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한 진수성찬, 간편식을 살펴보다 <10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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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한 진수성찬, 간편식을 살펴보다 <1053호>
  • 임다원 기자
  • 승인 2019.04.01 0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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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밥 부럽지 않은 맛있는 한 끼!

간편식이란 단순한 조리 과정만 거치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식재료를 가공 · 조리 · 포장해 놓은 식품을 의미한다. 이러한 간편식은 편의점이나 마트 혹은 온라인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외식하자니 귀찮고, 직접 요리 하자니 번거로울 때, 간편식이 해답이 될 수 있다. 특유의 편리함과 일반 식품 못지 않은 맛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간편식에 대해 알아보자.

 

집을 떠나 자취 중인 A 씨는 감자전을 만들어 먹고 싶지만, 감자를 사서 강판에 갈고 반죽을 해 부치는 게 번거로워 미루고 미뤘다. 주말이 되어 시간이 남아 재료를 사서 만들었지만 반죽의 농도를 잘못 맞춰 다 타고, 간을 잘못해 소금처럼 짠 전을 완성했다. 다시는 요리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A 씨는 마트에서 감자전 믹스를 발견했다. 2인분 가량 소분된 가루를 반죽해 불에 굽기만 하면 감자전이 완성되는 제품이었다. 간편식 덕분에 A 씨는 먹고 싶던 감자전을 마침내 먹을 수 있었다.

성장하는 간편식 시장, 편리해지는 식생활

간편식은 크게 △구입 후 바로 섭취 가능한 제품 △단순 가열 후 섭취 가능한 제품 △간단한 조리가 필요한 제품으로 나뉜다. 세분해서 살펴보면 흔히 알고 있는 라면, 도시락뿐만 아니라 포장된 삼계탕, 조리 후 먹는 불고기 등도 간편식에 포함된다. 우리 대학 식품영양학과 임영숙 교수(이하 임 교수)는 “집에서 만들 수 있는 음식을 대용해서 제공하는 게 간편식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떡갈비가 완성돼 있어 온도만 조절해 먹을 수 있다면 즉석식품이고, 간단한 조리를 해야 하는 건 간편식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간편식은 음식을 먹기까지의 편리함과 맛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기업들도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춰 다양한 간편식들을 출시하고 있다. 때문에 간편식 시장도 성장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간한 ‘2017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 간편식 시장(이하 간편식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간편식의 시장 규모는 2011년 1조 5,670억에서 2016년 3조 1,519억으로 6년간 101.1% 증가했다. 컵밥과 즉석밥, 냉동식품등을 제조하는 CJ제일제당의 이혜진 과장은 간편식 시장의 성장 이유를 “1인 가구와 맞벌이 가정의 증가 같은 사회적인 요인과 식품업체들의 개발과 투자로 인한 가공식품 퀄리티 증대, 장기 불황으로 인해 외식보다는 가격 대비 효용을 따지게 된 트렌드 등이 맞물렸다”라고 진단했다.

간편하게! 맛있게! 든든하게!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전체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가공식품에 대한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31.0%가 장을 볼 때 간편식을 구매한다고 한다. 더불어 간편식을 먹는 가장 큰 이유로 ‘조리과정이 간편해서(31.0%)’를 꼽았으며 ‘집에서 조리하기 번거로워서(13.0%)’가 뒤를 이었다. 또한, 20대의 44.0%는 즉석 식품을 선호했다. 중앙대학교영어영문학과에 3학년으로 재학 중인 김해진 학생(이하 김 학생)은 서울에서 자취하며 간편식을 즐겨 먹는다. 김 학생은 “간편식은 자취생에게 필수품이다. 저렴한 가격도 좋지만, 식재료를 구매하고 조리하는데 드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선호한다”고 전했다.
김 학생처럼 식재료를 일일이 구매하고 조리하는 것을 번거로워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간편식도 등장했다. 포장지 안에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와 정량에 맞는 양념 등이 소분되어 있어 하나하나 재료를 사거나 따로 간을 하지 않아도 그럴듯한 음식이 완성된다. 간편식을 비롯한 식자재를 판매하는 ‘마켓컬리’는 2015년 첫 출범 이후 연평균 300%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음식의 종류도 국 · 탕 · 찌개부터 불고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원하는 메뉴를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2인분 내외의 재료를 배송받을 수 있다.

▲마켓컬리에서 판매하는 간편식 종류


숙명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에 3학년으로 재학 중인 이하은 학생은 평소 마켓컬리를 애용한다. “처음 자취를 할 때는 시간도 없고 요리하기 귀찮아서 어쩔 수 없이 간편식을 먹는다는 느낌이 강했지만, 요즘에는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을 때 간편 식품을 찾게 된다. 마켓컬리에서 곱창전골을 시켰는데, 소분의 양념장과 곱창전골 고기, 초벌 된 곱창이 냉동 상태로 들어있어 해동만 하면 조리가 가능했다. 맛도 좋아 자주 주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하은 학생이 주문한 곱창전골(상), 간단한 조리를 끝내면 위와 같은 음식이 완성된다(하)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유명 식당이나 요리사와 협업해 제품을 내놓는 기업들도 생겼다. 청정원은 중식 레스토랑 팔선생과 협업해 ‘집으로 ON’이라는 간편식을 판매 중이며 CJENM DIA TV도 요리사이자 구독자 11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크리에이터 ‘소프(SOF)’와 협업해 ‘비벼 먹는 소고기 버터 장조림’을 출시했다. ‘비벼 먹는 소고기 버터 장조림’의 경우 CJ mall에서 판매되며 1,2,3차 수량 모두 완판되는 인기를 얻기도 했다. 이처럼 간편식은 이제 간단하지만 부실한 음식이 아닌 기호에 따라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30분: 구매, 조리, 식사가 가능한 시간

