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디시 감비노의 ‘This Is America’는 명실상부 2018년을 대표하는 노래다. 그는 뮤직비디오를 통해 그가 생각하는 미국의 현 모습을 생생하고 잔인하게 그리며 대중문화계에 충격을 안겼다.
‘This Is America’의 미국은 흥겨운 춤사위 속 폭력이 비일비재하는 게토(Ghetto)다. 황량한 철제 구조물 세트장에서 사람들은 여기저기 뛰어다니기 바쁘다. 기타리스트의 싸늘한 주검은 거칠게 끌어내면서 정작 그를 죽인 권총은 붉은 천으로 고스란히 모셔 둔다. 2층 난간에서 누군가 몸을 날려 떨어지는데도 아무도 관심 없이 흥겹게 춤을 춘다. 흥겹게 춤추는 교회 성가대에 맞춰 춤을 추던 차일디시 감비노는 돌연 표정이 굳더니, 어딘가로부터 던져진 기관총으로 그들을 난사해 죽여 버린다. 그리고 읊조린다. ‘이게 바로 미국이야, 정신 바짝 차려.’ ‘This Is America’는 이와 같은 사회적 이슈와 불평등한 폭력이 미디어를 통해 어떤 식으로 감춰지고 심지어는 소비되는지를 저격한다. ‘이게 미국이야, 정신 바짝 차려’ 뒤엔 ‘돈을 챙겨둬, 넌 흑인이잖아’라는 냉소가 뒤따른다.
최근 한국에서도 사회를 비판하는 래퍼가 화제였다. 지난 16일 산이(San E)는 본인의 유튜브 계정에 노래 ‘페미니스트’를 공개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수역 폭행 사건’으로부터 촉발된 남녀갈등을 편향적 가사로 부추기는 그의 태도에 많은 이들이 우려와 비판을 표했다.
그리 불공평하게 자라지도 않았는데 권리는 외치면서 군대는 안 가고 데이트 할 때 돈은 남자가 더 내게 하는 존재. 자기만족을 위해 성형수술을 받아놓고도 브래지어 차지 않고, 머리를 짧게 자른 것으로 진보적 여성이라고 믿는 존재. 편견과 일반화를 거듭하는 묘사가 많은 비판을 불러왔지만, 동시에 누리꾼들 사이에서 ‘사회 현상에 의견을 내는 당당한 래퍼’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본질은 지난달 10일 ‘This Is America’를 ‘오마주’한 ‘Wannabe Rapper’에서 이미 바닥을 드러낸 바 있다. ‘부모 탓 환경 탓 대통령 탓 사회 비판해 / 한남 김치 좌익 우익 싸움 구경’이라는 노랫말로 비판과 의견 개진을 저열한 행위로 비하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산이는 논란이 커지자 지난 19일, ‘페미니스트 곡의 화자는 나 자신이 아닌 가상의 존재’라는 앞뒤 없는 해명문을 발표하며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무지가 만든 한 편의 코미디다.혹자는 사회 이슈를 논함에 있어 ‘왜 내가 공부를 해야 하냐’며 불평하지만, 유의미한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선 공부가 필요하다. 차일디시 감비노를 꿈꾼 산이처럼 비웃음 사는 일이 없어야겠다.