 이건 완전히 손을 쓸 수가 없을 정도이네.”

치열한 노력 끝에 그는 1875년 가을에 작곡을 마쳤고, 1876년 2월에『페르귄트』는 오슬로 왕립 극장에서 초연됐다. 입센이나 그리그는 불참했지만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나중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아일랜드 극작가 버나드 쇼(1856~1950)는『페르귄트』를 영국무대에 굴욕을 안겨준 작품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리그는『페르귄트』 악곡 27곡 중 8곡을 뽑아서 모음곡을 만들었다.

1부는〈아침〉,〈오제의 죽음〉,〈아니트라의 춤〉,〈산 속 마왕의 궁전에서>, 2부는 <신부의약탈>〈, 아라비아 춤〉, <페르귄트의 귀향>〈, 솔베이지의 노래〉이다.

이 중 가장 사랑받는 곡은 단연 <솔베이지의 노래>이다. <솔베이지 노래>는 멜로디가 서글프고 가사도 애잔하다. 평생 페르귄트를 기다리는 순정녀(純情女)의 순애보(殉愛譜)다.

"그 겨울이 지나 봄은 가고 또 봄은 가고
그 여름날이 가면 또 한 해가 가고, 한 해가 가고.

아, 그러나 언젠가 그대가 돌아올 날을 굳게 믿고 있어요.

전 확실히 알아요. 난 약속대로 그대를 기다릴 겁니다.

난 기다릴 것이라고 약속했어요.

아 ~ 아 ~ 아

신이여 그대가 세상 어디에 있던 힘을 주소서

신은 그대가 신의 발아래 있음을 기뻐하십니다.

나는 이곳에서 그대가 올 때까지 기다릴 겁니다.

그대는 돌아올 것입니다.

혹시 그대가 하늘에서 날 기다린다면

우린 거기에서 만날 것입니다. 내 사랑 그대여.

우린 그곳에서 만날 것입니다.

아 ~ 아 ~ 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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