간편식은 생활관에 거주하는 학생들에게 더 친숙한음식이다. 본지 기자가 직접 우리 대학 인문생활관에 찾아가봤다.

인문생활관 4층으로 들어서니 생활관 내 매점이 보인다. 매점에 들어서기도 전, 잠옷을 입고 양손 가득 먹을거리를 사 매점 밖을 나서는 학우가 보인다. 매점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매대 아래에 쭉 진열된 컵밥들이다. 낙지 덮밥, 김치찜, 마파두부 덮밥 등 컵밥의 종류는 물론 브랜드도 다양하다. 포장지에 부착된 음식 사진을 보고 있자니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하면 사진 속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든다. 찬찬히 매점 안을 둘러보는 중 컵밥 앞에서 한참 동안 점심 메뉴를 고민하는 학우가 보인다. 학우 뒤편의 냉장고에는 삼각김밥, 소분된 과일, 도시락 등이 진열돼 있다. 그 외에도 만두부터 닭강정, 피자떡볶이, 스파게티, 치킨, 핫도그 등 다양한 제품들도 보인다. 한식 · 중식 · 양식, 어떤 종류의 음식을 먹고 싶든 매점에서 해결 가능할 것 같다.

매점을 나와 매점 오른편에 마련된 간이 취사실로 들어서니 가장 먼저 라면을 끓일 수 있는 기계가 보인다. 한강 편의점에서나 볼 수 있던 즉석라면조리기구가 생활관에서 보이니 생소하다. 그 옆으로는 2단으로 쌓인 6대의 전자레인지가 보인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6대의 전자레인지는 얼마나 많은 학우가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데우는지 짐작하게 한다. 띵- 띵-. 조리가 끝남을 알리는 전자레인지 알림음에 학우들은 부지런히 자신이 먹을 음식을 챙긴다. 점심을 컵밥으로 해결한다는 최송이(행정 18) 학우(이하 최 학우)는 “기숙사는 취사 공간이 좁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가 불편하다. 또한 요리도구를 둘 공간이 없고, 취사 공간을 사용한 학생들이 음식물쓰레기를 잘 치우지 않아 요리를 하기엔 비위생적이다”며 직접 조리하기보다 간편식을 애용하는 이유를 전했다. 컵밥을 데워 간이 취사실을 나서는 최 학우를 따라가자 최 학우가 사는 호실이 나왔다. 호실에 들어가 책상에 앉은 최 학우는 책상 위 책들을 치운 뒤 카레 컵밥과 컵라면으로 간단한 식사를 마무리했다. 구매하고, 조리하고, 먹는 것까지 채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한 끼는 OK, 세 끼는 NO!
간편식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장바구니에 간편식을 추가하는 대신 제외한 상품이 있다. 바로 채소(14.0%)다. 특히 1인 가구 응답자들의 채소 구입은 19.4%가 감소했다. 김 학생은 “간편식을 선호하지만, 아무래도 식사를 하는 데 정성을 쏟지 않다 보니 식사에 대해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다. 부모님께서는 간편식을 먹는다고 하면 건강에 대해 우려를 표하신다”고 전했다. 채소와 같은 생식품의 소비 없이 간편식만 먹어도 건강할 수 있을까?

임 교수에게 간편식으로 필요한 영양소를 채울 수 있는지에 대해 묻자 “간편식에는 한계가 있다. 요리 과정을 축약해놨기 때문에 손실되는 영양소들이 상당히 많다. 간편식도 결국 가공식이기 때문에 가공과정에서 손실이 생긴다. 예를 들면 비타민 같은 경우 열과 빛에 약해 포장 과정에서 손실될 수 있다”며 “생식품을 먹을 경우 꼭 영양소가 아니더라도 수분 같이 몸에서 필요로 하는 것들을 섭취할 수 있는데, 간편식은 모든 조리과정을 축약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섭취할 수 없다. 더불어 유통을 위해 첨가물이나 보조제가 들어가기 때문에 어떤 측면에서는 식중독 등의 안전사고도 염려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더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에는 간편식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간편식 제공 업체에서 상품을 고급화시키고 건강하게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재료를 구매하고, 손질하고, 요리하는 과정이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중요한 식(食) 문화로 자리 잡은 간편식. 건강을 위해서라도 간편식만 먹기보다 생식품과 적절한 균형을 맞춰 맛있게 골라 먹는 소비자들의 지혜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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